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에서 활동한 김남근 변호사는 이재용 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불공정한 합병비율을 현란한 법리로 정당화하고 있다”, “확정된 다른 관련 사건들의 유죄 판결과 모순된다” 등 조목조목 비판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이재용 재벌총수 이익을 위한 전형적인 계열회사 간 합병 사례로 ‘코리아 디스카운드’라고 규정하면서 항소심에서 제대로 면밀한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2 형사부(부장 박정제ㆍ지귀연ㆍ박정길)는 지난 2월 5일 삼성물산 불법합병 사건 1심 재판에서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행위를 통한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배임, 로직스 재무제표 거짓 공시 및 회계분식 행위로 인한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오기형ㆍ박용진 국회의원은 지난 2월 21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1심 판결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는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사회를 진행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인 김종보 변호사가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재용 1심 무죄 판결문을 분석해 발표했다.

지정토론자로는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인 김남주 변호사, 류신환 변호사,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김남근 변호사는 ‘1심 판결의 의미와 다른 판결과의 비교’를 주제로 발제했다.

오기형 국회의원과 김남근 변호사 / 사진=오기형 의원 페이스북
오기형 국회의원과 김남근 변호사 / 사진=오기형 의원 페이스북

발제 자료집에서 김남근 변호사는 먼저 “재벌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 간 합병에서는 계열회사 간 치열하고 대등한 교섭을 통해 합병비율 등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계열회사 모두를 지배하는 재벌총수 등의 이익을 위해 합병비율 등의 합병조건이 정해지고, 그에 따라 어느 한쪽 계열회사 주주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따라서 재벌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 간 합병문제를 각 당사자 회사 간 대등교섭을 통해 합병하는 상법상의 일반적인 합병과 동등하게 보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양 합병기업 주주의 이익이 아니라 계열회사를 지배하는 재벌총수의 이익을 위해 합병비율 등이 정해져 합병이 추진됐다고 보고 있다.

김남근 변호사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이재용 회장과 일가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42.12%)이 삼성물산(1.37%)보다 1 : 0.35의 훨씬 더 높은 가치로 책정되면서 이재용 회장 일가는 막대한 금전적 이익을 가져갔다”며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주식 3.51%(약 8조원)도 갖고 있어 이재용 회장은 금전적 이익은 물론 지배력 강화를 얻을 수 있었다. 그만큼 국민연금을 비롯한 삼성물산 주주들은 손실을 봤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소수주주에서 지배주주로 부(富)의 이전’도 일어나고, 이것은 형사, 민사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법적 분쟁사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김남근 변호사는 그러면서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제일모직-삼성물산 불법합병 사건에서도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이라는 법적 근거가 없는 그룹 차원의 경영지휘 조직의 지휘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증권 등 그룹계열사가 총 동원돼 이재용 부회장에 유리한 합병조건으로 합병이 추진됐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재벌총수의 이익을 위한 계열회사 간 합병 사례”라고 주목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한국의 재벌 기업집단 내의 계열회사의 경영진이나 이사회는 재벌총수로부터 독립해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해 경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공시되지 않는 재벌그룹 차원의 경영작업을 통해 계열회사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한국 대기업 가치가 낮게 평가될 수밖에 없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사례”라고 진단했다.

그는 “제일모직-삼성물산 불법합병 사건에서도 삼성물산 이사들은 회사와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는 합병에 대해서 제대로 된 문제 제기나 반대도 하지 않고, 거수기 역할만 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관련 이사들이 불법행위에 가담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사들이 손해배상 책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은 크다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같은 경우라면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한국 대기업에서는 제일모직-삼성물산 불법합병 사건과 같은 우발적인 손실 발생이 항상 내재하고 있어, 이것이 한국 대기업의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소위 ‘Korea Discount’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언하는 김남근 변호사
발언하는 김남근 변호사

