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성직자(목사)가 교회 예배 시간에 특정 정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방식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OO교회 담임목사인 A씨는 2020년 3월 교회 예배에 참석한 10여 명의 신도를 상대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발언을 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미래통합당과 기독자유통일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해 정당들을 위한 선거운동을 했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됐다.

1심 법원은 직무상 행위 이용 선거운동(공직선거법 제255조 제1항 제9호 및 제85조 제3항)과 선거운동기간 위반(공직선거법 제254조 제2항)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항소심 법원은 “2020년 12월 공직선거법 제59조가 개정돼 ‘선거일이 아닌 때에 말로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가 허용됐다”는 점을 들어 “선거운동기간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보고 직무상 행위 이용 선거운동 혐의만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또한 △△교회 담임목사 B씨는 2022년 1월 교회 예배에 참석한 20~30명의 신도를 상대로 특정 후보자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발언을 했다. 교회 담임목사의 지위를 이용해 신도들에 대해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지 못하도록 선거운동을 했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됐다.

이 사건에 대해 1심 법원은 직무상 행위 이용 선거운동 혐의(공직선거법 제255조 제1항 제9호 및 제85조 제3항)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이처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목사 A씨와 B씨는 공직선거법 제85조 제3항 및 제255조 제1항 제9호에 대해 각각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2023년 8월 헌법소원을 청구헸다.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는 지난 1월 25일 목사 A씨와 B씨가 공직선거법 제85조 3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공직선거법 제85조 제3항 중 ‘누구든지 종교적인 기관ㆍ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 부분 및 선거법 제255조 제1항 제9호 중 제85조 제3항 가운데 ‘누구든지 종교적인 기관ㆍ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에 관한 부분에 대한 부분이 합헌이라는 것이다.

헌재는 “직무이용 제한 조항은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위와 같은 금지를 위반한 사람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것으로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말했다.

헌재는 “성직자는 종교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사회지도자로 대우를 받으며 신도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신도 조직의 대표자나 간부는 나머지 신도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있다”며 “이처럼 종교단체 내에서 일정한 직무상 행위를 하는 사람이 종교적 신념을 공유하는 신도에게 자신의 지도력, 영향력 등을 기초로 공직선거에서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를 끌어내려 하는 경우, 대상이 되는 구성원은 그 영향력에 이끌려 왜곡된 정치적 의사를 형성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선거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대의기관의 구성에 정확하게 반영하는 데에 있는바,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그 형성 단계에서부터 왜곡된다면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된다”고 짚었다.

헌재는 “직무상 지위를 이용하지 않고 단순히 친분에 기초해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는 직무이용 제한 조항에 따른 규제의 대상이 아니고,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나 명절 등에 하는 의례적인 인사말을 문자메시지로 전송하는 행위 등은 애당초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으므로, 직무이용 제한조항으로 인해 통상적인 종교활동이나 종교단체 내에서의 친교 활동이 과도하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는 타당하지 않다”며 “따라서 직무이용 제한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그러면서 “공통된 신앙에 기초해 구성원 상호 간에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는 종교단체의 특성과 성직자 등 종교단체 내에서 일정한 직무를 가지는 사람이 가지는 상당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그러한 선거운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위반한 경우 처벌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종교단체가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정치와 종교가 부당한 이해관계로 결합하는 부작용을 방지함으로써 달성되는 공익이 더 크다”며 “따라서 직무이용 제한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따라서 직무이용 제한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 헌재 결정의 의의

이번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성직자나 신도 조직의 대표자ㆍ간부 등(성직자 등)은 종교단체 내에서 신도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종교단체 안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직무이용 제한조항은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다”며 “반면,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널리 보장되고 미디어가 발달해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현재에 이르러서는 공직선거와 관련한 성직자 등의 정치적 표현이 신도의 의사결정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직무이용 제한조항은 성직자 등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해 이들의 종교단체 내에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사회 일각의 반론도 있었다”고 전했다.

헌재는 “이 결정은 종교단체의 구성원들이 공통된 종교적 신념을 기초로 빈번하게 종교 집회나 교육 등의 활동을 공동 수행하면서 상호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 성직자 등의 종교단체 내 지위와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선거의 공정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헌법재판소의 직무이용 제한조항에 대한 합헌결정에 따라, 종교단체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그 구성원에 대해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는 제한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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