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판사(법관)ㆍ검사 출신의 정치 참여, 제한돼야 한다 >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페이스북 등 SNS 타임라인이 선거 구호로 가득하고 선거에 출마하려는 예비후보자들이 여기저기 문자 메시지를 보내 자신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각 정당은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는 데 경쟁을 벌이면서 영입된 인물의 참신함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관심을 갖는 인물은 삶의 역정에 있어서 스토리가 있는 사람, 젊은 사람, 여성, 소수자 등이다.

정당은 사람의 힘으로 운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은 정당의 기본적인 속성일 뿐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가장 바람직하게는 평소에 사람을 영입해 훈련을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런 훈련도 되지 않는 사람이 곧바로 정치일선에 나서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우수한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하더라도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인 까닭이다.

법원과 검찰
법원과 검찰

더 큰 문제는 검사나 판사 등 권력기관에 근무하다가 선거를 앞두고 사퇴한 후 곧바로 정치권에 진입하는 경우다. 판사들이나 검사들이 퇴직한 다음 곧바로 정치권에 들어가는 것을 어떻게 볼까? 형식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법에서 금지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의혹을 사게 된다. 정치참여를 갑자기 결정하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 한다. 오랫동안 생각한 끝에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렇다면 그러한 고민을 하는 동안 편견 없이 공정하게 재판을 해왔다고 아무리 강변을 하더라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자신이 염두에 두고 있는 정치세력에게 유리한 판결을 했다고 믿기에 충분하다.

또 하나, 정치권 진입을 미리 생각한다면 재판을 하거나, 검찰수사를 하면서도 자신이 앞으로 들어가게 될 정당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정당에 불리한 판결을 하거나 수사를 하면서 쉽게 입당하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결국 정파를 떠나서 공정한 재판이나 수사를 하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판사가 검사의 생명은 형평성과 일관성이다.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하며, 그러한 기준은 항상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법률에 따라서 객관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그런데 정치권에 들어갈 것을 미리 생각하는 경우 국민들이나 정치권에 보여주는 형식의 판결과 수사를 하게 될 우려도 있다. 법과 양심에 따른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을 하게 될 우려를 지적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혹이 반복되면 수사기관이나 사법의 신뢰성을 손상시키게 된다. 신뢰를 상실한 법원이나 검찰을 생각해 봐라. 이보다 더 끔찍한 재앙은 없다.

사법제도는 사회를 유지하는 궁극적인 장치이고, 국민들의 신뢰를 그 기반으로 한다. 내가 특정한 정파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수사나 재판에서 불이익을 얻을 수 있고, 반대로 상대방이 다른 정파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유리하게 적용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사법제도나 수사제도는 송두리째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사법과 수사의 신뢰성은 사회의 근간을 유지하는 필수불가결한 장치다. 판사나 검사들이 퇴직한 후 곧바로 정치권에 들어가서는 안 되는 이유다.

<위 글은 법률가의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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