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부모가 자녀 몰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확보한 녹음은 형사재판에서 증거가 될 수 없다(대법원 2024년 1월 11일 선고 2020도1538 판결)>

사례)

피고인은 서울OO초등학교 3학년 O반 담임교사로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른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자이다. 피고인은 2018년 3월 14일경부터 2018년 5월 8일경까지 총 16회에 걸쳐 위 서울OO초등학교 3학년 O반 교실에서 같은 해 3d월 2일자로 전학을 온 피해아동에게 “◎◎이는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학습 훈련이 전혀 안 되어 있어, 1, 2학년 때 공부 안 하고 왔다 갔다만 했나 봐”라고 말하는 등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하였다.

피해아동의 모친은 2018년 3월 6일경부터 2018년 3월 12일경까지 사이에 피해아동으로부터 ‘선생님이 저에게 1, 2학년 제대로 나온 것 맞냐는 등의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피해아동의 부모는 아동학대를 의심하여 2018년 3월 13일 피해아동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수업내용 등 피고인의 교실 내 발언내용이 녹음되도록 하였다. 피해아동의 부모는 2018년 4월 20일경 수사기관에 피고인을 아동학대로 신고하였고, 그 후 위 녹음파일 및 그에 관한 녹취서 등을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다.

제1심은 전부 유죄를 인정하면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 피고인이 항소한 원심은 일부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였다. 원심은 16회의 아동학대 중 2회는 무죄를 선고하였는데, 그 이유는 피고인이 피해아동에 대하여 한 발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정서적 학대행위로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다(대법원은 피고인만 상고하였으므로 이 부분은 대법원의 판단 대상이 아니었음).

원심은 녹음파일, 녹취록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아 16회 중 14회 부분은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의 유죄 판단 이유는 피고인은 30명 정도 상당 수의 학생들을 상대로 발언하였고, 국민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초등학교 교육은 공공적인 성격을 가지므로, 피고인이 수업시간 중 교실에서 한 발언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의 ‘공개되지 아니한 대화’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피해아동의 부모와 피해아동은 밀접한 인적 관련이 있으며, 피해아동의 부모는 피고인의 아동학대 행위 방지를 위하여 녹음에 이르게 되었고, 피해아동의 보호를 위해서 녹음 외에 별다른 유효적절한 수단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증거를 수집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상고하였다.

해설)

우리 형사소송법은 형사소송에 있어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증거재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재판과정에서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위한 자료가 증거다. 법원이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증거능력이 있어야 한다.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는 법원에 제출될 수 없고, 법관이 볼 수도 없다.

증거능력이란 증거가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써 사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법률상의 자격을 말하는데, 형사소송에서는 자백, 전문증거, 위법수집증거 등의 증거능력은 엄격하게 제한된다. 증거의 증거능력의 유무는 법률상 일정하게 규정되어 있으며, 원칙적으로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을 허용하지 않는다.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에 대하여 법관이 어디까지 믿을 것인가는 자유심증주의에 의하여 법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이를 증명력이라 한다. 증명력은 어떤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의 실질적 가치로서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자유심증주의)에 맡기고 있다. 임의성이 없는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다. 반대신문권을 행사할 수 없는 전문증거(다른 사람으로부터 전해들은 증거로 피해자의 법정 진술이 아닌 진술조서나 다른 사람의 증언 등)도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다. 또 당해사건에 관하여 작성된 의사표시문서, 예를 들면 공소장 등도 증거능력이 없다. 민사소송에 있어서는 형사소송과 달리 증거능력에 제한이 없음이 원칙이다.

