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파트는 삼성그룹의 ‘비노조 경영’ 방침을 고수하기 위해 삼성그룹 내 노사관계에 관한 사령탑 역할을 하면서 계열사 노사문제를 수시로 확인ㆍ점검하고 계열사가 추진하는 노사정책 및 노사현안을 지휘ㆍ감독해 왔다”

“삼성그룹은 ‘그룹노사전략’을 토대로 그룹 차원에서 노동조합 설립 저지나 노조 무력화를 통한 ‘비노조 경영’ 방침을 계속 유지했다”

“삼성노조에 대한 업무방해 및 에버랜드 노조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등은 ‘그룹노사전략’에 따라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파트와 상황실이 삼성노조의 활동을 억제하고, 에버랜드 노조를 지배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에 따라 실현된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 위법행위이다”

이는 삼성그룹 차원에서 치밀한 계획에 따라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노동조합 와해 및 파괴에 대해 법원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내놓은 판결 내용이다.

특히 금속노조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전자서비스, 경총은 물론 소속 인사책임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청구대상자들에 대해 모두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기간에서 책임자로 있었던 2010년부터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으로, 2012년 6월부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으로 근무한 최지성 실장만 유일하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삼성전자 서초사옥

◆ 삼성그룹의 노사전략 수립 및 시행…미전실(미래전략실) 역할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2010년 12월 설치된 삼성그룹 미전실은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각 계열사 업무를 조정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인사지원팀 노사담당 임원인 강경훈 상무가 총괄했던 미전실 인사지원파트는, 삼성그룹 전체의 노사문제를 다루면서 각 계열사로부터 그 계열사의 자회사와 협력업체에 이르기까지 주요 노사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계열사 등의 주요 노사 문제를 수시로 확인하고 점검하면서 계열사가 삼성그룹의 노사전략에 따라 추진하는 노사 정책을 지휘 감독했다.

삼성그룹은 ‘노조는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방해물’이라는 인식 아래 줄곧 ‘비노조 경영’ 방침을 고수해 왔고, 2011년 7월부터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됨에 따라 삼성그룹 내에 금속노조 등을 상급단체로 하는 노조가 설립될 것을 염려해 더욱더 비노조 경영 방침을 공고히 하기로 했다.

특히 미전실 인사지원파트는 삼성그룹의 비노조 경영 방침을 구체화시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노조 대응을 위한 미전실과 계열사 간에 신속한 상황 공유 및 일사불란한 대응을 강조하면서, 미전실 주관 계열사별 복수노조 대응태세 점검, 노조 대응 전략 전파를 위한 그룹 화상회의 실시, 비노조 경영 철학을 견지할 수 있는 임직원 정신교육 강화, 노조원 개별 탈퇴 유도를 통한 노조 조기 와해, 노조 발생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거나 기존 노조 와해를 위한 인력(노무사 자격 소지자 등) 충원, 노조를 설립하거나 노조 활동을 할 것으로 우려되는 소위 ‘문제인력’에 대한 동향 파악, 노조 대응 활동을 위한 비상상황실 설치ㆍ운영, 교섭 과정에서 단체교섭 지연을 통한 노조 장기 고사화 등의 방법을 제시한 ‘그룹노사전략’을 매년 수립한 후 정기적인 사장단 세미나, 임원 교육, 노사 담당자 교육 등을 통해 계열사 등에 ‘그룹노사전략’의 시행을 순차로 지시했다.

2013년 10월 소위 삼성그룹의 ‘S그룹노사전략’ 문건이 폭로되면서 ‘그룹노사전략’이 명시적으로 계열사에 전파되지는 않았으나, 삼성그룹의 ‘비노조 경영’ 방침은 그 이후에도 큰 변화 없이 계속 유지돼 왔다.

‘그룹노사전략’에서는 2011년 7월부터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됨에 따라 계열사에 노조설립 가능성이 커지자 이를 막기 위해 소위 ‘문제인력’에 대한 집중 동향 파악 및 관리를 강조하고, 만약 진성노조가 설립되거나 설립될 것이 예상되는 경우 회사 차원에서 대항노조를 설립해 교섭대표 노동조합 지위를 획득하고 교섭권을 독점하는 등의 방법으로 진성노조의 활동을 방해하고, 진성노조 주동자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채증 등을 통해 형사고발, 징계 등의 방법으로 압박하고, 궁극적으로는 노조를 와해할 것을 강조했다.

