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20년 만에 나타난 고(故) 구하라 친모에 상속분 40%, 홀로 키운 부 60%로 기여분 인정한 판결의 의미와 과제>

가수 겸 탤런트였던 구하라씨의 사망으로 어렸을때 구씨를 떠난 친모의 상속이 사회적 논란이 되었다. 구하라씨의 경우 사망 당시 오빠와 부모가 살아 있었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상속인은 부모가 될 뿐, 오빠는 상속인이 될 수 없다. 상속에서 인정되고 있는 기여분은 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형평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상속인이 아닌 경우에는 배제된다. 따라서 오빠가 아무리 기여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속인이 아닌 이상 기여분을 주장할 수 없다.

그리고 부모가 상속인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각 1/2의 상속분을 갖는다. 여기서 친모는 20여년 동안 구하라를 방기하면서 만난 사실마저 없다고 하더라도 현행 민법의 해석상 상속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상속분은 법에 의해서 일정한 신분관계에 있는 경우 획일적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유일한 방법은 아버지가 그동안 부양을 했고, 어머니는 유기했으므로 아버지의 기여분을 인정해 달라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 판례는 부부 사이의 부양, 부모와 자녀 사이의 부양과 관련하여 부양의무를 다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여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인 해석으로 일관하고 있다. 구하라씨 사건 지방법원 판결은 아버지에게 기여분을 인정해 60%, 친모에게 40%의 상속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민법 제1009조 제2항은 배우자가 피상속인과 혼인이 유지되는 동안 동거ㆍ부양의무를 부담하는 사정을 참작해 공동상속인의 상속분의 5할을 가산해 배우자의 상속분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도 “대법원 판례에 따라 배우자의 장기간 동거ㆍ간호에 따른 무형의 기여 행위를, 기여분을 인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상대방(친모)은 (성인이 되기까지) 약 12년 동안 구씨를 전혀 면접ㆍ교섭하지 않았고, 아버지가 상대방과 구씨의 면접ㆍ교섭을 방해했다는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며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해 청구인의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만큼 아버지가 구씨를 특별히 부양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우리 대법원 판례의 기본적인 입장은 ‘피상속인 갑(甲)과 전처인 을(乙)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인 상속인 병(丙) 등이 갑의 후처인 정(丁) 및 갑과 정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인 상속인 무 등을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을 청구하자, 정이 갑이 사망할 때까지 장기간 갑과 동거하면서 그를 간호하였다며 병 등을 상대로 기여분 결정을 청구한 사안에서, 갑이 병환에 있을 때 정이 갑을 간호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기여분을 인정할 정도로 통상의 부양을 넘어서는 수준의 간호를 할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니었고, 통상 부부로서 부양의무를 이행한 정도에 불과하여 정이 처로서 통상 기대되는 정도를 넘어 법정상속분을 수정함으로써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여야 할 정도로 갑을 특별히 부양하였다거나 갑의 재산 유지ㆍ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의 기여분결정 청구를 배척한 원심판단에는 민법 제1008조의2에서 정한 기여분 인정 요건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대법원 2019. 11. 21. 자 2014스44, 45 전원합의체 결정)’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의 해석으로는 기여분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 통상적인 부양의 경우에는 어떤 경우에도 기여분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다. 기여분 제도가 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형평을 기한다는 취지라면 부양의 경우에도 통상적인 부양이냐의 형식적인 면만을 살필 것이 아니라 상속인 사이의 부양의무가 어떠했느냐를 구체적으로 봐야 한다. 어느 일방은 부양의무를 다했고, 다른 일방은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다르게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지방법원 판결은 진일보 한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부양의 정도에 따라서 기여분을 배분할 수 없었는지, 대법원에서도 위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대법원 다수의견의 기본적인 취지는 배우자의 부양은 기본적으로 법률상 당연한 것이어서 특별한 기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배우자에게 부양의무를 인정하는 대신 상속재산 분할에 있어서 0.5를 더해주는 것이므로 여기에 더해 부양했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기여분을 인정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배우자가 아무리 오랫동안 부양을 했다고 하더라도 우리 민법상의 해석으로는 특별히 기여한 자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해석은 상속인 간의 공평을 유지한다는 기여분 제도의 취지와 어울리지 않는다. 우선 부부간의 부양뿐만 아니라 자녀와 부모 사이의 부양에 있어서도 민법 규정에 의한 일상적인 부양 정도로는 기여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기여분을 허용할 것이냐의 여부는 부양이 갖는 민법규정 만을 형식적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상속인 사이의 형평성 유지라는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여러 명의 자녀들 중에서 외국에 나가 몇 십 년을 얼굴 한번 보지 못하는 자녀가 있는가 하면, 국내에서 생활하면서 자주 들르는 자녀들이 있다고 하자. 다수의견의 해석으로는 국내 거주하는 자녀가 기여분을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나 자녀들에게 상속을 인정하는 취지가 공동의 생활을 하면서 재산형성에 기여했다는 점, 자녀의 생활안정이라는 기대권 보장 등의 취지를 포함하고 있다. 그렇다면 외국에 나가서 생활하면서 가족으로의 공동체가 사실상 붕괴된 경우까지도 가족관계등록부에 가족 구성원으로 올랐다는 이유에서 동일하게 상속분을 인정해 주는 것이 상속의 기본적인 취지에 어울리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오늘날에 있어서는 과거와 달리 부부사이나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부모나 자녀를 방치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하면서 가족애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부분들이 상속에 있어서 차이를 낳아야 한다. 수십 년 동안 떨어져 있다가도 피상속인의 사망 후 상속재산 분할과정에 드디어 나타나는 상속인에게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상속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동일한 상속분을 배정하는 것이 과연 실질적인 공평을 유지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배우자와 자녀를 달리 취급해 상속분을 달리하고 있는 제도적 취지와 마찬가지로 합리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다수의견은 기여분 제도는 상속인 사이의 공평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기본적으로 민법에서 상속분을 정하고 있으므로 가능한 그 상속분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기여분 제도는 이미 법정상속분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한 것이다. 획일적인 법정상속분 보다는 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유지하기 위하여 상속분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렇기 때문에 기여분제도가 도입된 이상 법정상속분을 지나치게 고정된 것으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 물론 법정상속분을 쉽게 무너뜨리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자녀나 부모를 오랫동안 유기했다가 사망 후 갑자기 나타나 상속인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민법의 해석으로는 그러한 경우 상속분을 부정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사실상 가족관계가 파탄 난 상속인에게까지 혈연관계에 의해서 상속분이 인정된다는 이유만으로 동일한 상속분을 그대로 허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이러한 불공평을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기여분 제도다. 보다 적극적으로 기여분 제도를 해석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다수의견은 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유지한다는 기여분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위 글은 법률가의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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