◆ 법 앞에 평등의 헌법이념 : 재벌총수 재판에서는 무력화

김남근 변호사는 “재벌총수에 실형을 선고하면 재벌 기업집단이 경영 위기에 빠지고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위기가 온다는 논리로 일부 언론들은 법원에 재벌총수들의 범죄 내용의 경중에 상관없이 집행유예를 압박하고 법원은 이러한 여론적 압박, 자신들이 판단하기 어려운 경제영역에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 등으로 재벌총수에게 집행유예형을 선고할 수 있는 최대 징역형인 3년에 집행유예 기간의 최대인 5년의 집행유예를 선고해 왔다”며 “이에 대해서는 소위 3ㆍ5룰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남근 변호사는 “그러나 최태원 SK 회장이 실형을 받고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SK 그룹이 재계 순위가 크게 오르고,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기간 동안 최대의 실적을 올리는 등 기업경영에 문제가 없어 실증적으로 위와 같은 총수 개인의 형사처벌이 재벌 그룹의 경영위기로 이어진다는 논리는 설득력을 잃어 왔다”고 지적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오히려, 이러한 법원의 재벌총수에 대한 양형 특혜로 ‘법 앞에서 만인은 평등하다’는 헌법 이념을 구현하는 사법부의 신뢰가 크게 실추되는 원인이 돼 왔다”며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뇌물제공과 횡령죄 등에 대해서 실형이 선고 됐으나, 그 뒤 가석방과 사면을 통해 형사처벌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유독 재벌총수에 대해서는 거의 필요적으로 이루어지는 사면의 남용 문제에

대해서도 사회적 비판 여론이 높아진 상태”라며 “삼권분립의 헌법 원리상 사면은 행정부가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할 수 있는 것이어서, 과거 군사독재 정권 시대의 시국사범과 같이 과거 사법부의 재판에 대한 반성적 평가를 바탕으로 매우 제한된 범위에서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남근 변호사는“재벌총수의 부패범죄에 대한 처벌은 사법부가 재판제도를 잘못 운영했다고 반성적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어서 사면제도의 취지상 사면대상이 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와 삼성그룹의 정경유착 사건은 재벌 기업 총수 개인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각종 지원을 받기 위해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사건이라는 특색이 있고, 사라진 것으로 알았던 정경유착의 폐습이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사회적 충격을 줬다”고 환기시켰다.

◆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ᆞㆍ계획적으로 추진돼 온 삼성의 경영권 승계작업

김남근 변호사에 따르면 주력회사인 삼성전자나 삼성물산의 주식가치가 높기 때문에 삼성 총수 일가는 이재용 삼성 회장이 자기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활용해 자산을 증식하며 주력회사에 대한 경영권 승계작업을 추진했다.

1994년 이건희 전 회장으로부터 61억 4,000만원(증여세 제외 40여억 원)으로 삼성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아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매입한 후 해당 계열사를 상장하는 방식으로 초기에는 자금을 증식했다.

증식자금으로 가지고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과정에서 다른 주주인 계열사들은 실권하는 방식으로 헐값(주당 7,700원)으로 전환사채 인수해 에버랜드 31.7%의 주식을 확보했다.

그 뒤 에버랜드가 주력회사인 삼성전자의 지분 7.21%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매입해 이재용(31.37%) → 에버랜드(19.34%) → 삼성생명(7.21%) →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보험회사인 삼성생명이 고객이 맡긴 자금을 가지고 계열사 삼성전자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금산분리의 원칙에 어긋난다.

삼성생명의 상장으로 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가치가 상승해 에버랜드 보유 자산 중 삼성생명 주식가치 비중이 50%를 초과함으로써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한다.

삼성물산(4.06%) → 삼성전자(20.38%) → 삼성SDI(7.18%) → 삼성물산의 순환출자 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이러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야 하는 문제도 안고 있다.

결국 주력회사 삼성전자를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2개 계열사가 지배하는 구조가 모두 금융지주회사법, 공정거래법 위반 문제가 있고, 보험업법이 개정 압박에 따라 개정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할 수 있는 삼성전자 주식 지분이 크게 줄어들어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는 문제가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남근 변호사는 “이건희 전 회장이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가 되자, 본격적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역할을 하는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전략으로 에버랜드(제일모직으로 상호변경)와 삼성물산 합병이 추진됐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재용 부회장이 31.37%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에버랜드는 삼성그룹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계열사로 회사 가치가 작고, 삼성물산은 시공 능력 1위의 건설, 무역 등의 주력사업을 수행하는 주력 계열사여서 회사 가치가 큰데 이재용 부회장이 주식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짚었다.

