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한국타이어 조현범 회장이 횡령ㆍ배임으로 구속 기소돼 정상적인 업무수행 불가능한데도 이사직을 유지하고 이사회에 단 1회 출석했음에도 31억 4200만원의 고액보수를 받으며 올해 주총에서 재선임될 예정이다.

이에 재선임 반대 목소리가 제기됐다. 또한 반복적인 불법행위로 기업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조현범 회장을 해임하지 않은 이수일 대표에 대한 재선임 반대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타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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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대표이사 이수일)는 오는 3월 28일 오전 9시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 286 (삼평동), 1층 미디어룸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사내이사 이수일, 조현범 재선임 안건, 이사 보수한도(보수총액) 승인 안건 등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이사회는 대표이사 부회장 이수일 사내이사 추천 사유에 대해 “이수일 후보는 공채로 입사해 미주지역본부장, 중국지역본부장, 마케팅본부장, 경영운영본부장, 유통사업본부장을 역임하며 글로벌 타이어 산업에 대한 전문성과 실무 경험을 보유했다”며 “후보자는 2018년 대표이사로 선임돼 현재까지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한국타이어는 “이수일 후보는 빠르게 변화하는 모빌리티 시장에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를 글로벌 전기차 타이어 시장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현재도 후보자의 경영하에 전기차 타이어 주류 브랜드로서 입지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이수일 후보자는 전문경영인으로서 타이어 산업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영 전반에 관한 통찰력을 갖추고 있는 검증된 후보”라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수일 후보자의 역량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해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 사내이사 이수일 선임 반대…조현범 해임 등 조치 취하지 않아
◆ 구속됐던 조현범 회장, 이사회 1회 출석하고 보수로 31억 4200만원 수령

하지만 의결권 자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의 평가는 달랐다. 연구소는 21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정기주주총회 의안 분석’ 보고서를 내고 “기업가치 훼손 임원에 대한 미조치”를 이유로 반대를 권고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이수일 후보는 2019년 횡령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조현범 회장이 사내이사로 추천 재선임되는 것을 찬성했다”며 “이에 기업가치 훼손 당사자인 조현범 회장의 재선임에 대해 이수일 후보가 대표이사로서 최종 책임이 있다고 봐, 2021년 이수일 후보의 재선임에 대해 반대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11월 한국타이어그룹의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행위를 적발해 제재하면서 조현범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발했고, 조현범 회장은 공정거래법 위반 외에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배임) 등 혐의로 2023년 3월 구속기소 됐다. 2023년 11월말 보석으로 석방됐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수일 후보는 대표이사로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조현범 회장에게 고액의 보수를 지급했다”며 “조현범 회장은 2023년

이사회에 단 1회만 출석했음에도, 31억 4200원의 고액보수를 수령했으며,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다시 재선임될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2023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사회는 9회 열렸는데, 조현범 회장은 2023년 12월 27일 개최된 이사회에만 참석했다. 이날 이사회 안건은 조직개편 및 임원 인사 안건과 임원 보수(인센티브) 지급 건이었다.

조현범 회장은 구속 수감으로 2023년 한국타이어 이사회에 1회만 출석했음에도 보수로 무려 31억 4200만원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회사에 기여한 성과를 반영했다’면서 급여 10억 9200만원과 경영성과에 대한 상여 20억 4800만원, 복리후생비용 200만원을 받았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반복적인 불법행위로 기업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조현범 회장에 대해 해임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재선임 추진을 찬성 또는 묵과한 이수일 후보에 대해 반대를 권고한다”고 제시했다.

◆ 한국타이어 이사회 “조현범 전문성과 경영활동 경험이 도움 될 것”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이사회는 조현범 사내이사 재선임 추천 사유에 대해 “조현범 후보자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 및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로서 그룹의 미래혁신 방향을 주도하고, 경영전략의 수립과 의사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며 “특히 그룹의 미래 성장 포트폴리오를 제시해 신성장 동력 강화 및 핵심 비즈니스 경쟁력 제고 등 기업 경쟁력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글로벌 Top tier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조현범 후보자의 전문성과 경영활동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자 한다”며 추천했다.

