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6일 “윤석열 정부의 사면권 행사가 고위공직자와 재벌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불공정한 행위임과 동시에 헌법상 한계를 일탈한 반헌법적 권한남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변(회장 조영선)은 이날 “대통령의 설 명절 특별사면, 묵과할 수 없는 사면권 남용이다”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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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은 “정부는 6일 총 980명에 대한 2024년 설 명절 특별사면 대상을 발표했고, 2월 7일자로 사면과 복권을 단행할 예정”이라며 “특히 정부는 이번 특별사면 대상에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국군사이버사령부(현 사이버작전사령부) ‘댓글공작’을 지시한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 세월호참사 유가족 사찰 혐의로 법정구속됐던 김대열, 지영관 참모장 등 권력형 범죄를 저지른 공직자들을 포함시켰고, 계열사 출자금을 횡령한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사기성 기업어음을 발행한 구본상 LIG 회장 등 재벌총수들을 복권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민변은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특별사면권 행사가 헌법적 한계를 일탈한 위헌적 권한 행사이자,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명백한 권한 남용임을 지적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대통령에게 부여된 특별사면권은 본질적으로 형사사법에 대한 보충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제도로서 ‘정의’에 부합하도록 행사되어야 한다”며 “법치국가에서 모든 국가 권력은 헌법에 의해 형성된 권한으로서 헌법상의 제원칙과 기본권의 관점에서 그 한계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만 정당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변은 “따라서 대통령이 행사하는 특별사면권은 그 목적이 정당해야 할 뿐만 아니라, 형사사법권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 되며, 그 방식에 있어서도 차별적, 자의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특별사면의 이유를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 따른 직무수행으로 처벌된 것”이라며 “갈등 극복과 화해를 통한 국민 통합”을 도모하는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민변은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범죄를 단순히 잘못된 관행에 기한 행위로 치부하고 형사책임을 면하도록 하는 것은, 권력형 범죄에 엄중한 책임을 인정한 법원의 판단에 전면 배치되는 것으로서 형사사법권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밖에 평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특히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리 및 작성과 세월호참사 관련 사찰행위는 국가권력을 남용해 다수의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한 사건”이라며 “피해자들의 권리회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가해자인 고위공직자들의 책임을 사면하는 것이 어떻게 ‘갈등 극복과 화해’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민변은 “이와 같은 관점에서 국제인권기준은 중대한 인권침해행위에 대한 사면을 정의에 반하는 ‘불처벌’로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며 “즉,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특별사면은 피해자의 권리 보호 차원에서도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짚었다.

민변은 “아울러 법무부는 재벌총수들의 범죄행위를 단순히 ‘기업운영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복권을 결정했다고 밝혔다”며 “재벌총수들에 대한 이러한 복권 단행은 이들의 범죄행위의 중대성을 축소해 형사사법권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재벌총수에게 합리적 이유 없이 특혜를 준 것으로 차별적, 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밖에 평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형이 확정되지 않아 사면 여부가 불투명했던 고위공직자 4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상고 및 재상고를 포기하거나 취소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을 사찰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김대열, 지영관 참모장과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 ‘댓글 공작’을 지시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모두 이번 특별사면이 발표되기 5~6일 전에 스스로 상소를 포기해 특별사면을 받았다. 특히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파기환송심 선고 직후 공개적으로 재상고의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만약 정부와 이번 사면ㆍ복권 대상자들 사이에 사전교감이나 소통이 존재했다면, 이는 명백하게 헌법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대통령을 비롯한 관련 책임자들은 그에 상응하는 법적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변은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래 지속적으로 사면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면권의 남용은 국가권력을 남용한 고위공직자와 재벌총수의 책임을 면제함으로써 형사사법권의 본질을 훼손하고 차별을 심화하는 등 부정의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나아가 사법적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라온 피해자들의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이번 특별사면을 비롯한 윤석열 정부의 지금까지의 사면권 행사가 고위공직자와 재벌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불공정한 행위임과 동시에 헌법상 한계를 일탈한 반헌법적 권한남용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고 강조했다.

민변은 “나아가,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이 다시금 반복되지 않도록 하고, 부정의의 반복을 중단할 수 있도록 국회에 대통령의 사면권을 구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사면법의 개정 등 입법적 통제장치를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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