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세입자 ‘건물주 갑질’ 표현 모욕 무죄…무례하나, 사회적 평가 저하 아냐
대법원, 세입자 ‘건물주 갑질’ 표현 모욕 무죄…무례하나, 사회적 평가 저하 아냐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9.08.0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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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건물주 갑질’이라는 표현이 적힌 전단지를 주민들에게 배포했다면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법원은 ‘건물주 갑질’이라는 표현에 대해 모욕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대법원과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1월 대구 중구에 있는 건물 1층을 임차해 미용실을 운영하던 중 그해 5월 이 건물을 매수한 새로운 소유자(B)와 건물 화장실 사용 문제 등으로 다투게 됐다.

그런데 A씨는 2017년 8월 ‘건물주 갑질에 화난 원장’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미용실 홍보 전단지 500장을 제작해 지역주민들에게 100장을 배포했다. 또한 15장은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미용실 정문에 부착했다.

A씨는 전단지에 어떠한 부당한 행위가 있었는지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건물주가 갑질을 했다고만 표현했다.

이에 건물주(B)가 고소했고, 검찰은 B씨가 건물주라는 지위를 이용해 세입자에게 갑질 하는 사람이라는 취지로 공연히 B씨를 모욕한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1심인 대구지방법원 형사11단독 김태환 판사는 2018년 9월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갑질 단어에 모욕적인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태환 판사는 “갑질이라는 표현은 ‘권력의 우위에 있는 사람이 하는 부당한 행위’라는 의미를 갖고 있고,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는 하나, 경멸적 표현에 이를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고 밝혔다.

이에 검사가 “갑질이라는 표현은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추상적 판단이나 상대방에 대한 경멸적 감정을 내포하고 있어 모욕에 해당한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인 대구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김경대 부장판사)는 지난 1월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A씨의 모욕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갑질 표현은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 아니라고 보거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A씨가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의 판단은 항소심과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5월 30일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상고심(2019도1547)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판단해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했다. 

재판부는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는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어떠한 표현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설령 그 표현이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대법원의 종전 판례 입장이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과 건물주의 관계, 피고인이 위와 같은 표현이 기재된 전단지를 작성하게 된 경위, ‘갑질’이라는 표현의 의미와 전체적인 맥락, 표현의 방식과 전후 정황 등을 법리에 비춰 살펴보면, 피고인이 사용한 표현이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되기는 했지만, 객관적으로 건물주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 제311조의 모욕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고 말았으니, 원심 판단에는 형법상 모욕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이 대법원 판결에는 박상옥, 안철상, 김상환 대법관이 관여해 일치된 의견을 제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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