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양손 사마귀 제거를 위한 ‘냉동응고술’도 보험금 지급 사유가 되는 ‘수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약관해석의 원칙도 강조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과 의정부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초등학생 아들을 피보험자로 동양생명보험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피보험자가 어린이ㆍ청소년생활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수술을 받았을 때 1회당 50만원의 수술비 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2019년 8월 피부과에서 A씨의 아들 양손에 7개의 바이러스 사마귀 진단을 받고, 피부과를 세 차례 방문해 총 14회에 걸쳐 사마귀 제거를 위한 냉동응고술을 받았다.

이후 A씨는 냉동응고술 가운데 ‘손과 발 바이러스 사마귀 10개 치료’에 대한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동양생명보험은 “보험계약 약관에서 정의하는 ‘수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A씨는 사마귀 제거를 위한 냉동응고술이 보험약관상 수술에 해당한다고 보아 약관대로 수술 1회당 50만원씩 모두 700만원의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으나, B사는 "냉동응고술이 수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험금 지급 자체를 거절했다.

A씨는 ‘티눈’ 제거를 위한 냉동응고술이 수술로 인정받은 판례를 내세웠으나, 동양생명보험사가 계속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자 대한법률구조공단(이사장 이종엽)에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총 14회에 걸쳐 특약에서 정하는 어린이ㆍ청소년생활질환인 바이러스 사마귀의 제거를 위한 냉동응고술을 받았고, 냉동응고술은 보험계약에서 정한 수술의 정의 중 ‘절제’ 내지 ‘절단’을 하는 수술에 해당하므로 보험금 700만원(14회 × 1회당 5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반면 동양생명보험은 “냉동응고술은 병변부에 냉기를 불어넣어 해당 병변이 스스로 괴사, 탈락하도록 유도하는 의료행위(시술)에 불과할 뿐, ‘절제’와 ‘절단’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고, ‘1~5종 수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결국 냉동응고술은 보험계약의 ‘수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동양생명은 또 “설령 냉동응고술이 ‘수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양손가락은 동일한 신체부위로 봐야 해, 피부과에서 시행한 냉동응고술은 사마귀 치료를 위해 횟수만 나누어 시행된 것에 불과하다”며 “결국 총 1회의 수술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인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파주시법원은 2022년 6월 냉동응고술이 약관이 정한 수술요건 중 ‘절제’에 해당한다며, 보건복지부 관련 규정을 준용해 동일한 부위에 발생한 여러 개의 사마귀에 대한 냉동응고술을 1회의 수술로 판단, 200만원의 보험금 지급을 판결했다.

이에 동양생명이 항소했고, A씨도 수술횟수 산정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부대항소를 제기했다.

법원
법원

항소심인 의정부지방법원 제5-1민사부(재판장 정욱도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동양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동양생명은 A씨에게 보험금 35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항소심은 냉동응고술이 보험약관상 수술에 해당하며, 같은 부위인지를 따지지 않고 사마귀 수에 따라 수술 횟수를 정해야 한다고 판단해 모두 7회의 수술을 인정하고, 350만원의 보험금 지급을 판결했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약관법 상 약관해석의 원칙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냉동응고술이 비록 사회통념이나 의학계의 용례에 비추어서는 ‘수술’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보험계약상으로는 ‘수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냉동응고술은 냉동분사기를 이용해 액체질소를 사마귀 등 병변부에 분사해 사마귀 등 병변부를 냉동 손상시켜 조직 괴사를 발생시킴으로써 괴사한 조직이 탈락되고, 새로운 조직이 재생하도록 하는 치료 방법으로, 이 사건 보험계약이 정한 수술의 정의 중 ‘절제(切除, 특정부위를 잘라 없애는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의료기구를 사용해 절단, 절제 등의 조작을 가하는 행위 등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술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약관해석의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 보험약관에 대한 상품설명서에는 내동응고술을 보장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기재돼 있지도 않았다.

수술 횟수에 대해 재판부는 “피보험자가 어린이ㆍ청소년생활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수술을 받았을 때는 ‘수술 1회당 50만원’을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횟수에 관한 제한 규정을 특별히 두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냉동응고술이 동양생명의 주장처럼 ‘동일한 신체부위인 양손가락에 발생한 바이러스 사마귀를 치료하기 위해 횟수만 나누어 시행된 것’에 불과해 총 1회의 수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냉동응고술은 사마귀 등 병변부를 냉동 손상시켜 조직 괴사를 발생시킴으로써 괴사한 조직이 탈락되고, 새로운 조직이 재생하도록 하는 점에서 ‘절제’에 해당하고, 보험계약 약관이 정한 ‘수술’에 해당한다”며 “이런 판단에 비춰 볼 때, 수술 횟수를 정함에 있어서도 냉동손상에 따라 조직이 괴사돼 새로운 조직이 재생되는 병변의 개수, 즉 냉동응고술에 의해 절제되는 바이러스 사마귀의 개수를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렇다면 동양생명보험은 원고에게 보험금으로 350만원(치료횟수 7회 × 1회당 보험금 5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한편, 원고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김수연 변호사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전통적인 수술의 정의에서 벗어나는 기법이 증가함에 따라 보험약관의 해석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약관은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하므로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