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추진위원회에서 계약자에게 조합의 가입철회 및 가입비 등의 반환에 대한 주택법상의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봐 계약금 반환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B(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는 대전에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신축 사업을 추진한다. C는 그 업무대행사다.

A씨는 2021년 12월 22일 B와 업무대행사가 운영하는 홍보관에 방문해 업무대행사 직원인 과장(H)과 팀장(F)을 만나서 지주택 아파트 사업에 관한 설명을 들은 후 가입비 명목으로 1차 계약금 1500만 원을 납부했다. A씨는 이날 수납확인이 찍힌 가입계약서와 입금확인증을 교부받았다.

A씨는 다음 날 다시 홍보관에 방문해 팀장(F)을 만났다. 이때 A씨 아들은 ‘계약을 무르는 게 옳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팀장은 A씨 아들과 통화하며 “이미 가입계약은 체결되었고 부적격분 아파트를 계약한 것이어서 철회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계약은 그대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완강한 입장으로 대했다.

팀장은 A씨에게 분양될 아파트가 기존 계약자의 분양 자격 부적격으로 인해 추가로 가입자를 모집한 세대에 해당하므로 소위 ‘부적격 세대’ 아파트를 계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팀장의 이런 설명을 들은 A씨는 계약을 진행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꾸고, 이날 정식 조합가입계약서를 작성했다.

위 조합가입계약서에 딸린 ‘조합가입계약 설명 확인서’에는 상당히 작은 글자로 “가입철회, 조합탈퇴 및 환급에 관한 사항”이라는 제목하에 안내 문구가 적혀 있다. A씨가 그 옆의 확인함 [ ] 란에 펜으로 V 표시를 했다.

그러나 팀장(F)을 비롯해 업무대행사 직원 누구도 위와 같은 계약체결 전후 과정에서 A씨에게 구두로 가입철회 부분을 읽어주며 설명한 바는 없다.

A씨는 정식 조합가입계약서를 작성한 15일 뒤인 2022년 1월 7일 제2차 계약금 2000만원을 납부했다.

그런데 A씨는 2022년 2월 18일 금융기관 중도금 대출이 거절된 뜻밖의 상황을 만났고, 이 문제로 팀장(F)과 전화 상담했다. 자금 마련이 곤란해진 A씨는 중도금 납입 연체 시 지연손해금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팀장은 A씨가 계약자 명의를 포기(계약 해지)하면 ‘업무추진비 상당 3300만원’의 손해를 입게 되신다고 하면서, 지연손해금이 그보다는 적을 것이라는 이유를 거론하며 계약 유지를 권유 또는 유인했다.

즉, 팀장은 A씨가 계약을 포기하면 3300만원 정도가 반환금에서 공제되므로, A씨가 손해를 입게 된다는 설명만 함으로써 계약 이행을 이대로 진행할 것을 권유한 것이다.

A씨는 2022년 3월 11일 B에게 계약을 취소ㆍ해제한다는 뜻을 적은 내용증명 우편물을 보냈다.

요컨대, 2021년 12월 23일 당시 A씨 아들(J)은 철회권을 행사한다며 전날 납입한 1500만 원의 반환을 요구했고, A씨는 입장이 다소 모호했었는데, J와 통화한 팀장은 요구를 거부하면서 반환이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팀장의 이러한 설명과 완강한 입장에 영향을 받아서 A씨는 그냥 정식 계약서를 작성ㆍ교부받기로 했고, 그 후 제2차 계약금도 납입했다.

대전지방법원(대전지법)
대전지방법원(대전지법)

대전지방법원 민사20단독 오현석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와 업무대행사를 상대로 계약금을 돌려달라며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지주택 추진위는 A씨에게 계약금 3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며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오현석 부장판사는 “피고는 ‘위약금 발생 때문에 1500만원 환불은 불가능해서 그렇게 말한 것이지, 무조건적으로 해지 자체가 불가라고 말한 취지는 아니다’라고 변명한다”며 “하지만, 이는 ‘모집주체는 주택조합의 가입을 신청한 자에게 청약 철회를 이유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 주택법 제11조의6 제6항에 어긋나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오현석 부장판사는 “뿐만 아니라 팀장이 실제 그처럼 설명한 바가 있다면, 이는 팀장이 위 법률 규정을 몰각해 거짓 설명을 한 것이고, 주택법 제11조의4 제1항의 설명의무도 실질적으로 위반한 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주택법 제11조의4(설명의무) ①모집주체는 제11조의3 제8항 각 호의 사항을 주택조합 가입 신청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현석 부장판사는 “팀장(F) 등이 청약 철회와 가입비 반환에 관해 원고에 구두 설명을 정확하게 해주었어야 비로소 주택법상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피고 측 직원 누구도 원고에게 철회권, 철회기간에 관해 구두 설명을 함으로써 설명의무에 관한 주택법령을 충실히 준수했다고 볼 만한 정황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오현석 부장판사는 “비록 설명확인서에 원고가 가입철회 안내를 확인했다는 란에 V 표시를 했기는 하나, 그러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측이 주택법상의 설명의무를 이행했다는 반증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현석 부장판사는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더 있다. 계약서 6쪽의 제9조에는 볼펜으로 밑줄 치거나 동그라미 표시한 곳이 없다. 이는 계약서 11쪽의 제12조 제4항(위약금 발생) 부분은 볼펜으로 동그라미와 별표가 표시돼 있으니 피고 측 직원이 구두 설명을 했으리라 추정되는 것과 대조된다”며 “설명의무 위반 외에도 피고 측 행동은 주택법 제11조의6 제2항(철회권 보장), 제6항(위약금 또는 손해배상 청구 금지)에 어긋나는 것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오현석 부장판사는 “피고 측 직원의 법령상 여러 조항들의 위반행위는 단순하고 사소한 위반이 아니고, 적극적 기망으로써 원고를 속인 데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따라서 원고는 민법 제110조에 의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오현석 부장판사는 “결국 원고와 피고 B가 맺은 계약은 원고의 취소 의사표시가 적힌 내용증명 우편물이 도달한 때에, 늦어도 이 소장의 부본이 도달한 때에 적법하게 취소됐다”며 “그렇다면 B는 원고에게 35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한편, 업무대행사 청구에 대해 오현석 부장판사는 “원고는 업무대행사도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나, 조합가입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대행사”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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