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인근 주민들의 반대 집단민원 등을 이유로 한 동물화장장 설치 허가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시설 설치로 자연경관이 훼손되거나, 향후 환경오염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거나, 지역주민의 환경권과 생활권 보호 등을 위해 이 시설물 설치를 불허할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특히 법원은 단순히 집단민원이 많다는 점은 거부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구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23년 1월 대구 달성군수에게 달성군 현풍읍에 묘지관련시설(동물화장시설)을 신축하기 위해 개발행위허가 등이 포함된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그러자 신청지 인근의 주민들은 달성군수에게 “동물화장장 설치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동물화장장 설치 반대 진정서’를 제출했다. 주민들은 또 “신청지 일원에는 아파트, 학교, 요양병원 등 다중이용시설이 밀집해 있어 동물장묘시설 설치는 절대 불가하고, 신청지 일원에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동물화장장이 들어선다면 인근에 또 다른 민간 동물화장장이 난립될까 걱정스럽다”는 내용의 ‘동물장묘시설 설치 반대 건의서’를 제출했다.

달성군수는 심의를 거쳐 2023년 4월 A씨의 신청에 대해 불허가처분을 했다. 시설물 인근 경관 및 도시이미지를 해칠 우려가 있어 입지가 부적법하고, 지역주민들의 집단민원이 발생하고 있으며, 지역주민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A씨는 “불허가처분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는 등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A씨는 “시설물을 신축함에 있어 대기오염 저감시설이 설치될 예정이므로, 환경오염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없는데, 달성군수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근거 없이 우려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의심에 따라 불허가처분을 했다”며 “동물화장시설은 혐오시설이라고 볼 수 없고, 이 시설은 깔끔한 형태로 현대적인 시설로 건축될 예정이어서 주변의 경관을 훼손한다거나 주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볼 만한 근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신청지 인근은 대부분 임야나 도로로 돼 있고 가장 가까운 마을도 이 시설로부터 직선거리로 약 500m 이상 떨어져 있어, 시설이 신축되더라도 인근 주민 등의 환경권과 생활권이 침해될 소지가 없으며, 주민들이 시설의 신축을 반대하고 있다는 사정은 적법한 건축허가 불허가 사유가 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현재 대구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장묘시설이 전혀 존재하지 않아 이 시설이 공익에 이바지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대구지방법원(대구지법)
대구지방법원(대구지법)

◆ 대구지법 “소송비용은 달성군이 부담한다”
◆ “불허해야 할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대구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이상오 부장판사)는 3월 14일 A씨가 대구 달성군수를 상대로 낸 건축불허가처분 취소 소송에서 “피고가 2023년 4월 11일 원고에 대해 한 건축불허가처분을 취소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비용은 달성군수에게 부담시켰다.

재판부는 “이 시설 설치로 자연경관 및 도시이미지가 훼손된다거나, 향후 화장시설 운영으로 환경오염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거나, 지역주민의 환경권과 생활권 침해 등의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없고, 관련 법규에서 정하는 제한에 배치되지 않는 이 신청을 불허해야 할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불허가처분은 비례원칙과 평등원칙을 위반하는 등으로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선 이 신청에는 건축법, 국토계획법, 구 동물보호법 등 관련 법령에서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는 건축행위나 시설설치 제한에 해당하는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달성군수는 ‘신청지로부터 반경 300m 이내에 장례식장, 자동차 정비공장, 인도어 골프연습장 등이 위치하고 있어 구 동물보호법에 의해 동물장묘시설의 등록이 제한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신청은 구 동물보호법에서 정한 동물장묘업 등록기준에 부합하는 적법한 신청이라 할 것이어서, 피고가 거리제한 규정을 들어 신청을 거부하는 것은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신청지는 산림이 밀집된 산지의 한가운데 위치한 것이 아니라, 산지를 가로지르는 왕복 6차로의 포장도로(논공로)변에 위치해 있으며, 이미 그 주변에 소규모의 식당, 장례식장, 자동차 정비공장, LPG 충전소, 숙박시설(모텔)은 물론 골프장 등의 인공시설물이 들어서 있다”며 “신청지 인근의 자연경관이나 주변환경 등을 감안할 때, 시설 설치로 경관 등이 훼손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 시설에 포함되는 화장로나 납골당 등은 건물 내부 지하층에 있어서 외부에서 곧바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닌 데다가, 원고는 신청지 앞의 도로(논공로) 쪽에 조경수를 식재할 예정이어서 도로에서 볼 때, 이 시설은 조경수에 의해 어느 정도 가려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고의 환경오염물질 저감장치 설치계획과 그 성능, 운용계획, 이 시설과 동일한 사양과 구조를 가진 동물장묘시설이 실제로 별다른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는 현황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가 향후 이 시설을 운영하면서 운용상의 부주의 등으로 환경오염을 초래할 가능성이 그리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신청지 주변 마을을 비롯해 소규모로 경작되는 농지가 있기는 하나, 신청지로부터 가까운 농지까지의 직선거리가 300m가 넘는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시설에 앞서 환경오염 방지시설을 갖출 예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시설의 존재나 운영으로 인해 인근 농가의 농업경영과 농촌 생활환경 관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신청지는 인근 농촌 마을로부터 직선거리로 약 500m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고, 산지 지형의 특성상 야산에 가로막혀 농촌 마을과 구분돼 있으므로, 이 시설 신축으로 인해 인근 농촌 지역의 쾌적한 환경이나 안온한 농촌 생활환경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달성군수가 이 시설로 지역주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는 사유를 처분 근거로 드는 것에 재판부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고 동물장묘시설에 대한 필요성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 동물보호법령에서 동물장묘업에 대한 시설설치 및 검사 기준 등을 규정한 취지 등을 고려하면, 동물(특히 반려동물)에 대한 장묘시설이 사회적으로 혐오시설 내지 기피시설이라고 곧바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임에도, 피고가 이 시설로 인해 주변 마을이나 지역주민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막연한 이유만으로 불허가처분을 한 것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시설로 인해 경관이 훼손된다거나 향후 화장시설 운영 등으로 환경오염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시설이 현풍읍 지역 이미지 제고에 어떠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이 신청에 대해 개발행위허가기준이나 환경적인 기준 등에 대한 제반 고려요소를 충분히 심사해 신청을 불허가할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 여부에 대해 판단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가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지역 주민 등의 환경권과 생활권 보호 등을 위해 이 시설의 설치를 불허가할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며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한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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