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배임수재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부정한 청탁이 구체적이고 특정돼야 하는지(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0도1263 판결)

사례)

피고인 1은 홍보대행 회사를 운영하던 중 2010년 6월경부터 2015년 7월경까지 신문사 논설위원실 논설주간 내지 주필이던 피고인 2에게 자신의 고객들의 입장을 반영한 기사의 게재, 관련 언론보도 등을 부탁하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2007년 12월 초순경부터 2015년 5월경까지 12회에 걸쳐 합계 4,974만원 상당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공여였고, 피고인 2는, ①위와 같이 피고인 1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에 대한 대가로 2007년 12월초순경부터 2015년 5월경까지 12회에 걸쳐 합계 4,974만원 상당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수수하였으며(피고인1 관련 배임수재), ②A회사 대표이사 甲으로부터 甲 및 A회사에 우호적인 내용의 칼럼, 사설의 게재 등을 통해 우호적인 여론 형성에 도움을 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에 대한 대가로 2011년 9월 1일부터 9일까지 8박 9일 동안 유럽을 여행하면서 항공권, 숙박비, 식비, 전세기, 호화 요트 등을 제공받아 합계 3,973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고(甲 관련 배임수재), ③甲대 후임으로 A회사의 대표이사가 된 乙로부터 乙 및 A회사에 우호적인 내용의 칼럼, 사설의 게재 등을 통해 우호적인 여론 형성에 도움을 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에 대한 대가로 2012년 5월경부터 2014년 5월경까지 5차례에 걸쳐 현금, 골프 라운딩 비용, 백화점 상품권, 유람선 관광 비용 등 합계 1,728만 원 상당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으며(乙 관련 배임수재), ④乙로부터 2014년 12월경부터 2015년 1월경까지 대표이사 연임과 관련된 부탁을 받게 되자 당시 대통령비서실 비서관으로 근무하던 丙에게 乙의 대표이사 연임을 청탁 내지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처조카에게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취업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였다(변호사법 위반)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위 사건에 대하여 제1심은 일부 유죄, 일부 무죄를 선고하였는 바, 피고인들 사이의 일부 배임증재ㆍ배임수재 및 피고인 2의 변호사법 위반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고 나머지를 무죄로 판단해 피고인 1은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피고인 2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 피고인들과 검사가 쌍방 항소한 사건에서 원심은 피고인들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의 무죄판결 이유는 ①피고인 1 부분 및 피고인 2의 피고인 1 관련 배임수재 부분의 경우 공소사실상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주고받았다는 12회 중 5회는 교부 사실 자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피고인 1이 자신의 고객들의 입장을 반영한 기사의 게재 등을 부탁하였더라도 이는 정당한 홍보대행 업무의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보도 자료 수집 정도의 차원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으며, 신문사 논설위원실에 근무하던 피고인 2가 기사 보도에 관하여는 별다른 관여를 할 수 없었으므로, 피고인들이 기사 보도와 관련된 부정한 청탁의 대가라고 인식하면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주고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②피고인 2의 甲 관련 배임수재 부분은 甲이 A회사에 우호적인 개별 사설, 칼럼의 게재에 관하여 청탁을 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甲이 우호적인 여론 형성에 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내심의 기대를 갖고 재산상 이익을 공여하였더라도, 이를 현안에 관한 어느 정도 구 체적이고 특정한 임무행위에 관한 명시적ㆍ묵시적 청탁으로 평가하기 어려우며, ③피고인 2의 乙 관련 배임수재 부분은 공소사실상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주고받았다는 5회 중 2회는 교부 사실 자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공소사실 중 일부는 A회사가 피고인 2를 초청하여 공식 홍보 행사를 개최한 것으로 보여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재산상 이익을 공여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려우며, 공소사실 중 일부는 乙이 아닌 A회사 총괄부사장이 개인적 친분에 따라 피 고인 2와 가족들을 초대하였던 것으로 보여 乙이 피고인 2에게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재산상 이익을 공여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고, 공소사실 중 일부는 乙이 전임 대표이사인 甲 시절의 관례에 따라 재물을 교부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이를 공여하였다고 보이지 않음. 설령 乙이 우호적인 여론 형성에 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막 연한 내심의 기대를 갖고 일부 재산상 이익을 공여하였더라도, 이를 현안에 관한 어느 정도 구체적이고 특정한 임무행위에 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④피고인 2의 변호사법 위반 부분의 경우 乙이 피고인 2의 부탁에 따라 피고인 2의 처조카를 취업시켜 준 시점은 2014년 9월중순경인 반면, 피고인 2가 乙로부터 대표이사 연임과 관련된 부 탁을 받은 시점은 그로부터 3개월 후인 2014년 12월경이므로 乙이 피고인 2의 처조카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한 시점에 피고인 2와 乙이 위 취업 기회 제 공이 대표이사 연임과 관련된 피고인 2의 대통령비서실 비서관 등에 대한 알선 내지 청탁의 대가라는 사정을 상호 인식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 2가 알선 내지 청탁의 대가로 자신의 처조카에 대한 취업 기회를 제공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위와 같은 원심의 전부 무죄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상고하였다.