국가기관, 특히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경우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사인이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는 경우는 어떠한가? 이에 대하여 우리 대법원은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기본적인 의무이고 이는 형사절차에서도 당연히 구현되어야 하지만, 국민의 사생활 영역에 관계된 모든 증거의 제출이 곧바로 금지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형사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는 개별적인 사안에서 효과적인 형사소추와 형사절차상 진실발견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의 보호이익을 비교형량하여 허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이때 법원이 비교형량을 할 때에는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 여부 및 정도, 증거수집 과정에서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게 된 경위와 침해의 내용 및 정도,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는 범죄의 경중 및 성격, 피고인의 증거동의 여부 등을 전체적ㆍ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증거수집 절차가 개인의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하여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벗어난 것이라면, 단지 형사소추에 필요한 증거라는 사정만을 들어 곧바로 형사소송에서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이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 보호이익보다 우월한 것으로 섣불리 단정해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그러한 한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형사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법원 2013년 11월 28일 선고 2010도12244 판결, 대법원 2017년 3월 15일. 선고 2016도19843 판결 등 참조)고 보고 있다(대법원 2023년 12월 14일 선고 2021도2299 판결)’

결국 대법원에서의 쟁점은 이 사건 녹음파일이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부정되는지 여부다.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관련법령은 아래와 같다.

제3조(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

①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 의 검열ㆍ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제4조(불법검열에 의한 우편물의 내용과 불법감청에 의한 전기통신내용의 증거사용 금지)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불법검열에 의하여 취득한 우편물이나 그 내용 및 불법감청에 의하여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제14조(타인의 대화비밀 침해금지) ①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 ② 제4조 내지 제8조, 제9조 제1항 전단 및 제3항, 제9조의2, 제11조제1항ㆍ제3항ㆍ제4항 및 제12조의 규정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녹음 또는 청취에 관하여 이를 적용한다.

<관련 판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여기서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반드시 비밀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고,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인지는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대화의 내용과 목적, 상대방의 수, 장소의 성격과 규모, 출입의 통제 정도, 청중의 자격 제한 등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2년 8월 31일 선고 2020도1007 판결 등).

위 사례에 대하여 대법원은,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2항, 제4조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24년 1월 11일. 선고 2020도1538 판결).

그 이유는, ①초등학교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수업시간 중 한 발언은 통상적으로 교실 내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교실 내 학생들에게만 공개된 것일 뿐, 일반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것이 아니며, 초등학교 교실은 출입이 통제되는 공간이고, 수업시간 중 불특정 다수가 드나들 수 있는 장소가 아니며, 수업시간 중인 초등학교 교실에 학생이 아닌 제3자가 별다른 절차 없이 참석하여 담임교사의 발언 내용을 청취하는 것 은 상정하기 어렵기 때문이어서 피고인의 발언은 특정된 30명의 학생들에게만 공개되었을 뿐, 일반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아, 대화자 내지 청취자가 다수였다는 사정만으로 ‘공개된 대화’로 평가할 수는 없으며, 대화 내용이 공적인 성격을 갖는지 여부나 발언자가 공적 인물인지 여부 등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피해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하고, ② 피해아동의 부모는 피고인의 수업시간 중 발언의 상대방, 즉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한 당사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시간 중 발언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며, ③결국,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므로 통신비밀보호법 제 14조 제2항 및 제4조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법원은 일관되게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그 대화를 하는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 또는 청취해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이다(대법원 2006년 10월 12일. 선고 2006도4981 판결, 대법원 2014년 5월 16일. 선고 2013도1640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법 제3조 제1항에 위반된다(대법원 2016년 5월 12일. 선고 2013도15616 판결)’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그동안 대법원은 일관되게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그 대화를 하는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 또는 청취해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이다(대법원 2006년 10월 12일. 선고 2006도4981 판결, 대법원 2014년 5월 16일 선고 2013도1640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법 제3조 제1항에 위반된다(대법원 2016년 5월 12일 선고 2013도15616 판결)’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위 판결은, 교사의 수업시간 중 교실 내 발언을 그 상대방이 아닌 제3자 즉, 학생의 부모가 녹음한 경우 통신비밀보호법에 정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 녹음”에 해당하여 법 제14조 제2항, 제4조에 따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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