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항의 목적일지라도 현관문을 열어 집주인의 주거 안으로 들어가려고 한 사건에서 법원은 주거침입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세입자 A씨는 2023년 3월 오전 8시경부터 12시 30분경까지 3층 주인집 현관 출입문 앞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현관문을 발로 차고, 도어락을 누르고, 강제로 문을 열려고 하는 등 주거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현관문이 잠겨 있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A씨와 변호인은 “당시 피해자의 현관문을 두드린 사실은 있으나, 경첩을 설치하는 문제로 집주인에게 항의하려고 찾아간 것이지, 주거침입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서울남부지법)
서울남부지방법원(서울남부지법)

하지만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1단독 정유미 판사는 최근 주거침입미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정유미 판사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현관문을 발로 차고, 도어락을 누르고, 강제로 문을 열려고 했던 사실이 인정된다”며 “나아가 피고인이 항의의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문을 열어 피해자의 주거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던 이상 주거침입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유죄를 인정했다.

대법원 판례는 “주거침입죄는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행위자의 신체의 전부가 범행의 목적인 타인의 주거 안으로 들어가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일부만 타인의 주거 안으로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거주자가 누리는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해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주거침입죄의 범의는 신체의 일부라도 타인의 주거 안으로 들어간다는 인식이 있으면 족하고, 예컨대 주거로 들어가는 문의 시정장치를 부수거나 문을 여는 등 침입을 위한 구체적 행위를 시작했다면 주거침입죄의 실행의 착수는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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