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경찰이 자동차판매연대지회 김선영 지회장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던 사건에서, 김선영 지회장이 얇은 스티로폼 피켓으로 경찰을 폭행했다는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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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판결문에 따르면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 김선영 지회장은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복직 또는 고용승계 등을 요구하며 집회ㆍ시위를 해왔다.

그런데 검찰은 김선영 지회장이 2022년 11월 24일 오전 8시 28분경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현대자동차 오토웨이 타워 앞 인도에서 시위를 하던 중, ‘소음이 크다’는 내용의 112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B경위가 채증영상을 휴대폰으로 촬영한다는 이유로 들고 있던 피켓을 B경위의 얼굴을 향해 1회 휘둘러 폭행해 경찰관의 범죄예방 및 증거수집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며 기소했다.

경찰에 제압당하는 김선영 지회장 / 사진=금속노조
경찰에 제압당하는 김선영 지회장 / 사진=금속노조

이 사건은 김선영 지회장이 피켓을 들고 현대기아자동차를 상대로 판매 비정규직 노동자의 기본급 및 4대보험 적용, 고용승계를 요구하다, 경찰이 김선영 지회장의 목을 조르고 수갑으로 체포해 인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형사8단독 이지훈 판사는 지난 2월 16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선영 지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지훈 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에서의 폭행에 해당한다는 사실, 피고인에게 고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지훈 판사는 “당시 피고인이 들고 있던 선전 피켓의 재질, 크기, 무게 등에 비춰, 가벼워서 쉽게 흔들릴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므로 피고인이 선전 피켓을 경찰관의 얼굴 앞으로 들어 올릴 때 흔들렸다는 것만으로 피고인이 경찰관에 대한 폭행의 의사로 선전 피켓을 들어 올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티로폼 선전 피켓의 두께는 0.7~0.8cm, 가로 60cm, 세로 89cm로 아래위로 흔들면 휘어져 바람에 날리고, 엄지와 검지로 들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재질이다.

B경위는 “피고인이 들어 올린 선전 피켓이 얼굴에 닿았고, 손가락 부상도 입었다”고 진술했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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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판사는 “그러나 CCTV 영상 재상 결과, 선전 피켓이 얼굴에 닿았는지 불분명하고, 얼굴에 상처가 생기지 않았다”며 또 “영상에서 선전 피켓이 경찰관의 손가락에 닿았는지도 역시 불분명하고, 선전 피켓의 재질, 크기, 무게 등에 비춰 손가락 상처가 생길 수 있는 정도인지도 의문이 든다”고 짚었다.

이지훈 판사는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공무집행방해의 현행범으로 체포한 직후 모습을 촬영한 영상에서 B경위는 피고인의 동료로부터 체포 이유를 질문 받자, 선전 피켓을 휘둘렀다는 언급은 없이 ‘욕을 했다’는 취지로 말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지훈 판사는 “피고인이 선전 피켓을 들어 올린 때는 B경위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피고인의 모습을 촬영하고자 하던 때로, 이를 막기 위해 선전 피켓을 들어 올렸다는 피고인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지훈 판사는 결론적으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무죄를 선고하면서, 판결 요지를 공시했다.

◆ 국가인권위 “경찰 과도하게 제압한 행위로 공권력 남용”

한편, 이 사건은 김선영 지회장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는데, 2023년 5월 인권위는 “과도한 공권력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경찰관들은 피해자(김선영)가 선전 피켓으로 B경위의 얼굴을 2회 내려치는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한다”며 “CCTV 영상을 보면, 피해자가 경위를 향해 선전 피켓으로 1회 막는 것에 불과하고, 스티로폼 선전 피켓의 두께는 0.7~0.8cm, 가로 60cm, 세로 89cm로 아래위로 흔들면 휘어져 바람에 날리고, 엄지와 검지로 들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재질로 경찰관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CCTV 영상을 보면 피해자가 경찰관들에게 ‘스스로 가겠다’고 18회 밝히는 점 등을 볼 때,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등 당장 체포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급박한 사정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인권위는 “당시 경찰관들은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한 후, 필요한 경우 임의동행을 요청하거나, 피해자가 거부할 경우 일반적인 형사입건 절차를 통해 피해자가 조사받도록 하는 것이 상당한데, 피해자가 제출한 CCTV 영상에 따르면, 경찰관들은 수갑이 채워지지 않자 피해자 뒤에서 목을 젖혀 넘어뜨려 앉힌 후, 머리를 누르고 제압해 수갑을 채웠다”며 “이러한 체포 과정의 장소가 큰 도로변 노상으로 피해자가 시민들에게 노출됨으로써 수치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는 “따라서 경찰관들이 피해자를 공무집행방해죄 현행범인으로 체포하면서 피해자의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음에도 과도하게 제압한 행위는 당시 상황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공권력 행사의 남용으로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피해자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국가인권위는 소속 경찰서장에게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관 2명을 포함한 지구대 소속 직원들 대상으로 현행범인 체포 시 과도한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직무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권고했다.

◆ 금속노조 “경찰의 무리수가 법원에도 퇴짜…김선영에 사과하라”

이번 판결에 대해 금속노조는 20일 성명에서 “노조 혐오에 휩싸인 경찰의 무리수가 법원에도 퇴짜를 맞았다”며 “고작 바람에 휘날릴 정도로 가벼운 피켓으로 노동자를 범죄자로 몰아갔다. 경찰이 노동자를 얼마나 적대시하면 이런 일까지 벌이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국가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마저 공개적으로 무시한 경찰”이라며 “노동자를 적으로 규정하고 인권침해를 일삼는 윤석열 정부의 경찰은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그러면서 “경찰은 당장 부당한 체포로 피해를 본 비정규직 노동자 김선영에게 사과하라”며 “현대기아차 또한 판매 비정규직 노동자의 기본급 및 4대보험 적용 등 요구에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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