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임은정 부장검사는 23일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으로 부임해 한명숙 전 총리 재판의 ‘검찰의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을 담당해온 그간의 일들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했다.

임은정 부장검사는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조남관 대검 차장에게 역사가 책임을 물을 것이고, 저 역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만, 사건 실체를 드려다 본 검사로, 이런 검찰의 구성원으로 용기를 내어준 몇몇 재소자분들에게 너무도 죄송해 고통스럽다”고 밝혔다.

2019년 12월 송건호언론상 수상한 임은정 부장검사 / 사진=페이스북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작년 9월,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부임해 ‘검찰의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을 담당하며 앞으로 펼쳐질 일들이 그려지더군요. 저도 그렇지만, 검찰도 한결같잖아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임은정 연구관은 “(윤석열) 총장과 (조남관) 차장검사의 노골적인 견제로 비록 저에게 수사권은 없지만, 하여 압수수색을 할 수는 없지만, 기록에 흩뿌려진 사실 조각들을 모아 퍼즐을 맞추고 공문으로 확보 가능한 자료들을 최대한 모아 분석하면, 조사에 응하는 참고인들을 성실하게 조사하면, 사건 윤곽이 보이겠다 싶었다”며 “다른 감찰 담당 연구관들과 동일하게 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 발령을 거듭 요구하며, 성실하게 업무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관은 “이 사건은 탁월한 수사능력이 아니라, 동료들의 미움과 저주를 감수할 용기가 필요한 사건이니 고단하긴 해도 난해한 사건은 아니다”며 “미움과 저주를 퍼부을 동료에는 총장과 차장이 포함되니 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 발령 거부에서 확인되듯 직무배제는 정해진 파국”이라고 말했다.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은 “2월 26일 중앙지검 검사 겸직 발령 당일 법무부에 조사 경과를 보고한 건, 법무부장관의 지휘 말고는 달리 돌파할 방법이 없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라며 “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 발령을 계속 거부하고, 증언한 재소자들을 모해위증으로 입건하겠다는 보고를 반려하며, 불입건 의견인 감찰3과장으로 주임검사를 교체한 조남관 차장이 공정하게 회의체를 구성하고, 진행할 리 만무하지요”라고 조남관 차장검사를 직격했다.

임은정 연구관은 “구성과 진행의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기에, 대검연구관회의 참석 통보를 받고 항의하고, 불참했었다”며 “요식절차에 들러리로 동원되고, 불복 프레임을 뒤집어쓸 이유가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좌측건물부터 대검찰청,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임은정 연구관은 또 “고검장들과 대검 부장회의 참석 통보를 받고,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지휘가 있은 마당에 참석하지 않을 도리가 없지요. 화살받이는 사건 성격상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며 “불공정 논란과 책임이 조남관 차장과 검찰의 몫이듯”이라고 적었다.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은 “(부장회의에) 수사팀 모 검사가 온다는 말에 귀를 의심했었다. 재소자 증인의 기소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에, 법무부장관이 합동감찰을 지시한 마당에 너무 노골적인 진행”이라며 “그럴 거면, 민원인 한모씨나 변호인에게도 발언 기회를 줘, 공정한 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어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임은정 연구관은 “합동 감찰에서 수사팀 검사에게 확인해야 할 질문을, 재소자 증인의 기소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할 수 없어 말을 아꼈습니다만, 조선일보에서 제가 회피한 것으로 보도돼 그 자리에 있던 취재원의 시각이 읽혀 실소가 터진다”고 어이없어 했다. 이날 회의는 비공개회의였기 때문에 ‘취재원’은 검찰간부로 추정된다.

임은정 연구관은 “조남관 차장에게 공정을 기대한 적이 없어 실망하지는 않습니다만, 많이 피곤했다”는 대목에서는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수행하는 조남관 차장검사를 직격했다.

그는 “전날 한숨도 못 잤고, 과녘이나 다트판이 되어 회의장에 앉아있는 게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잖아요. 회의 참석을 하지 않을 도리가 없고, 회의에 참석한 이상 회의 결과에 따르지 않을 도리가 없으니, 참담한 심정으로 공소시효 도과 후의 첫 아침을 맞네요”라고 말했다.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은 “윤석열 전 총장과 조남관 차장에게 역사가 책임을 물을 것이고, 저 역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만, 사건 실체를 드려다 본 검사로, 이런 검찰의 구성원으로 용기를 내어준 몇몇 재소자분들에게 너무도 죄송해 고통스럽다”며 “내일은 좀 덜 부끄러운 검찰이 되도록 좀 더 많이 분발해 보겠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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