미전실 인사지원파트는 ‘그룹노사전략’에 따라 ‘CEO 관심 지원’, ‘인사부서 역량’, ‘현장 조직관리’, ‘문제인력’, ‘노사교육’ 등을 평가요소로 해 실제 각 계열사 등의 복수노조 대응태세를 순차 점검하고, 점검한 내용을 수치화해 계열사 등의 점검 결과를 각 계열사 CEO 및 노사 담당 임원의 실적으로 평가했다.

월 1~2회 각 계열사 노사 담당자들 대상으로 그룹화상회의를 개최해 ‘그룹노사전략’을 전파하는 등 삼성그룹 내 계열사 등에 ‘비노조 경영’ 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계열사 등을 독려하는 한편, 계열사 등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문제인력 동향 등 각종 노사 관련 사항을 보고받아 오면서 삼성그룹의 노사 관리를 총괄했다.

◆ 삼성전자 노사전략 수립 및 시행

삼성전자는 복수노조 시행 전에는 노동조합(노조)을 설립하려는 주동자들을 개별면담 설득, 해외출장 등으로 조기 와해 또는 불가 시 세력 확산을 방지하면서 단체교섭 요구 지연 등으로 장기 고사화시켰다.

복수노조 시행 이후에는 공격적으로 ‘어용노조’를 만들고 노노갈등을 일으켜 노조를 무력화시킨다는 비노조 운영전략 등을 세웠으며,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의 복수노조 대응태세를 점검해 노조 대응 전략을 수립한 후 삼성전자 내 전 사업부, 자회사, 협력업체에 이르기까지 그 전략이 시행되도록 관리해 왔다.

◆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대응 전략 수립 및 시행

삼성그룹 미전실 인사지원팀 노사담당 상무는 당시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설립될 움직임을 보고받자, ‘그룹노사전략’’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건물에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인사팀 직원들을 상황실에 배치한 다음, 협력업체 및 노조 정보를 수집해 동향을 보고하게 했다.

또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총력대응, 경총을 통한 단체교섭 지연, 주동자 및 적극 가담자 징계 조치 등 차별적 취급, 공세적 직장폐쇄 및 폐업 유도, 노조 와해를 위한 조직 안정화(일명 그린화) 등 각종 노조 대응 전략을 수립해 구체적인 전술을 실행하게 하며,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임직원 등에게 그린화 추진 실적 등을 정기적으로 보고하게 하는 등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대응 활동을 하도록 반복적으로 지시했다.

에버랜드 인사지원실은 에버랜드 리조트사업부 직원으로서 평소 노조설립 의사를 표시해 온 조장희의 동향에 관해 2009년경 이후 지속적으로 미전실 인사지원파트에 보고해 왔다.

삼성전자와 관련해 금속노조는 “최지성, 강경훈 등은 미전실 소속으로 삼성그룹 전 계열사에서의 노동조합 업무방해, 장례 방해, 노조 탈퇴 종용, 조합원들에 대한 불법사찰, 부당징계, 표적감사, 취업방해 등을 통한 불이익처분 및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ㆍ개입, 단체교섭 해태 내지 교섭권 박탈 등의 불법행위를 총괄적으로 계획ㆍ시행ㆍ지시했다”며 “이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해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삼성물산의 직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하는 것을 꺼리거나 이미 가입한 조합원들이 탈퇴하는 등 금속노조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현저히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이에 피고들의 사용자인 삼성전자에 대해 위자료 3억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삼성전자서비스와 관련해 금속노조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대한 노조파괴 불법행위를 공모ㆍ실행했고, 이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해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조합원들이 사망하거나 금속노조를 탈퇴하는 등 금속노조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현저히 침해돼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며 위자료 1억 5000만원을 요구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삼성전자가 생산한 제품의 수리, 판매, 유지보수 등을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이다.

삼성물산과 관련해 금속노조는 “삼성물산 소속으로 에버랜드의 인사ㆍ노무 업무를 담당하면서, 노조 파괴 불법행위를 공모 실행하고, 금속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부당징계, 대항노조 설립 등의 불법행위를 했고, 이로 인해 삼성노조는 삼성물산과의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약 8년 동안 부당하게 행사하지 못하고, 조합원이 10명 정도에 불과하게 되는 등 금속노조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현저히 침해됐다”며 위자료 1억 5000만원을 요구했다.

씨에스모터스와 관련해 금속노조는 “씨에스모터스 인사담당자는 소속 근로자에게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탈퇴할 것을 회유, 협박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했고, 이로 인해 금속노조는 단결권 행사에 심각한 손해를 입었다”며 위자료 1000만원을 요구했다.

씨에스모터스는 에버랜드 협력업체로서 에버랜드 내 운행 차량의 운전원을 공급하는 법인이다.