김남근 변호사는 “이재용 부회장이 합병 후 삼성물산의 주식 지분을 많이 가지게 하려면 에버랜드의 회사 가치를 높이고 삼성물사의 회사 가치를 낮게 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이미 삼성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인 바이오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놀이동산 운영하는 에버랜드의 자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제일모직을 에버랜드와 합병시키고 새로운 신사업을 에버랜드가 추진하게 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에버랜드의 회사 가치를 높이려는 일련의 작업이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에버랜드의 회사 가치를 높이려는 그룹 차원의 일련의 작업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에서 삼성전자 다음으로 큰 주력회사여서 합병비율의 산정에서 적어도 삼성물산이 에버랜드 보다는 훨씬 높은 비율로 평가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에버랜드 : 삼성물산 = 1: 0.35로 합병비율이 정해졌다.

김남근 변호사는 “이에 삼성물산과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한 부당한 합병비율로 삼성물산 이사회와 삼성물산 주요주주인 국민연금 등은 합병 반대 의결을 해야 한다는 의결권 자문회사들의 의견이 개진됐으나, 결국 삼성물산 이사회가 합병 찬성을 결의해 그룹차원의 지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과 함께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합병찬성 의결해 박근혜 정권 차원의 지원이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 이재용 회장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법적 분쟁과 주요 범죄행위

① 삼성그룹 차원에서 에버랜드의 주식가치를 높이고 삼성물산의 주식가치를 낮추려는 시세조정 등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와 제일모직 자회사인 바이오로직스의 콜옵션 부채에 따른 자본잠식 회피와 합작투자회사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에 따른 자본잠식 회피를 위한 분식회계 행위 등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

② 삼성물산 회사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리한 합병비율로 합병이 추진되는데도 이사들이 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의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이사회에서 합병결의를 하도록 한 행위 등 특정경제가중처벌법(배임) 위반 행위.

③ 삼성물산 주주로 불리한 합병비율로 합병 반대를 해야 하는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을 하도록 하기 위해 박근혜 정권에 삼성전자 자금을 횡령해 뇌물을 제공하고 보건복지부장관 국민연금 기금본부장 등을 통해 합병 찬성 의결을 하도록 행위와 그 밖에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괄적 지원을 기대하고 삼성전자 자금을 횡령하여 뇌물을 공여한 행위.

④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한 합병이어서 증권사가 고객에게 합병 찬성을 권고하는 행위는 고객의 이익에 반하는 이해충돌 행위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삼성증권으로 하여금 고객으로 삼성물산 주식을 가지고 있는 소액주주들에게 위계로 합병찬성을 하도록 한 행위.

⑤ 합병 찬성 후 삼성물산 주가가 하락해 부당합병 문제가 발생하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폭주하는 것을 막으려고 인위적인 합병 후 삼성물산 주가관리 행위.

◆ 판결의 주요 쟁점과 다른 재판과의 모순점

박근혜 전 대통령,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국민연금으로 하여금 1 : 0.35의 불리한 비율에도 불구하고 찬성의결을 하도록 한 것이 직권남용죄에 해당하고, 이러한 외압에 의해 국민연금에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찬성의결을 하도록 한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확정됐다.

이 사건 제1심 재판부도 당시 많은 의결권 전문기관 등이 반대의견을 내고,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업무상배임죄로 처벌받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김남근 변호사는 “기금운용본부장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보건복지부장관을 거쳐 찬성의결을 하도록 지시한 것이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는 확정 판결이 있었다는 점과 결합해 보면, 1 : 0.35의 합병비율은 국민연금에 피해를 입히는 불공정한 합병비율이라는 판단이 확정된 선행 관련 형사재판에서 있었던 것”고 짚었다.

