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활동이 종료된 이후에 위증 혐의로 고발돼 기소된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특위에 출석한 증인을 ‘위증’으로 처벌하려면 특위 활동 종료 전에 고발 기소해야지, 종료 후에 고발 기소하면 위법하다는 것이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최순실씨의 주치의였던 이임순 순천향대 산부인과 교수는 2016년 12월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허위 증언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이임순 교수는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에게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 부부를 소개시켜 준 적이 없고, 서창석 원장에게 전화한 적이 없으며, 리프팅 실 사업 도와주라고 소개를 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특검은 “이임순은 최순실의 요청을 받고 서창석에게 연락해 ‘미용성형에 사용되는 실로 대통령이 관심이 많은 제품이니 서울대학교병원 성형외과로 연결시켜주면 좋겠다’고 하면서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 박채윤의 연락처를 알려주며 소개한 사실이 있다”며 허위 증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조사기간은 2016년 11월 17일부터 2017년 1월 15일까지이고, 특별위원회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는 2017년 1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택 의결됐다.

그런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위원이던 18명 중 13명은 특위활동이 종료된 2017년 2월 28일 연서로 이임순 교수를 박영수 특검에 고발했다.

제1심은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해 인정해 이임순 교수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이 사건 고발은 국정농단 진상규명 특별위원회가 존속하지 않게 된 이후에 이루어졌으므로 적법한 고발이 아니고, 이 사건 공소는 공소제기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라며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사건은 특검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이 사건의 쟁점은 국회증언감정법 제15조 제1항의 고발이 제14조 제1항 본문에서 정한 위증죄의 소추요건인지 여부다.

또한 국회증언감정법 제15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고발을 특별위원회가 존속하는 동안에 해야 하는지 여부다.

자료사진 대법원
자료사진 대법원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7일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임순 순천향대 의대교수에 대해 특검의 공소기각 결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관 9명의 다수의견은 “고발은 소추요건이고, 국회증언감정법 제15조 제1항 단서의 고발을 특별위원회가 존속하는 동안에 해야 한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국회증언감정법은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에 관한 국회 내부의 절차를 규정한 것으로서 국회에서의 위증죄에 관한 고발 여부를 국회의 자율권에 맡기고 있고, 위증을 자백한 경우에는 고발하지 않을 수 있게 해 자백을 권장하고 있다”며 “따라서 국회에서의 위증죄는 국회증언감정법 제15조의 고발을 소추요건으로 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회증언감정법 제15조 제1항 단서의 고발을 특별위원회가 존속하는 동안에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별위원회는 활동기간의 종료 시까지 존속하므로 고발도 특별위원회가 존속하는 동안에 해야 한다”며 “특별위원회가 소멸하는 경우 법령에서 그 권한 또는 사무를 승계하는 규정을 별도로 두지 않은 이상 더 이상 그 사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별위원회가 존속하지 않게 된 이후에도 과거 특별위원회가 존속할 당시 재적위원이었던 사람이 연서로 고발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소추요건인 고발의 주체와 시기에 관한 범위를 가능한 문언의 의미를 넘어 행위자에게 불리하게 확대하는 것”이라며 “이는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대법원의 종전 판결을 상기시켰다.

재판부는 “위원회가 소멸된 이후에도 고발을 가능하게 해 위증한 증인을 처벌할 필요가 있다 해도 이는 입법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며 “현행법의 유추해석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관 4명은 ‘파기환송’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김신 대법관은 “고발은 소추요건이 아니다”고 봤다. 김소영ㆍ박상옥ㆍ김재형 대법관은 “국회증언감정법 제15조 제1항 단서에 따른 고발은 위원회가 존속기간 만료로 소멸한 후에도 위원회의 재적위원이었던 사람이 연서해 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 3명의 대법관들은 “국회에서의 위증죄에 관해 형법상 위증죄보다 법정형을 무겁게 하고 고발요건을 완화해 엄하게 처벌하려는 입법취지와 목적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으로서 허용되고,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국회증언감정법 제15조 제1항 단서의 고발을 위원회가 존속하는 동안에 해야 한다고 해석하면 명문에 없는 고발기간을 창설하는 것”이라며 “단기간으로 정해진 특별위원회의 활동기간 내에 혐의가 드러나기 어려운 상당수 위증범죄를 처벌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 대법관들은 “국회증언감정법은 국정조사를 종료하기 전에 자백한 경우 고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해 자백을 권장하고 있다”며 “특별위원회의 활동기간을 고발기간으로 보면, 특별위원회의 활동기간 종료 전에 자백해도 재량에 따라 고발되는 반면 자백하지 않으면 위증이 드러나지 않은 경우 고발되지 않아 후자가 더 유리할 수 있어, 이러한 결과는 자백을 권장하는 취지에 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별위원회가 소멸하여도 위원회의 재적위원이었던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되지 않았다면 그 연서로 고발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소수에 그쳤다.

◆ 대법원 이번 판결의 의미는?

이번 판결과 관련, 대법원은 “국회에서의 위증죄에 대한 고발이 소추요건이라는 종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를 다시 확인하고, 국회증언감정법 제15조 제1항 단서의 고발을 위원회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에 해야 한다고 선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처벌의 필요성이 크더라도 법규정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소추요건의 범위를 행위자에게 불리하게 확대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파생원칙인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선언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처벌의 필요성은 입법을 통해 해결할 문제이고 현행법의 유추해석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됨을 재차 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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