◆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삼성물산의 주장은?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삼성전자의 사용자책임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개별적인 피용자의 가해행위가 불법행위의 일반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금속노조는 미전실 임직원들의 구체적 행위가 무엇인지, 그러한 행위가 불법행위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위 불법행위와 금속노조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등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맞섰다.

삼성전자서비스도 “삼성전자서비스의 임직원들이 관여한 불법행위가 무엇인지, 그로 인해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별도로 금속노조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했는지, 위자료 산정의 근거 등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고, 원고의 주장만으로는 피고들의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맞섰다.

삼성물산은 “강경훈 등의 삼성노조에 대한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는 취지의 판결은 2016년 12월 확정됐는데, 삼성노조의 조합원 수는 그 이후부터 2019년경까지도 증가하지 않았다”며 “강경훈 등의 불법행위로 인해 삼성노조에 조합원 수가 증가하지 않는 등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침해돼 금속노조에게 손해가 발생했는지의 인과관계에 대한 주장이 부족하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이 있는 서울법원종합청사
서울중앙지법이 있는 서울법원종합청사

금속노조는 소송대리인으로 법무법인 ‘여는’을 선임했고, 김유정ㆍ서범진ㆍ박준영 변호사가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재판장 정현석 부장판사, 안근홍ㆍ차현우 판사)는 2월 16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삼성물산,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최지성, 강경훈 등 41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금속노조가 청구한 금액은 6억 6000만원이다. 재판부는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등에 1억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등에 3000만원, 씨에스모터스에 300만원 등 총 1억 33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삼성그룹 인사지원팀 노사담당(상무) 후 미전실 인사지원파트 총괄 임원으로 근무한 강경훈 전무(부사장), 강경훈을 보좌한 김이훈 부장, 에버랜드 인사ㆍ노무 업무를 총괄한 이우석 인사지원실장(전무), 이우석 후임 정찬범 에버랜드 인사지원팀장(전무), 이우석ㆍ정찬범을 보좌해 에버랜드 본사 인사ㆍ노사 업무를 담당한 문지태 상무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됐다. 에버랜드 인사팀에 노사업무를 담당했던 부장, 차장 등도 포함됐다.

또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팀장(부사장)으로 근무했던 원기찬, 박용기, 정금용 전무도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됐다. 삼성그룹 미전실 인사지원팀에서 노사업무를 담당했던 목장균 전무, 강경훈을 보좌했던 김사필 상무, 목장균을 보좌한 신현진, 신현진을 보좌한 배일환, 배일환을 보좌한 신의창, 신의창을 보좌한 황치혁, 황치혁을 보좌한 박경태 등도 손해배상책임에 포함됐다.

삼성전자서비스 박상범 대표이사, 최평석 종합상황실장, 윤석한 인사지원그룹장도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등 금속노조가 책임을 추궁한 삼성과 경총 인사들 모두가 포함됐다. 다만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만 빠졌다.

◆ 삼성전자서비스노조가 금속노조에 가입한 이후의 부당노동행위만 손해배상책임 인정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노조)가 설립되기 이전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의 불법행위 중 2013년 7월 13일까지의 부당노동행위 등의 경우,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설립해 금속노조에 가입하기 이전에 이루어진 행위로서, 위 행위가 개별적인 근로자들에 대한 불법행위 또는 근로자들이 설립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금속노조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설립돼 금속노조에 가입한 이후인 2013년 7월 14일부터의 부당노동행위에 관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조합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회유ㆍ종용해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탈퇴하게 하고,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임금을 삭감당하게 하는 불이익을 줬으며, 노조의 교섭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단체교섭을 지연시키는 등의 행위를 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의 이러한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상급단체로서 단체교섭권 등의 권한을 갖게 되는 금속노조에게는 단결력(결속력)의 저하, 대내적ㆍ대외적 평가 저하와 같은 무형의 손해(비재산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봄이 타당하며, 금속노조의 조합원 수가 매년 증가했다는 사정만으로 금속노조에게 무형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며 “결국 피고들은 원고 금속노조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피고들은 “구체적인 불법행위의 태양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관련 형사소송 판결에서 ‘그룹노사전략’에 따른 협력업체 및 노조 관련 정보 수집, 그린화 등 각종 노조 대응 전략에 따른 구체적 전술 실행, 피고 경총을 통한 단체교섭 지연, 그린화 추진 실적 등 삼성그룹 미전실 임직원, 삼성전자 임직원, 삼성전자서비스 임직원, 협력업체 임직원들의 순차적 공모관계 등이 적시돼 있는 등 미전실과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임직원 등의 공모 경위와 각자의 역할, 개입방법이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고, 부당노동행위의 내용 등이 특정돼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들의 불법행위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 손해배상액 산정

