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선거홍보용 표지물을 착용하지 않고 양손에 잡고 머리 위로 든 채 선거구민들 상대로 지지를 호소한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대법원 2023년 11월 16일 선고 2023도5915 판결)

​사례)

공직선거법 제59조는 ‘선거운동은 선거기간개시일부터 선거일 전일까지에 한하여 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제1호에서 ‘제60조의3(예비후보자 등의 선거운동)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예비후보자 등이 선거운동을 하 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60조의3 제1항은 ‘예비후보자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제5호는 ‘선거 운동을 위하여 어깨띠 또는 예비후보자임을 나타내는 표지물을 착용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 A씨는 2022년 3월 14일경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OO구청장 예비 후보자로 등록한 사람이다. 피고인은 예비후보자로서, 2022. 4. 4. 07:30경 부산 OO구에 있는 □□교회 입구 앞 노상에서 ‘A 기호2 젊고 유능한 도시계획전문가 OO구 청장’이라고 기재된 표지물을 착용하지 않고 양손에 잡고 머리 위로 든 채 선거구민들 상대로 지지를 호소한 것을 비롯하여 그 때부터 2022년 4월 8일경까지 총 3회에 걸쳐 같은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하였다.

검사는 피고인이 공직선거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하였고, 제1심은 벌금 50만원의 유죄를 선고하였고, 피고인이 항소한 원심은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피고인이 상고한 사건이다.

​해설)

선거운동은 선거에 임하여 스스로 당선되거나 특정 후보자를 당선되게 하거나 당선되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하는 행위를 말한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의 개진이나 의사의 표시, 입후보와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행위,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ㆍ반대의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 또는 통상적인 정당 활동 또는 설날ㆍ추석 등 명절 및 기념일 등에 하는 의례적인 인사말을 문자메시지로 전송하는 행위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다(제58조 제1항).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지만 공직선거법이나 다른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금지 또는 제한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공직선거법 제58조 제2항).

선거운동은 선거기간개시일부터 선거일 전일까지 한하여 할 수 있다. 다만, 예비후보자 등이 법률에 별도로 규정되어 있는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나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기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다만, 이 경우 자동 동보통신의 방법(동시 수신대상자가 20명을 초과하거나 그 대상자가 20명 이하인 경우에도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수신자를 자동으로 선택하여 전송하는 방식)으로 전송할 수 있는 자는 후보자와 예비후보자에 한하되, 그 횟수는 8회(후보자의 경우 예비후보자로서 전송한 횟수를 포함한다)를 넘을 수 없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에 따라 신고한 1개의 전화번호만을 사용하여야 한다. 이처럼 공직선거법에서는 선거운동의 방법,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기간 등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고, 이에 위반한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다.

​그러므로 이 사건의 쟁점은 ‘표지물을 양손에 잡고 머리 위로 들고 있는 행위’가 공직선거법 제60조의3 제1항 제5호에 의하여 허용되는 ‘표지물을 착용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위 사례에 대하여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제60조의3 제1항 제5호(이 사건 조항)에 의하여 예비후보자에게 허용되는 선거운동방법 중 하나인 ‘표지물을 착용하는 행위’는 ‘표지 물을 입거나, 쓰거나, 신는 등 신체에 부착하거나 고정하여 사용하는 행위’라고 보아야 하고, 단순히 표지물을 신체의 주변에 놓아두거나, 신체에 부착ㆍ고정하지 아니한 채 신체접촉만을 유지하는 행위나 표지물을 양손에 잡고 머리 위로 들고 있는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23도5915 판결).

​대법원이 들고 있는 이유는,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예비후보자에게 허용되는 ‘선거운동을 위하여 어깨띠 또는 예비후보자임을 나타내는 표지물을 착용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사전선거운동에 관한 예외이므로, 그 허용범위는 가급적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직선거법은 혼탁한 선거문화를 바로잡고 고비용의 선거구조를 혁신하여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고자 선거운동의 기간과 방법 등을 상세하게 규율하고 있고, 공직선거법 제59조는 “선거운동은 선거기간개시일부터 선거일 전일까지에 한하여 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여, 선거운동기간 이전에는 원칙적으로 모든 선거운동이 금지되지만, 같은 조 단서에 열거된 사항에 해당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사전선거운동이 허용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한 다음, 그 예외사유 중 하나로 제1호에서 ‘제60조의3(예비후보자 등의 선거운동) 제1항 및 제2 항의 규정에 따라 예비후보자 등이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를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착용’의 사전적 의미는 ‘의복, 모자, 신발 등을 입거나, 쓰거나, 신는 등의 행위’로, ‘착용’은 통상적으로 ‘신체에 부착하거나 고정하여 사용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며, 단순히 신체에 가까이 두거나 신체에 부착ㆍ고정하지 아니한 채 신체접촉만을 유지하는 행위는 ‘착용’의 통 상적 의미에 포섭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 조항은 예비후보자가 어깨띠, 표지물을 통상적인 의미로 착용하는 방법을 넘어서서 이를 ‘지니는’ 방법 또는 ‘휴대하는’ 방법으로 사전선거 운동을 하는 것은 금지하겠다는 입법자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고, 법률 해석의 정합성 또는 예측 가능성을 고려하면, 같은 법률에서 사용되는 같은 용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공직선거법 제166조 제3항의 ‘착용’이 통상적 의미로 사용되는 것으로 보이는 이상, 이 사건 조항에서의 ‘착용’만 그 통상적 의미를 넘어서서 확장 해석하는 것은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표지물을 신체의 주변에 놓아두는 방법, 신체에 부착ㆍ정하지 아니한 채 신체접촉만을 유지하여 두는 방법, 표지물을 양손에 잡고 머리 위로 들고 있는 방법 등이 이 사건 조항에 의하여 허용되는 (사전)선거운동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자주 문제 되어 왔다. 위 대법원 판결은 공직선거 법 해석의 방향, ‘착용’의 사전적 의미, 이 사건 조항에 관한 입법자의 의사(입법취지), 체계적 의미 등에 비추어 ’표지물을 입거나, 쓰거나, 신는 등 신체에 부착하거나 고정하여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방법‘은 이 사건 조항에 따라 허용되는 (사전)선거운동방법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명시적으로 선언하였다. 대법원은 이 판결은, 공직선거법 제60조의3 제1항 제5호에 의하여 허용되는 ‘표지물을 착용하는 행위’의 의미를 최초로 판시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 착용은 의복, 모자, 신발, 액세서리 따위를 입거나, 쓰거나, 신거나 차거나 하는 행위를 말한다. 어깨띠나 안전띠를 몸에 부착하는 것도 착용이다. 결국 착용은 신체에 부착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므로 몸에 부착하지 않고 들고 있거나 옆에 두는 경우에는 착용으로 볼 수 없다. 공직선거법에서는 명시적으로 착용하는 행위만을 허용하고 있다. 착용이 아니라 옆에 두거나, 들고 있거나 등의 경우에도 착용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허용한다고 해석하면 착용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진다. 공직선거법에서 일정한 행위에 한해서 예외적으로 선거운동을 허용하려는 취지를 몰각시키게 된다. 따라서 공직선거법의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한 위 대법원 판결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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