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목욕탕에서 손님이 미끄러운 배수로를 밟아 넘어져 다친 사고와 관련해, 항소심도 목욕탕 업주 측 과실을 인정해 업무상과실치상죄 유죄 판결을 유지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도 벌금형을 선고했다.

울산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손님 B씨는 2022년 1월 A씨가 운영하는 울산의 한 목욕탕에서 걸어가다 바닥에 설치된 배수로를 밟고 미끄러져 넘어졌다. 이 사고로 B씨는 팔 골절상을 입어 치료를 받았다.

검찰은 목욕탕 안전사고를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아무런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A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2023년 5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목욕탕 업주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는 공소사실을 충분히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했다.

이에 A씨는 “피고인에게 배수로에 미끄럼 방지시설을 설치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음에도,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그는 또 “원심의 벌금 200만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사는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울산지법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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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방법원 제1-3형사부(재판장 이봉수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목욕탕 업주 A씨에 대한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며 A씨의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먼저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상죄에서 업무상 과실이라 함은 당해 업무의 성질 또는 담당자의 업무상 지위 등에 비추어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게을리 함으로써 결과 발생을 예견하거나 회피하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배수로는 목욕탕 출입구로 향하는 길목에 설치돼 있는 점, 배수로 양 옆으로 샤워부스가 놓여 있고, 배수로가 온탕과도 이어져 있어 샤워부스와 온탕에서 흘러나오는 물과 비눗물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배수로는 목욕탕 바닥의 사각 돌과는 달리 미끄럼 방지 기능이 없는 대리석으로 설치돼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목욕탕 관리자인 피고인으로서는 배수로를 오가는 이용객이 쉽게 미끄러져 넘어질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아무런 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상당인과관계는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상해라는 결과를 발생케 한 유일한 원인이거나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피해자나 제3자의 과실 등이 경합해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도 이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는 이상 피해자의 과실이 일부 경합했다고 하더라도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재판부는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고, 제1심과 비교해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2015도3260)를 언급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 선고 후 피고인의 양형에 반영할 만한 새로운 정상이나 특별한 사정변경을 찾아볼 수 없고,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들을 원심판결의 양형이유와 대조해 보면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벼운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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