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숨진 경우 ‘상해’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므로 보험회사는 ‘질병사망보험금’만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4년 9월 흥국화재해상보험과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이 보험은 보험기간 중 상해의 직접적 결과로 사망한 경우 1억 8000만원의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일반상해사망 보장’과 질병으로 사망할 경우 1000만원의 질병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질병사망 보장’ 등을 내용으로 한다.

특히 보험계약 약관에는 “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일반상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는 않는다”는 이른바 ‘질병면책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A씨는 2022년 1월 사망했다.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의사는 A씨의 직접 사인(死因)을 ‘급성 호흡부전’으로, 직접 사인의 원인을 ‘코로나 감염’으로, 사망의 종류를 ‘병사(病死)’라고 적었다.

A씨가 코로나19 감염으로 갑자기 사망하자 법정상속인인 유족들은 흥국화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흥국화재는 A씨의 사망을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판단하고, 유족들에게 질병사망보험금 1000만원과 질병입원의료비 등 1090만원을 지급했다.

이에 유족들은 “A씨의 사망은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에 해당하고, 흥국화재가 질병면책조항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보험계약에서 정한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코로나 감염 사망을 ‘상해사망’이 아니라 ‘질병사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서울중앙지법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3민사단독 이현종 판사는 2023년 12월 20일 망인(A) 유족들이 흥국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망인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에 대해 이현종 판사는 “망인에 대한 사망진단서 내용을 근거하면 망인은 감염병예방법에 정한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했다고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현종 판사는 “흥국화재는 고령의 망인이 생전에 고혈압, 당뇨, 황반변성 등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점 등에 비춰 코로나에 감염됐다고 할지라도 고령과 만성질환이 망인의 사망 원인임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다툰다”며 “코로나19의 경우 고령, 면역기능이 저하된 환자, 기저질환 환자가 주로 중증으로 진행돼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되고 있기는 하나, 고령의 환자 등이 코로나로 인해 사망한 경우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질병인 코로나19에 해당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족은 “망인이 급격하게 사망에 이를만한 질환 없이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급성호흡부전으로 사망했고, 망인의 사망은 보험사고의 급격성, 우연성, 외래성 요건을 충족하므로, ‘상해사망보험금’의 지급사유가 된다” 취지로 주장했다.

A씨의 사망이 ‘일반상해사망’인지, ‘질병사망’인지에 대해 이현종 판사는 “이 보험계약은 피보험자인 망인의 상해 또는 질병 등의 위험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코로나19로 인한 망인의 사망은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종 판사는 “다만, 이 보험계약은 일반상해사망과 질병사망을 별도의 보장사항으로 규정하면서, 보험기간 중에 상해의 직접결과로써 사망한 경우에는 일반상해사망보험금을, 질병으로 사망 시 질병사망보험금을 각각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망인의 사망은 ‘질병사망보험금’의 지급사유가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현종 판사는 “코로나19의 감염 경로와 증상, 감염병예방법령의 질병 분류, 질병ㆍ사인분류에 관한 통계청 고시의 내용 등에, 질병의 사전적(辭典的) 의미는 ‘몸의 온갖 병 또는 심신의 전체 또는 일부가 일차적 또는 계속적으로 장애를 일으켜서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을 더하면, 코로나19는 보험계약의 보험사고 유형 또는 보장대상 중 ‘질병’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면책약관이 설명의무의 대상인지에 대해 이현종 판사는 “질병면책조항은 보험자 등의 명시ㆍ설명의무 대상이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현종 판사는 “상해보험과 질병보험에 관한 상법 규정, 감염병 또는 사인 분류에 관한 감염병예방법령 등의 규정, 질병의 사전적 의미와 코로나19의 일반적으로 알려진 증상 등을 고려하면, 코로나19가 질병인 감염병의 하나임은 의학적으로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도 명백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이같이 코로나19가 감염병에 해당함이 명백한 이상,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은 ‘상해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점도 명백하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현종 판사는 “사정이 이러하다면, 이 사건 질병면책조항은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의해 정해진 것을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며 “피고는 질병면책조항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종 판사는 그러면서 “망인의 사망은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 중 질병사망보험금의 지급사유에만 해당하고, 피고는 질병면책조항과 상법 규정 등을 근거로 원고들에 대한 상해사망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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