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엄상필 대법관은 4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고 보호하는 것이 법원의 임무임을 잊지 않으면서, 공동체와 다수의 이익을 함께 살피겠다”고 다짐했다.

엄상필 대법관은 이날 대법원에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취임식에서 “자유와 권리를 수호하면서도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선언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엄상필 신임 대법관은 “공정하면서도 신속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충실히 보장하는 것, 공동체의 정의 기준을 올바르게 정립하고 선언해 사회통합과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야말로 변치 않을 우리의 소명이자 책무이고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2월 29일 엄상필(55, 사법연수원 23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임명동의안은 재석 의원 찬성 242명, 반대 11명, 기권 10명으로 가결됐다.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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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엄상필 대법관 취임사 전문>

존경하는 대법원장님, 대법관님, 그리고 법원 구성원 여러분!

대법관으로서 막중한 소임을 시작하는 오늘 이 자리에 서서, 먼저 감사함과 무한한 책임을 실감합니다. 한편으로는, 결코 저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듯, 앞으로도 선후배·동료 법관과 법원 구성원 여러분의 가르침과 도움, 격려가 함께할 것임을 믿기에 든든하고 안심이 됩니다.

지난 한 달간 대법관 후보자로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사법부와 법관의 사명, 그리고 주권자의 기대는, 우리가 늘 다짐하고 개선하고 또 노력해 온 방향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공정하면서도 신속한 재판을 통하여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충실히 보장하는 것, 공동체의 정의 기준을 올바르게 정립하고 선언하여 사회통합과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야말로 변치 않을 우리의 소명이자 책무이고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여러분과 함께 그 길을 걸어가려고 합니다. 자유와 권리를 수호하면서도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선언하겠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고 보호하는 것이 법원의 임무임을 잊지 않으면서, 공동체와 다수의 이익을 함께 살피겠습니다. 실체적 진실 발견과 절차적 정당성의 실현, 그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사회적 다양성의 증가, 기술 발전 및 세계화의 흐름이 사법부에 던지는 질문을 심사숙고하여 적절히 대처하는 데에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또한, 우리가 발 딛고 선 땅을 엎드려 살피고, 고개를 높이 들어 어디로 가야 할지 멀리 바라보겠습니다. 왼쪽과 오른쪽을 빠짐없이 둘러보고, 뒤돌아서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세심하게 살피겠습니다. 눈 덮인 들판에 새로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곧 뒷사람의 길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겠습니다.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이 길을 가는 자세는 스스로 삼가고 또 삼가는 흠흠(欽欽)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송사를 듣고 다루는 근본은 성의(誠意)에 있음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합니다. 정성을 다하여 분쟁의 본질을 이해해야 하고, 법의 문언이나 논리만을 내세워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정의 관념을 외면해서도 안 됩니다. 경험과 시야의 한계를 인정하고 주위에서 지혜를 구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바로 이것들이, 오늘 시작의 자리에 선 저의 소망이고 다짐입니다.

오늘도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애쓰시는 대법원장님, 대법관님,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계신 법원 구성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늘 보람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3월 4일
대법관 엄상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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