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공정거래위원회 조성진 비상임위원이 아모레퍼시픽 사외이사로 재선임 예정인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공정위 비상임위원이 규제 대상인 기업체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것은 심각한 이해상충 문제를 야기하고, 공정위 의결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퍽 본사
아모레퍼시퍽 본사

아모레퍼시픽은 오는 3월 15일(금)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 조성진 선임건(재선임)을 상정할 예정이다. 조성진 후보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비상임위원으로서, 아모레퍼시픽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을 맡고 있다. 또한 세아홀딩스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3월 2일자로 서울대 경제학부 조성진 교수를 비상임위원으로 위촉했다. 비상임위원은 공정거래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위촉(임기 3년)한다.

조성진 공정위 비상임위원
조성진 공정위 비상임위원

조성진 신임 비상임위원은 2002년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고,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조교수, 서울대 경제학부 조교수 및 부교수 등을 거쳐 현재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당시 공정위는 “조성진 위원은 실증적 산업조직론 분야의 전문가로서, 한국응용경제학회 회장, 한국산업조직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며 “앞으로 산업조직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폭넓은 실증적 연구 경험 및 공정위 자문위원 활동 경험 등을 바탕으로 공정위 심결의 전문성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위촉 당시 조성진 교수는 아모레퍼시픽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활동 중이었지만, 직을 그대로 유지했다. 또한 위촉 직후인 2023년 3월 28일에는 임기 3년의 세아홀딩스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되기까지 했다.

8일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이 규제 대상인 기업체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것은 심각한 이해상충 문제를 야기하고, 위원회 의결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기업 관련 정책과 위반행위에 대한 조사 및 제재를 전담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됐음에도 불구하고, 규율 대상인 기업체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것에는 우려가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히 현재 공정위 출신 전관의 기업체 사외이사 선임도 비판받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고 조성진 공정위 비상임위원을 지적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공정거래위원회 구성을 위원장 1명, 부위원장 1명을 포함한 9명으로 하며, 그중 4명은 비상임위원으로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공무원 신분이 아닌 비상임위원의 경우 공정거래법 제63조의 정치운동 금지 외에 활동을 제약하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한편, 금융 정책과 감독의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조사ㆍ관리ㆍ감독하는 증권선물위원회의 경우 각각 1명과 3명의 비상임위원을 두고 있으며, 비상임위원에 대한 규율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또, 금융위원회법에는 위원의 ‘겸직 등의 금지’ 규정이 있지만, 이 규정은 금융위원회 비상임위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금융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의 비상임위원 중 기업체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금융위원회 위원 및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될 경우 곧바로 재직하던 사외이사 직에서 사임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공정거래위원회와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조성진 공정거래위원회 비상임위원의 기업체 사외이사 겸직은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기업이나 자본시장에서의 법 위반행위를 조사하고 제재하는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위원회 등 소속 위원이 규제 대상인 기업체의 사외이사를 겸직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원회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현재 금융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의 경우 비상임위원으로 위촉될 경우 재임하고 있던 기업체의 사외이사직을 사임하도록 하는 내부규정이나 관행이 존재해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보다 더 많은 비상임위원을 위촉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아무런 제약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감독기능을 수행하는 위원회 조직 자체적으로 비상임위원의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면, 결국 비상임위원에게도 상임위원에 준하는 수준의 겸직 등 금지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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