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이마트 근로자들이 “의무휴업일이 근로자들의 ‘휴일’”이라고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법원은 ‘의무휴업일’이 ‘약정휴일’과 ‘법정휴일’에 해당하지 않아 ‘근로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법원은 “이마트의 전사 근로자대표의 민주적 정당성을 갖추었다”고 인정하며, 이마트와 전사 근로자대표의 이 사건 ‘휴일대체’ 합의를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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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윤강열, 정현경, 송영복 부장판사)는 지난 2월 2일 이마트 근로자 1117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1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하며 패소 판결했다.

의무휴업일은 2013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따라 대형마트 등이 매월 이틀을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하는 날이다.

이마트는 ‘전사 근로자대표’와 2012년부터 매년 유급휴일과 의무휴업일을 대체하는 이 사건 휴일 대체 합의를 해왔다.

그런데 이마트 근로자들은 “휴일 대체는 ‘휴일’과 ‘근로일’을 대체하는 것이다. 즉 근로자에게 근로의무가 없는 ‘휴일(A일)’과 근로의무가 있는 ‘근로일(B일)’을 맞바꾸어, 근로자는 A일에 근로하되 B일에 쉬는 것”이라며 “그러므로 적법한 휴일 대체가 성립하려면, B일이 근로일이어야 한다. 휴일이 휴일을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근로자들은 “이 사건 합의에서 유급휴일을 대체하기로 정한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에 따른 의무휴업일’은 근로일이 아닌 ‘휴일’이므로, ‘휴일’을 대체 휴일로 정한 합의는 위법해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 서울고법 “의무휴업일이 근로자들의 ‘휴일’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의무휴업일이 근로자들의 ‘휴일’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의무휴업일’이 곧바로 근로자들의 근로의무가 없는 휴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즉, 의무휴업일은 고객에 대한 영업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기는 하나,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서’ 근로자들의 근로의무를 해제하는 휴일은 아니다”고 봤다.

‘휴일’은 단체협약ㆍ취업규칙ㆍ근로계약ㆍ관행 등에 따라 정해진 휴일이 ‘약정휴일’, 법률에 따라 정해진 휴일이 ‘법정휴일’이라고 한다.

재판부는 “이마트의 취업규칙ㆍ근로계약에서는 의무휴업일을 휴일로 정한 바 없고, 이마트의 단체협약으로 의무휴업일을 휴일로 정했다거나 의무휴업일을 휴일로 정하는 관행이 있다는 점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ㆍ증명이 없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이마트 근로자들은 매주 5일(일 7시간) 근무를 약정했고, 취업규칙에서도 ①주휴일 ②근로자의 날 ③창립기념일 ④‘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공휴일 ⑤기타 정부에서 임시로 지정하는 공휴일과 회사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날만을 휴일로 정했다”면서 “의무휴업일은 약정휴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률에 따라 정해진 휴일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공휴일 및 대체공휴일을 말한다”며 “여기에는 의무휴업일은 포함돼 있지 않아, 의무휴업일은 법정휴일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결국 의무휴업일은 약정휴일이나 법정휴일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마트의 취업규칙ㆍ근로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근로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로자의 건강권은 반드시 의무휴업일을 ‘종래 보장받던 휴일 외에 추가적으로 부여되는 법정휴일’로 해석해야만 도모되거나 증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의무휴업일은 고객에 대한 영업이 금지되므로 점포 운영자로서는 정상 운영하는 다른 날보다 의무휴업일을 대체휴일로 지정하고자 하는 유인이 크고, 실제 이마트가 전사 근로자대표와의 합의를 통해 의무휴업일을 대체휴일로 지정함으로써 근로자들의 의무휴업일 근로의무는 면제됐다. 이러한 방법으로도 근로자들은 의무휴업일에 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의무휴업일을 대체휴일로 지정하지 않아 근로자가 의무휴업일에 근로한다 하더라도, 고객에 대한 영업을 하지 않으므로 근로자가 그날 제공할 근로의 양과 질은 정상 운영하는 다른 날보다 적거나 가볍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의무휴업일은 고객에 대한 영업이 금지되므로 해당 점포의 노사가 합의해, 의무휴업일을 약정휴일로 정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며 “이러한 방법으로도, 근로자의 건강권은 의무휴업일 지정을 통해 도모되거나 증진된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의무휴업일이 법정휴일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유통산업발전법의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 근로자들은 매월 이틀의 추가 휴일을 얻게 된다. 반면, 그보다 규모가 작거나, 유통산업발전법에서 정한 점포(연간 총매출액 중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른 농수산물의 매출액 비중이 55퍼센트 이상인 대규모점포 등으로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대규모점포 등)의 근로자들은 그러한 추가 휴일을 얻지 못한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점포의 규모’나 ‘매출액 중 농수산물 비중이 얼마인지’는 해당 점포 근로자의 노동 강도와는 별다른 관련이 없음에도, 유통산업발전법 본문의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 근로자들에게만 매월 이틀의 추가 법정휴일을 주는 것은 불균형하고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의무휴업일이 근로자들의 ‘휴일’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서울고등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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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트 ‘전사 근로자대표’ 민주적 정당성 인정

