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을 때 선거보전금을 반환하는 선거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청구인(박경철)은 2014년 6월 실시된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익산시장 후보자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에 기탁금 1000만원을 반환받았으며, 선거비용 1억 114만원도 전액 보전 받았다.

그런데 박경철 익산시장은 선거운동과 관련해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가 인정돼 벌금 500만원이 확정됐다. 이에 시장직을 상실했다.

공직선거법은 당선자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을 무효로 한다.

이에 익산시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상 반환 규정에 따라 박경철 전 익산시장에게 기탁금 1000만원과 보전받은 선거비용 1억 114만원을 2015년 12월까지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박경철 전 시장은 납부 기한을 넘긴 뒤에도 반환하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2021년 3월 박경철 전 익산시장을 상대로 반환하지 않은 기탁금 및 선거비용 보전액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해 2021년 9월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에서 승소했다.

박경철 전 익산시장은 불복해 항소하면서 “공직선거법 제265조의2 제1항 전문이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2021년 10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공직선거법 제265조2(당선무효된 자 등의 비용반환) 1항은 “당선이 무효된 사람과 당선되지 않은 사람은 자신 또는 선거사무장 등의 죄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이 확정된 사람은 보전받은 금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경철 전 익산시장은 “기탁금은 후보자 난립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후보자가 일정 비율 이상을 득표해 반환받은 기탁금을 선거범죄의 예방을 위해 다시 반환하도록 하는 것은 기탁금제도의 목적을 넘어서고, 기탁금을 반환하도록 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돼 당선무효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력이 충분하지 못한 국민은 공직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심판대상 조항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선거비용 부담 때문에 공직선거에 출마하기 어렵게 되므로, 심판대상 조항은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넘어선 자의적인 것이어서 선거공영제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 28일 공직선거법 265조의2 1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합헌) 대 1(위헌)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관련 규정이 합헌이라고 봤던 2011년 결정을 들어 “선례의 취지가 여전히 타당하므로, 심판대상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당선무효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고, 선거공영제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산권 침해 여부에 대해 헌재는 “선거범죄로 일정한 정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당선자에게 이미 반환받은 기탁금과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반환하도록 하는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선거범죄를 억제하고 공정한 선거문화를 확립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절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구법 조항으로 인해 선거범의 재산권이 일부분 제한되지만, 이를 통해 달성하려는 선거의 공정성 확보라는 공익이 선거범 자신의 귀책사유로 인해 재산적 제재를 당하는 불이익보다 크다고 할 것이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며 “그렇다면 구법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선거공영제 위반 여부에 대해 헌재는 “선거공영제는 선거 자체가 국가의 공적 업무를 수행할 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행위이므로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원칙적으로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과 선거경비를 개인에게 모두 부담시키는 것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자의 입후보를 어렵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해 국민의 공무담임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선거의 관리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후보자 개인에게 부담시키지 않고 국민 모두의 공평부담으로 하고자 하는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선거공영제의 내용은 우리의 선거문화와 풍토, 정치문화 및 국가의 재정 상황과 국민의 법감정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자가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으로서, 이에 관해서는 넓은 입법형성권이 인정된다”고 봤다.

헌재는 “일정한 정도 이상의 선거범죄를 저지른 자를 배제하는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득표율에 따라 선거비용 보전을 해 준다면 선거 막바지에 이르러 당선 가능성이 없는 후보자들 중에 선거범죄를 저질러서라도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는 기준득표율을 초과하는 득표를 함으로써 경제적 손실이라도 줄이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는 후보자도 생길 수 있다는 점, 재선거를 치르는 경우에는 국가가 이중으로 선거비용을 지출하게 되므로 국가의 재정부담을 줄이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성도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필요한 제재”라며 “구법 조항이 선거공영제에 대한 입법형성권을 벗어난 자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 이은애 재판관 반대의견

이은애 재판관은 “선거범죄에 대한 제재로 기탁금을 반환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후보자에게 별도의 사법심사를 거치지 아니하고 사실상 재산형을 부과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초래한다”며 “심판대상 조항 중 반환받은 기탁금을 다시 반환하도록 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은애 재판관은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조치를 두지 않고 별도의 절차 없이 일률적으로 전액을 반환하도록 하는 것은 당선무효인의 사익을 제한하는 정도가 매우 크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 중 반환받은 기탁금을 다시 반환하도록 한 부분은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당선무효인의 재한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