​해설)

배임죄는 신임관계를 위배하여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배임수재)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때 이를 처벌하는 조항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때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공여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범인 또는 그 사정을 아는 제3자가 취득한 재물은 몰수한다. 만약 그 재물을 몰수하기 불가능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

​공무원이 뇌물을 받으면 물론 뇌물 수수죄가 된다. 공무원 업무의 공정성과 공무원의 청렴성을 위한 것이다. 공무원이 아닌 경우 뇌물죄가 성립될 수 없지만 되지만, 공무원이 아니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 수행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 형법은 배임수재죄로 처벌하고 있다. 공정한 사무처리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청렴성, 그리고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배임수재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타인과의 대내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자를 의미하고, 반드시 제3자에 대한 대외관계에서 그 사무에 관한 권한이 존재할 것을 요하지 않으며, 또 사무가 포괄적 위탁사무일 것을 요하는 것도 아니고, 사무처리의 근거, 즉 신임관계의 발생 근거는 법령의 규정, 법률행위, 관습 또는 사무관리로도 발생할 수 있으며, ‘임무에 관하여’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위탁받은 사무를 말하는 것이나 이는 본래의 사무뿐만 아니라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범위 내의 사무도 포함되고, 나아가 고유의 권한으로 처리를 하는 자에 한하지 않고 보조기관으로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무를 담당하는 자도 포함되고, ‘부정한 청탁’이란 반드시 업무상배임의 정도에 이를 것을 요하지 않으며,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면 족하고, 이를 판단할 때에는 청탁의 내용 및 이에 관련한 대가의 액수, 형식, 보호법익인 거래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하며,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일 것을 요하지 않는다.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등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어떠한 임무위배행위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1년 선고 2010도11784 판결)​

​상고심은 법률심이므로 원칙적으로 원심 판단의 당부만을 판단한다. 새로운 증거제출과 주장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원심에서 이루어진 사실 판단은 그대로 존중한다. 위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쟁점은 피고인 2의 甲 관련 배임수재 부분과 관련하여, 甲이 우호적인 여론 형성에 관한 내심의 기대를 갖고 있었을 뿐, 이를 명시적ㆍ묵시적 청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본 원심 판단의 당부에 있다.

대법원은 위 사례에서, 배임수재죄에서 ‘부정한 청탁’이란 청탁이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말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의 내용, 이에 관련되어 취득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종류ㆍ액수 및 형식, 재산상 이익 제공의 방법과 태양, 보호법익인 거래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하며,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는 없고 묵시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무방하므로(대법원 2008년 12월 24일 선고 2008도9602 판결 등 참조) 피고인 2의 지위, 甲과 피고인 2의 관계, 교부된 재산상 이익의 정도, A회사의 당시 상황 등에 비추어 보면 甲이 묵시적으로나마 피고인 2에게 우호적 여론 형성에 관한 청탁을 하였고, 피고인 2는 그러한 청탁에 대한 대가라는 사정을 알면서 약 3,973만원 상당의 유럽여행 비용을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하며, 나아가, 피고인 2가 甲으로부터 거액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으면서 A회사에 대한 우호적 여론 형성에 관한 청탁을 받은 것은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들어 피고인 2의 甲 관련 배임수재 부분을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0도1263 판결).

​원심은 피고인 2가 甲으로부터 거액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더라도 甲이 피고인 2에게 구체적이고 특정한 청탁을 하지 않은 이상 배임수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甲이 당시 구체적이고 특정한 내용의 청탁을 하지 않았더라도, 피고인 2의 지위, 甲과 피고인 2의 관계, 당시 A회사의 상황, 제공된 재산상 이익의 정도 등에 비추어 묵시적 청탁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고, 그러한 청탁의 대가로 피고인 2가 거액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면 배임수재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언론의 공정성, 객관성, 언론인의 청렴성, 불가매수성 등에 비추어 언론인이 특정인이나 특정 기업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으면서 우호적 여론형성 등에 관한 청탁을 받는 것은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형법상 배임수재죄는 재물 또는 이익을 공여하는 사람과 취득하는 사람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개재되지 않는 한 성립되지 아니하며, 여기에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사회상규 또는 신의ㆍ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청탁을 말하고 (대법원 1985. 10. 22. 선고 85도465 판결), 부정한 청탁은 업무상 배임에 이르는 정도가 아니고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청탁이면 족하다 할 것이다(대법원 1987. 4. 28. 선고 87도414판결).

부정한 청탁의 내용이 구체적이고 특정된 경우에 한해서만 배임수재죄가 성립한다면 당사자들이 청탁의 사실을 부인한 경우 사실상 그 입증이 불가능하게 된다. 고의의 경우에도 피고인이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더라도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고의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따라서 부정한 청탁의 경우에도 청탁을 하는 자가 처리하는 업무, 청탁을 하는 자와의 관계, 청탁을 하면서 주고받은 재산상 이익의 정도 등을 고려해서 객관적으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면 되는 것이지 청탁의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하고 특정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대법원의 판단은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위 사례는 청탁금지법(이른바, 김영란법)이 제정되기 전의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법률로는 무죄로 판단된 부분에 대해서도 청탁금지법에 의해서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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