재판부는 “노동3권의 큰 헌법적 의미는 근로자단체라는 사회적 세력의 창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노사관계에서 사회적 균형을 이루게 하고 이를 통해 근로조건에 관한 노사 간의 실질적인 자치를 보장하려는 데 있는데, 피고들은 삼성그룹의 ‘비노조 경영’ 방침 및 ‘그룹노사전략’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와해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 실행하고, 협력업체의 폐업을 유도하며, 협력업체 소속 노조원들의 탈퇴를 종용했고, 정당한 노조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을 하거나 단체교섭을 의도적으로 지연하는 등 법이 허용하지 않는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로 인해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및 금속노조의 헌법상 권리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등을 침해한 점, 이는 대규모 조직을 이용해 전국적으로 다수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조직적ㆍ계획적으로 이루어진 행위인 점,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상대적으로 직접적인 손해를 입은 측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및 구성원인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의 근로자들인 점, 그 밖의 피고들의 불법행위의 경위와 규모, 방법과 수단, 피해 정도, 금속노조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의 관계, 위 불법행위 이후의 피고들의 태도 및 피해 회복을 위한 피고들의 노력 등에 비추어, 금속노조에 대한 위자료는 1억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 삼성노조와 관련한 부당노동행위 손해배상청구

재판부는 “피고들의 업무방해, 부당노동행위 등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서, 삼성노조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조장희, 김영태 등에 대한 징계로 인해 삼성노조의 노조활동은 물리적으로 상당히 어렵게 되었고, 삼성노조원들에 대해 순차적으로 이루어진 각 징계는 삼성노조원 개개인에 대한 불이익한 취급을 넘어 삼성노조에 대한 압박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삼성노조의 교섭요구권을 봉쇄해 노조를 와해하기 위해 대항노조인 에버랜드노조를 설립해 대항노조와 단체교섭을 체결한 후 계속적으로 대항노조에 교섭대표 노조로서의 지위를 부여했는바, 이는 삼성노조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피고들의 불법행위 중 2013년 1월 13일까지의 삼성노조에 대한 업무방해, 에버랜드 노조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등의 경우, 삼성노조가 금속노조에 가입하기 이전에 이루어진 행위로서, 개별 근로자들에 대한 불법행위 또는 근로자들이 설립한 삼성노조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금속노조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삼성노조가 금속노조에 가입한 이후인 2013년 1월 14일부터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강경훈 등은 삼성노조가 금속노조에 가입하자 2013년 2월 친사적 성향의 직원을 대항노조에 가입시켜 새 집행부를 구성하고 대항노조로 하여금 한국노총에 가입하도록 했으며, 2013년 삼성노조가 각종 행정소송에서 승소해 상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되자, 2014년 6월 대항노조의 노조위원장을 교체하고, 2기 노조위원장에게 대항노조의 업무를 인수ㆍ인계하는 등 대항노조 노조원 탈퇴 및 노조원 수 확보와 조정에 개입했음을 알 수 있다”며 “피고들의 이러한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삼성노조의 상급단체로서 단체교섭권 등의 권한을 갖게 되는 금속노조에게는 단결력(결속력)의 저하, 대내적ㆍ대외적 평가 저하와 같은 무형의 손해(비재산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들의 행위는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그룹노사전략’을 구체화시킨 것으로서, 피고

들이 ‘비노조 경영’의 기조 아래 노조설립 저지 및 조기 와해와 삼성노조의 무력화를 위한 대항노조 육성 및 투입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고 미전실과 에버랜드 상황실이 상호작용한 일련의 행위라 평가할 수 있고, 강경훈 등 일부 피고들이 직접 실행행위를 하지 않았거나 구체적인 보고가 되지 않은 행위에 대하여도 상호간에 공모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 “미전실 인사지원파트는 삼성그룹 노사관계 사령탑”

