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헌법재판소가 주당 노동시간을 52시간 상한제를 정한 근로기준법에 대해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청구인들은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 등이 청구인들의 계약의 자유, 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9년 5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근로기준법 제53조(연장 근로의 제한) 1항은 당사자(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합의로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는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제53조 1항은 ‘주 52시간 상한제 조항’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 28일 “근로기준법 제53조 1항은 계약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재는 “주 52시간 상한제 조항은 실근로시간을 단축시키고, 휴일근로를 억제해 근로자에게 휴식시간을 실질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입법목적에 적합한 수단이 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주 52시간 상한제 조항은 법정근로시간 외 근로가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로 이원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막고, 연장근로의 틀 안에 법정근로시간 외 근로를 일원화해 실근로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입법자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일정 부분 장시간 노동을 선호하는 경향, 포괄임금제의 관행 및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협상력의 차이 등으로 인해 장시간 노동 문제가 구조화됐다고 보고,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합의로 주 52시간 상한을 초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데,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또한 입법자는 주 52시간 상한제로 인해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의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 상한 제한에 대한 다양한 예외 규정 외에도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의 유예기간, 한시적인 상시 30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특례,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의 중복지급 금지 등을 마련했고, 정부도 각종 지원금 정책 등을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한편 입법자는 주 52시간 상한제로 인해 근로자에게도 임금 감소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근로자의 휴식을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정착시켜 장시간 노동이 이루어졌던 왜곡된 노동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따라서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이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주 52시간 상한제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주 52시간 상한제 조항으로 인해 계약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에 제한을 받지만, 오랜 시간 누적된 장시간 노동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은 더 크고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완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어, 주 52시간 상한제 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 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재는 “그러므로 주 52시간 상한제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청구인들의 계약의 자유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 최저임금위원회 안에 따라 최저임금 결정하는 최저임금법 위헌심판 각하

이와 함께 헌법재판소는 이날 최저임금위원회의 안에 따라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한 최저임금법 제8조 제1항 등에 대한 위헌심판 청구에 대해서는 각하했다.

헌재는 “최저임금법령 조항은 그 자체로 청구인들의 기본권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하지 않으므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 결정의 의의

이번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주 52시간 상한제가 비록 사용자와 근로자가 근로시간에 관하여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하고 사용자의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지만, 우리나라의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와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합리적이므로, 이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사용자와 근로자의 계약의 자유와 사용자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입법자는 기존에 법정근로시간 외에 연장근로와 휴일근로가 당연한 것으로 인식돼 주 68시간 근로제처럼 활용되어 온 근로시간법제의 왜곡된 관행을 개선하고자, 연장근로의 틀 안에 법정근로시간 외 근로를 일원화하는 주 52시간 상한제를 도입했다”며 “이 결정은 근로시간법제와 같이 다양한 당사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입법자의 역할을 존중해 위헌심사를 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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