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차구역이 아닌 내부 통로에 주차한 ‘민폐 주차’ 차량의 지붕에 플라스틱 주차금지 입간판을 올렸다가 1심에서 벌금형을 부과받은 남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한법률구조공단
대한법률구조공단

2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A씨(40대 남성)는 2021년 1월 아파트 단지 내 지하 주차장에서 B씨의 승용차가 통로에 주차돼 있는 것을 발견하자, 차량 지붕 위에 플라스틱 재질의 주차금지 입간판을 올려놓았다.

A씨는 B씨의 차량이 상습적으로 지하주차장 통행로 등에 주차돼 있어서 관리실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별다른 개선이 없자, 직접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전해했다.

B씨는 “A씨가 승용차 지붕 위에 플라스틱 주차금지 입간판을 올려놓으면서 승용차의 지붕 부분을 긁히게 해 수리비 35만원 상당이 들도록 해 타인의 재물을 손괴했다”며 형사고소로 대응했다.

B씨는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A씨가 입간판을 자신의 차량 위에 올리는 영상을 증거로 제출했다.

또한 지붕 위에 긁힌 자국이 생겼다며 증거사진과 함께 인근 공업사에서 작성한 35만원 상당의 수리 견적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1심 재판부는 2022년 5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피해자의 승용차 지붕 위에 플라스틱 입간판을 올려놓은 것은 사실이나, 이로 인해 승용차가 손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인 의정부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심준보 부장판사)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승용차 지붕 위에 긁힌 자국이 있는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승용차에 올려둔 입간판은 모서리가 없는 둥근 형태로서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 것으로, 그 무게도 매우 가벼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CCTV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이 입간판을 들어서 승용차 위에 올려둘 뿐 입간판을 승용차 지붕 위에서 끌거나 당기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이 피해자 승용차 지붕에 주차금지 입간판을 올린 때로부터 6개월이 지난 후에 2021년 7월 공업사에서 작성한 35만원 상당의 견적서를 제출했을 뿐, 별도로 승용차를 수리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피해자 승용차의 사진만으로는 피고인이 입간판을 올려둔 부위와 피해자의 승용차에 긁힘이 발생한 부분이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 차량의 긁힘 부분을 촬영한 사진에 의하더라도 긁힘 부분이 매우 경미해 승용차의 이용에 지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 승용차의 효용을 해하는 손상이 발생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A씨를 변호한 대한법률구조공단 김상윤 변호사는 “증거가 부족함에도 다소 무리하게 공소가 제기됐다”며 “원심에서 충분한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적극 변론해 무죄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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