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심적 병역거부, 평소 신념 표출 활동 없었다면 인정 안 돼”
대법원 “양심적 병역거부, 평소 신념 표출 활동 없었다면 인정 안 돼”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9.11.28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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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신종철 기자] 대법원은 비폭력주의자로 양심에 따라 입영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주장한 피고인에 대해 재판에 넘겨지기 전까지 평소 병역거부에 대한 신념을 외부로 표출하는 등의 활동을 한 사실이 전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20대)는 2018년 12월 경기도 모 신병교육대로 입영하라는 서울지방병무청장의 입영소집통지서를 아버지를 통해 받고도 입영일로부터 3일이 경과한 날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재판에서 “총기를 소지하는 것이 개인의 양심에 반하는 것이어서 입영하지 않았으므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정한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입영연기 횟수와 사유, 범죄 전력, 특히 피고인이 병역거부에 대한 신념을 외부로 표출하는 등의 활동을 한 사실이 전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병역법이 정한 ‘정당한 사유’가 없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이에 A씨가 사실오인 및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특히 A씨는 “비폭력주의자로서 자신의 양심에 따라 입영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표현한 것으로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A씨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1심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했으나, 1심은 피고인의 입영연기 횟수와 사유, 범죄 전력, 특히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까지 병역거부에 대한 신념을 외부로 표출하는 등의 활동을 한 사실이 전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병역법이 정한 ‘정당한 사유’가 없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며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A씨가 상고해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A씨는 상고이유에서 “피고인은 어려서부터 수직적인 군사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고, 2014년부터 총을 들지 않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생겼으므로, 피고인이 병역거부에 대한 신념을 외부로 표출하는 등의 활동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지난 11월 15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며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며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번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 공보관실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입영연기 횟수와 사유, 범죄 전력, 특히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까지 병역거부에 대한 신념을 외부로 표출하는 등의 활동을 한 사실이 전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 유죄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2018년 11월 1일 선고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6도10912)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피고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유죄ㆍ무죄를 확정한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피고인이 현역병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부터 3일이 지나도록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입영하지 않고 병역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이다.

당시 대법원은 “제반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의 입영거부 행위는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으로서 구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데도,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이 위 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심리하지 않은 채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한 사례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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