이마트 근로자들은 “회사와 휴일대체 서면합의를 한 전사 근로자대표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대표’가 아니다. 그러므로 회사와 전사 근로자대표가 휴일대체 합의를 했더라도, 합의는 위법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이 사건 합의는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한 휴일대체 합의’에 해당한다”며 “합의에 따라 이루어진 이마트의 휴일대체는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전사 근로자대표의 민주적 정당성’을 살폈다.

이마트 근로자들은 각 사업장 또는 조직단위별로 근로자들의 직접ㆍ비밀ㆍ무기명 투표를 통해 ‘사업장 근로자위원’을 선출한다. 사업장 근로자위원들은 호선해 ‘사업장 근로자대표’를 선출한다. 전국의 사업장 근로자대표들은 직접ㆍ비밀ㆍ무기명 투표를 통해 ‘전사 근로자대표’를 선출한다.

재판부는 “이처럼 이마트 근로자들은 자주적으로 사업장 근로자위원을, 사업장 근로자위원은 사업장 근로자대표를, 사업장 근로자대표는 전사 근로자대표를 각각 선출하므로, 전사 근로자대표는 민주적 정당성을 갖추었다”며 “전사 근로자대표의 민주적 정당성은 반드시 근로자들로부터 직접 선출되는 방식으로만 갖추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원고들은 “사업장 근로자대표들이 전사 근로자대표를 선출하기는 하나, 일반 근로자들은 전사 근로자대표의 후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전사 근로자대표의 민주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사업장 근로자대표는 일반 근로자와 사업장 근로자위원으로부터 전사 근로자대표를 선출할 권한을 위임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전사 근로자대표의 선거권을 가지는 사업장 근로자위원들에게 전사 근로자대표 후보에 관한 정보가 제공되었다면, 전사 근로자대표의 민주적 정당성을 긍정할 수 있다”고 봤다.

제10기 전사 노사협의회의 전사 근로자대표에 입후보해 당선된 B씨는 당선 전에는 선거 공약을 기재한 홍보물을 작성했고, 당선 후에는 위 선거공약을 기재한 ‘노사협의회 출범 인사문’을 작성해 이마트 근로자들 전원을 대상으로 게재했다.

이에 재판부는 “비록 일반 근로자들에게 ‘전사 근로자대표 선출 전’에 후보자와 공약이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선거권을 가진 사업장 근로자대표들에게는 후보자와 공약이 미리 알려진 상태에서 선거가 진행되었고, 선거 이후 당선된 전사 근로자대표는 자신의 당선 사실과 공약을 일반 근로자들에게 널리 알렸다”며 “전사 근로자대표의 민주적 정당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마트의 전사 근로자대표는 2012년부터 회사와 휴일대체 합의를 계속해 왔고, 2020년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제11기 전사 근로자대표는 2021년 1월 전체 사원의 근무 여건과 휴게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한다는 취지를 근로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내 안내했다.

재판부는 “이처럼 이마트의 근로자들은 전사 근로자대표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의 지위에서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전사 근로자대표와의 휴일대체 합의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대표와의 합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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