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상대방 후보에 관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ㆍ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던 박경귀 아산시장의 당선무효 여부 최종 판단이 미뤄졌다.

대법원이 원심(2심) 재판에 절차상 위법이 있었다며 다시 재판하라고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국선변호인이 선정되고 소송기록접수통지가 이루어졌으나 이후 피고인에 대한 소송기록접수통지 전에 사선변호인이 선임된 경우 사선변호인에게도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해야 하고,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지 않은 채 판결을 선고한 경우 이러한 소송절차의 법령 위반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 사유가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박경귀 아산시장(사진=페이스북)
박경귀 아산시장(사진=페이스북)

대법원에 따르면 박경귀 충남 아산시장은 2022년 6월 1일 실시된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아산시장 선거 후보자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런데 당시 선거를 6일 앞둔 박경귀 후보자는 상대 후보였던 더불어민주당 오세현 후보(전 아산시장)에 대해 “오OO 후보 원룸 건물 허위 매각”이라는 허위 내용이 기재된 성명서를 작성해 지지자 및 기자들에게 배포하도록 했다.

검찰은 “피고인(박경귀)이 오 후보가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오 후보자와 배우자에 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박경귀 아산시장에 대해 벌금 800만원을 구형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당선인이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가 돼 직을 상실한다.

1심인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전경호 부장판사)는 2023년 6월 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경귀 아산시장에 대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량 보다 2배에 가까운 형을 선고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상대 후보가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이 담긴 성명서를 배포했으며, 허위성에 대한 인식도 충분히 있었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박경위 아산시장은 “상대 후보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을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하며 항소했다.

대전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송석봉 부장판사)는 2023년 8월 25일 “피고인에게는 상대 후보자가 당선되기 못하게 할 목적이 있었다”며 박경귀 아산시장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성명서 내용은 사실의 공표에 해당하고 공표된 사실은 허위”라며 “피고인에게는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고, 이 사살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박경귀 아산시장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에 배당된 사건은 김선수 대법관이 주심을 맡아 법리 검토를 진행해 왔다. 당초 2023년 11월 30일로 판결 선고기일이 예정돼 있었는데, 박경귀 시장 측 변호인이 상고이유서 등을 추가로 제출하면서 선고가 2024년 1월 25일로 연기됐다.

대법원은 원심(항소심)의 소송절차 진행 경과를 살폈다.

2023년 6월 16일 국선변호인이 선정돼 6월 20일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서가 송달됐으나, 피고인에게는 ‘폐문부재’(연락 안 돼 전달 못 함)로 소송기록접수통지서가 송달되지 않았다.

박경귀 시장은 항소하면서 2023년 6월 27일 사선변호인 A, B를 선임하고, 2023년 7월 4일 사선변호인 C를 선임했다. 2023년 7월 3일 국선변호인 선정이 취소됐다.

항소심인 재판부는 2023년 7월 6일 박경귀 아산시장에게 다시 소송기록접수통지서 송달을 실시해 7월 10일 소송기록접수통지서가 송달됐다.

대전고법 재판부는 사선변호인에 대해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지 않은 채 2023년 7월 19일 제1회 공판기일을 진행한 후 변론을 종결하고 8월 25일 제2회 공판기일을 열어 박경귀 아산시장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원심의 소송절차에 사선변호인에 대한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누락한 위법이 있는지 여부다.

대법원 청사
대법원 청사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경귀 아산시장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한 2023년 7월 10일 이전에 국선변호인 선정이 취소되고 사선변호인이 선임됐으므로, 원심은 피고인과는 별도로 피고인이 선임한 변호인들에게도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선변호인에 대한 소송기록접수통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이상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항소사건을 심판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선임한 변호인들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지 않은 채 판결을 선고했고,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소송절차의 법령 위반으로 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심 소송절차의 법령위반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이상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은 생략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상고이유는 이 사건 성명서 내용의 허위사실 여부, 피고인에게 허위성에 대한 인식 및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박경귀 아산시장의 파기환송심은 대전고법에서 열린다. 대전고법에서 소송 절차를 지켜 다시 판결을 선고하면, 박 시장의 재상고로 다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다툴 것으로 예상돼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파기환송 판단에 따른 재판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박경귀 아산시장은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시장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공보관실은 “국선변호인이 선정되고 소송기록접수통지가 이루어졌으나 이후 피고인에 대한 소송기록접수통지 전에 사선변호인이 선임된 경우 형사소송법이 정한 바에 따라 사선변호인에 대해서도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해야 하고,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지 않은 채 판결을 선고한 경우 이러한 소송절차의 법령 위반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사유가 된다는 새로운 법리를 판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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