◆ “조현범 회장 9개월 구속돼 정상적인 업무수행 불가능한데 이사직 유지”

하지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판단은 달랐다. 연구소는 “지배주주에 대한 과도한 보수 지급 및 독립적 보수 심의기구 부재”를 이유로 반대했다.

조현범 후보는 한국타이어 이사 외에 지주회사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한국프리시전웍스와 에프에스더블유에스투자자문 이사를 겸직 중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조현범 후보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2014~2017년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구 MKT)의 타이어몰드를 고가에 매입하게 해 130억원의 이익을 몰아주고, 한국프리시전웍스의 주주로서 이익을 취한 사실에 대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등 제재를 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조치에 따라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해 2023년 3월 조현범 회장을 구속 기소했는데, 검찰은 공정거래법 및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외에 조현범 회장의 법인차량, 법인카드의 사적 사용, 계열사 자금 사적 대여 등 회사 재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개인 비위를 추가로 확인해 기소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조험범 후보는 2023년 11월 28일 보석으로 풀려나 1심 재판을 받고 있지만, 2023년 3월 8일 구속된 이후 약 9개월가량 이사로서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사직을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과거에도 조현범 후보는 거래처로부터 납품거래 유지 등을 대가로 약 6억원을 받아 배임수재, 형제인 조현식ㆍ조혜경ㆍ조희원과 함께 100% 지분을 보유한 신양관광개발에서 가공경비 및 인건비 과대 계상 등을 이용해 2억 6000만원을 차명계좌로 받아 횡령했다는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2019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처벌을 받았다”며 “조현범 후보가 현재 재판받고 있는 혐의 중 개인비리(횡령ㆍ배임) 대부분은 집행유예 기간 중에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편 조현범 후보 등 지배주주 일가가 소유한 한국프리시전웍스는 계열사에 상당 부분 매출을 의존하고 있어, 조현범 후보 등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의 일감 몰아주기 거래의 최종 수혜자”라고 지목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조현범 후보는 2023년 이사회에 단 1회만 참석해 최근 3년간 평균 출석률은 66.2%이다. CGCG는 재직기간 평균 이사회 출석률이 75% 이하일 경우 이사로서 충실의무를 다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따라서 조현범 후보는 일감 몰아주기와 배임 및 횡령 등의 행위로 기업가치를 훼손했고,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 등으로 충실의무에 심각한 의문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재선임에 대해 반대를 권고한다”고 제시했다.

◆ “조현범 회장 재판 받으며 이사회 불참했는데, 보수는 왜 많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이사 보수한도로 전년 70억원 보다 10억원 증액한 80억원을 상정했다. 하지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지배주주에 대한 과도한 보수 지급 및 독립적 보수 심의기구 부재”를 이유로 반대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2023년 실제 지급된 보수총액은 64억원으로 지급률은 91.32%이다. 지배주주이자 사내이사인 조현범 회장의 보수는 급여와 상여 합계 31억 4200원으로 전체 실지급 보수의 52.36%를 차지한다”며 “조현범 회장은 2023년 한국앤컴퍼니에서도 57억 3300만원의 보수를 받아 합산 보수는 총 88억 7500만원”이라고 밝혔다.

한국타이어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2023년 이사 보수한도는 70억원인데, 실제로 이사들에게 지급된 보수총액은 63억 7900만원이다. 이중 조현범 회장이 31억 4200만원을 받았고, 이수일 사장이 21억 8800만원을 받았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그러나 조현범 회장은 2023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으며, 두 회사 이사회에 각각 1회만 참석했다. 업무에 충실하지 못한 지배주주 임원의 보수가 특별히 높은 이유에 대해 한국타이어의 합리적인 설명을 확인하기 어려우며, 회사는 임직원의 보수체계를 설계, 운영하고 그 적정성을 평가하는 별도의 보수위원회를 설치하고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따라서 지배주주 임원에게만 과도하게 높은 보수를 지급하며 이사회 내 독립적인 보수심의기구도 운영하지 않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보수체계는 합리성과 공정성이 결여된 것으로 판단해 반대를 권고한다”고 제시했다.

한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재벌개혁운동, 금융시장개혁운동, 소액주주운동을 이끌어 온 각계의 전문가들이 중심이 돼 ‘지배구조개선을 통한 기업가치제고’ 와 ‘건전하고 투명한 금융시장의 구축’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지배구조 관련 전문연구소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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