김남근 변호사는 “결국, 이재용 부회장 개인에게 이익이 되고 다른 주주들에게는 손해가 되는

불공정한 합병비율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제일모직의 주식가치를 높이기 위한 일련의 작업, 삼성물산의 주식가치를 낮추기 위한 일련의 작업, 찬성의결을 관철시키기 위한 이사회 결의 지시, 국민연금의 찬성의결 유도 등의 일련의 행위가 이 사건 시세조정 등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의 내용인데, 가장 기초가 되는 불공정한 합병비율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그 기초 위의 여러 작업, 행위 등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을 하게 된 것”이라고 이번 이재용 무죄 판결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2019년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수수 사건과 이재용 부회장 뇌물공여 사건에서 대법원은 삼성 미래전략실 주도로 이재용 부회장의 자기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그룹의 지배권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목적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실행되었고, 포괄적인 경영권승계 작업에 대한 지원을 묵시적으로 청탁하며 뇌물이 제공됐다고 판단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하지만, 이 사건 제1심 판결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주력회사인 삼성물산의 지배력 확보를 해 주게 하려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는지, 다른 사업적 목적이 주된 목적이었는지 여부에 대한 분석작업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사실상 경영권 승계가 ‘유일한 목적’일 때만 합병 목적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셈”이라며 “이미 확정된 선행 판결과 모순되지 않으면서 다른 결론을 내리려고 한 것으로 보이나, 선행 판결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되고 적어도 경영권 승계의 목적과 사업적 목적 중 주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 분석하고 밝히려는 판단 작업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 업무상 배임죄

합병비율 1 : 0.35의 비율에 의해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고, 이사들이 “전체 주주”들을 위한 사무를 처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무죄 판결을 했는데, 가장 기초적 사실인 1 : 0.35의 합병비율에 대해서 주주들이 피해를 보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이 전제가 되고 있다.

김남근 변호사는 “이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주주인 엘리엇도 국민연금도, 일성신약도 피해를 본 것이 없어서 기존의 국제중재 판정이나 일성신약 주식매수가격 결정 재판,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직권남용죄와 기금운용본부장의 배임죄 유죄 판결과도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이 사건 제1심 결론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국제중재판정에 따라 엘리엇 등에

배상해야 하는 대한민국은, 과연 삼성물산과 이재용 회장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가 문제된다”며 “자칫 대한민국만 국민의 세금으로 거액의 배상을 하고 이를 삼성물산이나 이재용 회장에게 구상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합병 전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이 33%정도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추가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해 올 가능성도 있는데, 이 경우 대한민국은 계속 국민의 세금으로 배상을 하면서도 합병으로 이익을 얻은 이재용 회장과 삼성물산에 대해서는 구상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부정의한 결과가 된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김남근 변호사는 “이 사건 제1심 판결은 방대한 판결 내용에도 불구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관련한 여러 의문점을 그대로 남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 “1심 무죄, 항소심에서 제대로 점검하면서 면밀한 판단 받아봐야”

김남근 변호사는 “이 사건 1심 판결은 재벌그룹의 그룹 지배관리 조직의 지휘하에 합병 과정에서 그룹의 주력기업인 합병된 삼성물산에 대한 재벌총수의 지분을 자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최대한 확보하려는 방향으로 합병비율 등을 정해 이를 실현한 전형적인 계열회사 간 합병을 마치 대등한 교섭을 통해 이루어진 일반적인 회사합병으로 보고 판결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삼성물산의 자산평가액의 3.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해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삼성물산 가치평가를 전제로 합병비율이 정해졌다”며 “이러한 사실관계에 때문에 합병 당시 많은 의결권 전문분석 기관들의 분석이나 국민연금 내부의 의견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낮게 평가돼 반대의결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뇌물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과 보건복지부장관의 직권남용행위와 기금운용본부장의 배임 범죄행위로 국민연금이 찬성의결로 돌아선 결과 간신히 찬성의결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 지금까지의 여러 재판을 통해 확인된 사건의 경위”라며 “이 사건 제1심 판결은 불공정한 합병비율을 현란한 법리로 정당화하고 있으나, 이와 같은 사실관계에 크게 벗어난다”고 비판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더욱이 아니라고 판결문에서는 일부 부인하지만, 이미 확정된 다른 관련 사건의 사실관계 판단과 모순되는 여러 판단을 하고 있다”며 “결국, 이 사건 제1심 판결은 항소심에서 종전 판결들을 통해 확인되었던 기초적 사실관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배경이나 목적, 계열회사 간 합병의 특수한 문제 등을 제대로 점검하면서 다시 면밀한 판단을 받아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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