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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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설 연휴 기간이던 2월 12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헤베텍 소속 60대 노동자 현 모 씨가 사망하고, 50대 노동자 장 모 씨가 크게 다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민주노총 울산지부와 전국금속노동조합 등 노동계의 말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해양공장에서 부유식 원유생산설비 블록 스키딩 작업 중 구조물이 내려앉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현장의 추가 붕괴위험으로 모듈 내 사고원인조사가 지연되고 있다.

이에 민주노총 울산지부, 금속노조,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는 15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앞에서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이상균 대표이사 사장)를 엄중 처벌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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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은 “사망한 노동자의 시신을 들어 옮기는 등 중대재해 현장도 일부 훼손된 상태”라며 “검찰과 경찰은 사고사가 명확함에도 유족에게 추락사 운운하며 부검에 동의하도록 유도하는 등 수사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은 중대재해 원인 규명을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안전작업계획서, 위험작업허가서, 표준작업지도서, 위험성 평가, 중량물 취급계획서, 도급계약서 등 기본 자료를 노동조합이 요청에도 현재까지 제공하지 않아 중대재해 원인 규명을 방해하고 있으며 사고원인 관련해서도 외국기업이라 작업에 대해 잘 모른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그럼에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3일간 조사과정에서 사고 현장 작업자와 목격자로부터 중요한 사실들을 확인하게 됐다”며 “스키딩 작업을 진행하기 전 무게를 측정하고 무게중심을 확인하는 웨잉작업을 하던 2월 3일 무게를 측정하는 로드셀이 튕겨 나가면서 모듈이 전도됐고, 서포트를 쳐서 모듈이 약 200mm 틀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단체들은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잭 48개만 교체하고 계속 작업을 진행했고, 모듈의 위치가 설계와 달라진 데 대한 조치가 취해졌는지는 명확지 않다”며 “웨잉작업을 다시 진행하며 로드셀을 설치하지 않고 잭 반력으로 모듈 중량을 확인했기 때문에 중량이 정확히 측정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또한, 애초에 웨잉작업 방식도 중량물을 잘 지탱할 수 있는 잭을 사용하지 않고 스키딩 작업에 사용하는 APS 잭을 사용했다”며 “웨잉작업과 스키딩작업에 다른 잭을 사용하면 비용이 늘어나고 일정이 지연되기 때문”이라고 봤다.

(사진=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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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들은 “이처럼 중량물을 잘 잡아줄 수 있는 안전한 방식이 있음에도 비용과 일정 단축을 위해 위험성이 있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라며 “실제 2월 12일 스키딩작업 구간이 바다(안벽) 방향으로 29.8m이지만 작업을 시작하자마자 문제가 발생해 2cm 이동 후 중단, 3cm 이동 후 중단되는 일이 있었음에도 작업을 강행해 결국 15cm 이동 후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금속노조 등은 “키딩작업 과정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무리하게 작업이 강행된 이유는 다음 날 예정된 해상크레인 사용 등을 포함한 일정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현대중공업은 잘못된 작업방식에 대해서 알면서도 이 방식을 고수했고 결국 중대재해가 발생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금속노조 등 단체들은 “블록 이동 작업 시 노동자의 출입을 금지하고 검사를 위해 블록에 진입할 경우 낙하물이나 블록 전도사고 예방을 위해 철저한 안전 점검 후 작업을 실시해야 함에도 이에 대한 조치가 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단체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확보의무를 규정해 재해발생 시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고 이행에 대한 조치를 할 것 ▲유해, 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반기 이상 점검하여 필요한 조치를 할 것 ▲중대재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를 대비하여 작업중지, 노동자 대피, 위험 요인 제거 등 대응조치 등에 관한 매뉴얼을 마련하고 매뉴얼에 따라 조치하는 등 점검할 것 ▲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 시설, 및 장비를 구비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현대중공업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작년 한 해 현대중공업에선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도 “현대중공업은 ‘중대재해 없는 1000일’에 도전한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실제 현장에선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채 무리하게 작업이 강행되면서 ▲2024년 1월 25 특수선에서 중대성 사고 발생 ▲2023년 9월 16일 슬링밸트 파단으로 유니트 추락 사고 ▲2023년 10월 18일 3도크 PE장 블록 전도사고 ▲2023년 11월 20일 크레인 충돌 사고 등 대형 ‘아차사고’가 빈발했다”고 짚었다.

(사진=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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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들은 “말로는 ‘중대재해 없는 1000일’을 얘기하며 실제로는 비용과 일정을 줄이기 위해 위험이 확인되는데도 무리하게 작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선 결코 중대재해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단체들은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내세웠다.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중대재해에 대해 공개 사과하라!”
“현대중공업은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노동조합이 요구한 자료를 즉각 제공하라!”
“현대중공업은 유족에게 사과하고 유족 보상에 책임을 다하라!”
“현대중공업은 중대재해가 발생하거나 급박할 위험에 대비한 매뉴얼을 제대로 마련하고 매뉴얼에 따라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
“현대중공업은 신공법 등 작업방식 전환 시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수시위험성평가 철저하게 실시하라!”

“노동부는 현대중공업 474번째 중대재해에 대해 현대중공업 경영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라!”
“노동부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해양사업부에 대해 전면 작업중지를 명령하라!”
“노동부는 사고 원인규명과 관련한 기초적인 자료를 노동조합에 제공하여 노동조합이 제대로 조사할 수 있도록 협조하라!”
“노동부는 현대중공업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안전보건진단을 명령하라!”
“노동부는 사고 현장 작업자와 중대재해 목격자에 대해 트라우마 치료를 보장하라!”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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