재판부는 “미전실 인사지원파트는 삼성그룹의 ‘비노조 경영’ 방침을 고수하기 위해 삼성그룹 내 노사관계에 관한 사령탑 역할을 하면서 계열사 노사문제를 수시로 확인ㆍ점검하고 각 계열사가 추진하는 노사정책 및 노사현안을 지휘ㆍ감독해 왔다”며 “인사지원파트는 계열사 임원 대상 노사교육을 통해 ‘그룹노사전략’을 계열사에 지시 및 전파했고, 복수노조 대응태세 점검, 임원 인사평가 등을 통해 계열사가 ‘그룹노사전략’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면서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노사전략을 재구성하는 등 삼성그룹 내 각 계열사 노사문제를 전방위적으로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미전실의 지위와 역할 등에 비추어 ‘그룹노사전략’은 단순히 계열사들의 참고자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속력이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삼성그룹은 ‘그룹노사전략’을 토대로 그룹 차원에서 노조설립 저지나 노조 무력화를 통한 ‘비노조 경영’ 방침을 계속 유지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룹노사전략’은 상정하던 실제상황(삼성노조 결성 시도)이 발생하자 세부 실행계획이 담긴 ‘에버랜드 대책’으로 구현돼 그 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실행되었고, 에버랜드 상황실 설치는 ‘비상상황실 확대보강’, ‘상황대응 공조체제 구축’이라는 ‘그룹노사전략’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각 문건들이 가지는 역할과 의미의 중요성이 확인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삼성노조에 대한 업무방해 및 에버랜드 노조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등은 ‘그룹노사전략’에 따라 미전실 인사지원파트와 상황실이 삼성노조의 활동을 억제하고 에버랜드 노조를 지배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에 따라 실현된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 위법행위”라며 “미전실은 상황실 보고를 기초로 복수노조제도 시행과 삼성노조 설립 초기 단계부터 삼성노조 조기 와해 및 장기 고사화와 대항노조 설립 및 운영이라는 포괄적 계획을 세워 실행체계를 구축했고, 피고들은 각자가 맡은 역할분담에 따라 그 계획에 따른 구체적인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성노조에 대한 업무방해 및 에버랜드 노조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등은 ‘미전실 인사지원파트 - 에버랜드 본사 - 에버랜드 리조트사업부’로 이어지는 지시 및 보고체계 아래 에버랜드 내에 설치된 상황실을 통해 장기간 이루어진 조직적 범죄행위로서 이에 대한 실행체계가 한 번 구축되면 중도에 업무담당자들이 교체되거나 직급 또는 소속이 변경되더라도 범행이 지속됐다”고 밝혔다.

◆ 씨에스모터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재판부는 “씨에스모터스 인사담당자의 부당노동행위는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이러한 부당노동행위는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삼성노조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금속노조에 단결력(결속력)의 저하, 대내적ㆍ대외적 평가 저하와 같은 무형의 손해(비재산적 손해)가 발생했다”며 “인사담당자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씨에스모터스는 사용자로서 민법의 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위자료는 300만원을 인정했다.

◆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 손해배상책임 인정

재판부는 “경총 소속 피고들은 삼성 측에서 ‘성수기를 피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구체적인 단체교섭 지연 방안을 검토하고, 이러한 내용은 경총 및 협력업체들에 의해 그대로 실행된 점, 이는 삼성 측과 경총이 상호 의사 연락하에 단체교섭 요구에 대한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협력업체의 단체교섭을 경총에 위임하도록 해 대응전략에 따라 단체교섭 지연 방안을 실행한 것으로 봐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단체교섭 해태로 인한 부당노동행위에 공모ㆍ가담한 사실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노조장 장례 치러지지 못한 것은 불법행위 아냐”

금속노조는 삼성전자지회 노조파괴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조합원 사망과 장례를 ‘노조장’으로 치르지 못하게 사측이 방해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보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삼성전자서비스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분쟁에 개입하고,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사실과 이런 행위는 공무원으로서의 청렴의무를 위반한 행위이나, 이 행위는 형사처벌을 받았을 뿐, 망인 내지 금속노조가 이 범행의 피해자라거나 이로 인해 어떠한 정신적 내지 무형적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망인의 부친이 망인의 장례를 노조장으로 치러야 할 의무는 없고, 망인의 장례가 가족장으로 치러졌다고 이를 망인의 시신을 금속노조로부터 탈취한 행위로 평가하기 어려우며, 망인의 장례가 노조장으로 치러지지 못한 것이 금속노조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 최지성 삼성그룹 전 계열사 부당노동행위 책임 불인정

한편, 금속노조는 “최지성은 삼성그룹 미전실의 실장으로 근무하던 사람으로 최지성 또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등에 관여했으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사는 2018년 12월 삼성전자서비스 박상범 대표이사가 ‘최지성으로부터 부당노동행위를 지시받는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등 최지성이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최지성에 대한 불기소처분(혐의없음)을 하고, 서울고등법원은 불기소처분에 대한 재정신청을 기각했다”며 “최지성이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이루어진 부당노동행위 등을 총괄적으로 계획, 시행, 지시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