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농산물 도매업자들과 수박, 배추와 같은 ‘밭떼기’ 계약을 둘러싼 분쟁으로 계약금 등을 물어줘야 할 상황에 처한 농민들이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고 있다.

법률전문가들은 표준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하는 등 향후 있을 수 있는 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대한법률구조공단

<사례 1>

9일 대한법률구조공단(이사장 이종엽)에 따르면 전주지법 제2-1민사부(재판장 고연금 부장판사)는 농산물 도매업자 A씨가 농민 B씨를 상대로 “밭떼기 경작 면적을 속였다”는 취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유지했다.

A씨는 2020년 7월 B씨 소유의 토지에 설치된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고 있는 수박을 밭에 있는 채로 모두 사는 포전매매(밭떼기 매매) 형식으로 매수하기로 매매계약을 했다.

A씨는 B씨에게 5000평의 하우스 수박에 대해 매매대금으로 85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출하량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B씨가 하우스에서 재배 중인 수박 면적이 5000평 규모라 해서 믿고 매수했는데, 통상 수박을 재배하는 하우스 면적이 5000평 규모인 경우 최소 1만 2800개 정도의 수박이 출하돼야 하는데, 이 하우스에서는 수박이 8300개만 출하됐다”며 “이에 하우스 면적을 측량해 보니 실제 면적이 3503평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씨가 하우스 실제 면적이 3503평임에도 5000평이라고 기망함으로써 1497평에 해당하는 매매대금 2545만원을 편취했으므로, B씨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2545만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또한 A씨는 “B씨가 하우스 면적을 속여 매매대금을 편취했다”는 취지로 형사 고소했으나, b씨는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받았다.

반면 농민 B씨를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은 밭떼기 계약은 수량을 지정한 매매가 아니며, 계 약 후 출하 시기 조정 실패, 시세 하락 등의 위험부담은 도매업자인 A씨가 져야 한다고 맞섰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농민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매매계약서의 지적 5000평은 원고와 피고가 합의한 대로 기재한 것이며,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수박의 포전매매시 통상 정확한 비닐하우스 면적을 측량하지는 않는다”며 “토지의 면적과 지상에 설치된 하우스의 면적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항공사진에 의하면 이 토지 지상 대부분에 하우스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토지 면적이 5327평에 해당한다”며 “피고가 하우스 면적에 관해 원고를 기망해 매매계약을 체결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B씨의 소송을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박왕규 변호사는 “포전매매를 할 때는 상인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시세 하락 등 상인이 져야 할 위험부담을 농민에게 전가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므로 신중하게 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례 2>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경북의 한 농촌에서 4,000여평의 배추 농사를 짓는 A씨는 2023냔 3월 농업회사법인 B사와 2800만원에 밭떼기 계약을 맺었다. A씨는 계약금ㆍ중도금으로 1400만원을 지급받았다.

그런데 출하 시기에 이르자 B사는 “배추값이 폭락해 출하할 수 없다”며 “배추에 대한 권리를 포기할테니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 B사는 계약상의 권리를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A씨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계약 해지한 것처럼 속여 농산물 유통업자인 C씨에게 채권을 넘겼다.

결국 C씨는 A씨를 상대로 이미 지급된 1400만원을 갚으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피소된 농민은 A씨를 포함해 모두 20명에 달했고, 소송금액은 5억여원에 이르렀다.

대구지방법원 아동지원 봉화군법원 곽동훈 판사는 농산물 유통업자 C씨가 농민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양수금 소송을 기각했다.

이 판결 이후 C씨는 나머지 농민 19명에 대해서도 모두 소를 취하했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위광복 변호사는 “포전매매 계약을 할 때는 지자체 등이 제공하는 표준계약서를 이용하고, 계약조건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향후 분쟁에 대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1996년부터 농협중앙회로부터 출연금을 지원받아 이처럼 억울하게 법적 분쟁에 얽힌 농민을 대상으로 무료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lw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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