[로리더]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 사실을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정기양 세브란스병원 교수에 대해 대법원이 ‘국정조사특위의 존속기간 만료 후 고발돼 적법한 고발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특검의 공소를 기각했다.

국정조사특위에 출석한 증인을 허위증언 ‘위증’ 혐의로 처벌하려면 특위 활동 종료 전에 고발 기소해야지, 종료 후에 고발 기소하면 적법하지 않다는 취지에서다.

정기양 교수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피부과학교실 교수이자 신촌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의사로서 2013년 3월부터 2014년 7월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피부과 자문의였다.

2016년 12월 14일 정기양 교수는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한 후, 최교일 특위위원의 “대통령에게 영스 리프트 시술을 하려고 생각했던 적이 없습니까?”라는 질문에 “예, 저는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증언했다.

국정농단 의혹사건 박영수 특검팀은 “피고인(정기양)은 2013년 7월 28일부터 2013년 8월 5일 사이에 박 대통령을 상대로 뉴 영스 리프트 시술을 하기 위한 구체적인 준비를 한 사실이 있음에도, 국회에서 거짓 증언해, 결국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에 의해 선서한 증인으로서 위증을 했다”며 기소했다.

제1심은 정기양 교수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고,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에 정 교수가 대법원에 상고했다.

사건의 쟁점은 국회증언감정법 제14조 제1항 본문에서 정한 위증죄는 같은 법 제15조 제1항의 고발이 있어야만 기소할 수 있는지 여부와, 국회증언감정법 제15조 제1항의 고발은 특별위원회가 존속하는 동안에 이루어져야만 하는지 여부다.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6월 27일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혐의로 기소된 정기양 교수의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공소기각으로 판결했다.

공소기각은 소송의 형식적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 유죄ㆍ무죄 판단 등 본안 심리 없이 소송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국회증언감정법 제14조 제1항에 해당하는 죄로서 같은 법 제15조 제1항에 의한 국정감사특별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사건”이라며 “그리고 이러한 고발은 국회증언감정법 제15조 제1항 본문뿐만 아니라 단서에 의한 고발도 그 위원회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에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 공소는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관 관계자는 “국회증언감정법 제14조 제1항의 위증죄는 특별위원회가 존속하는 동안 고발이 이루어진 경우에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지난 5월 1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7도14749) 선고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사례”라고 밝혔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조사기간은 2016년 11월 17일부터 2017년 1월 15일까지이고, 특별위원회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는 2017년 1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택 의결됐다.

그런데 정기양 교수에 대한 특검의 고발은 국정조사특위 보고서 의결이 끝난 이후인 작년 2월 27일 이뤄졌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5월 17일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국정조사특위에서 허위 증언)로 기소된 최순실씨 주치의였던 이임순 순천향대 의대교수에 대해 특검의 공소기각 결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관 9명의 다수의견은 “고발은 소추요건이고, 국회증언감정법 제15조 제1항 단서의 고발을 특별위원회가 존속하는 동안에 해야 한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국회증언감정법은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에 관한 국회 내부의 절차를 규정한 것으로서 국회에서의 위증죄에 관한 고발 여부를 국회의 자율권에 맡기고 있고, 위증을 자백한 경우에는 고발하지 않을 수 있게 해 자백을 권장하고 있다”며 “따라서 국회에서의 위증죄는 국회증언감정법 제15조의 고발을 소추요건으로 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회증언감정법 제15조 제1항 단서의 고발을 특별위원회가 존속하는 동안에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별위원회는 활동기간의 종료 시까지 존속하므로 고발도 특별위원회가 존속하는 동안에 해야 한다”며 “특별위원회가 소멸하는 경우 법령에서 그 권한 또는 사무를 승계하는 규정을 별도로 두지 않은 이상 더 이상 그 사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별위원회가 존속하지 않게 된 이후에도 과거 특별위원회가 존속할 당시 재적위원이었던 사람이 연서로 고발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소추요건인 고발의 주체와 시기에 관한 범위를 가능한 문언의 의미를 넘어 행위자에게 불리하게 확대하는 것”이라며 “이는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대법원의 종전 판결을 상기시켰다.

재판부는 “위원회가 소멸된 이후에도 고발을 가능하게 해 위증한 증인을 처벌할 필요가 있다 해도 이는 입법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며 “현행법의 유추해석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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