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의 판례 해설]

워킹맘이 시용계약 체결 후 시용기간 중 ‘새벽 근무 거부ㆍ공휴일 무단결근’ 이유로 사용자의 본채용 거부는 부당(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19두59349 판결)

​사례)

참가인은 고속도로 영업소에서 8년 9개월 동안 일해 온 일근직 근로자[09시~18시 근무 근로자. 낮 근무를 통상적인 근무형태로 하여 일단위로 매일 근무하는 근로자(비교개념: 교대직. 밤에도 근무하면서 격일제 등으로 근무하는 형태)]로, 1세ㆍ6세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참가인은 도로관리용역업체가 변경됨에 따라, 2017년 4월 1일 기존 근로자들의 고용을 승계한 새로운 용역업체인 원고와 사이에 시용계약을 체결하였다. 시용계약은 수습기간을 거쳐 본채용이 적절하지 아니한 경우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해약권 유보부 근로계약이다.

원고는 용역 입찰에 참여하면서 고용승계 조항이 담긴 근로조건 이행확약서를 제출하였고, 참가인은 고용승계 전후로 동일하게 고속도로 영업소 영업관리팀 소속 서무주임으로 일하게 되었다.

참가인은 시용기간 3개월 중 원고로부터 종전과 달리 초번 근무 및 공휴일 근무 지시를 받았으나, 이를 수행하지 않았다. 초번 근무는 교대제 초번 근무자의 근무전환시간, 휴게시간 동안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일근직 근로자들이 매월 약 3~5회 서는 06시~15시 근무를 말한다.

원고는 시용기간(3개월) 만료 후 초번 근무 거부 및 공휴일 무단결근을 이유로 근태 항목을 약 50점 감점해 총점 70점 미만이라는 이유로 참가인에게 본채용 거부통보를 하였다.

참가인은 위 본채용 거부통보가 부당해고나 마찬가지라면서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본채용 거부에 합리적 이유 (사회통념상 상당성)가 없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재심판정했다.

이에 원고는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1심은 본채용 거부통보의 합리성을 부정하면서 원고 패소판결을, 항소심인 원심은 본채용 거부통보에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된다면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원심판결의 이유는 원고가 참가인이 자녀 양육 때문에 초번 근무 거부, 무단결근에 이른 사정을 알면서도 일ㆍ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참가인으로 하여금 일과 양육 중 하나를 택일하도록 강제하였고, 그 결과 참가인이 초번, 공휴일 근무를 못하여 수습기간 평가에서 저조한 점수를 받게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참가인과 피고(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가 상고하였다.

해설)

먼저, 시용계약은 근로자가 근로계약 체결하고 입사를 했지만, 일정한(시용) 기간을 두어 근로자의 적성과 업무능력을 판단한 후 정규사원으로 근로관계의 계속 여부를 차후에 최종 결정하는 제도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담당 업무가 자신에게 맞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간이 되기도 하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근로자가 근무에 적합한 능력을 갖추었는지 등을 판단할 수도 있다. 시용 기간 중에 근로의 제공 및 임금을 받는 근로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시용은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본다. 시용계약 관련 법리 시용기간 중에 있는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시용기간 만료시 본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로서, 해당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ㆍ판단하려는 시용제도의 취지ㆍ목적에 비추어 볼 때 보통의 해고보다는 넓게 인정되나, 이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 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3다5955 판결, 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2다62432 판결 등 참조). 결국 시용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본계약 체결을 합리적 이유 없이 거부하는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하는 것이다.

결국 위 사례의 쟁점은 ①참가인에게 초번 근무 및 공휴일 근무 의무가 인정되는지 여부, ②원고가 육아기 근로자에 대한 일ㆍ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본채용을 거부하였는지(본채용 거부통보의 합리적 이유, 사회 통념상 상당성 여부)에 달려 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①참가인이 육아기 근로자라는 사정만으로 근로계약 내지 취업규칙상 인정되는 초번, 공휴일 근무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참가인에게 초번 근무 및 공휴일 근무 의무가 인정된다고 보았다. ②다만 본채용 거부통보의 합리적 이유(사회통념상 상당성) 존부에 대하여는, 부모의 자녀 양육권은 헌법 제36조 제1항, 제10조, 제37조 제1항에서 나오는 중요한 기본권으로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 고용평등법)은 양육권의 사회권적 기본권으로서의 측면을 법률로써 구체화하여 근로자의 양육을 배려하기 위한 국가와 사업주의 일ㆍ가정 양립 지원의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며, 특히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의5는 사업주가 육아기 근로자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하여 업무를 시작하고 마치는 시간 조정, 연장근로의 제한, 근로시간의 단축, 탄력적 운영 등 근로시간 조정을 비롯하여 그 밖에 소속 근로 자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점 등을 종합하면, 사업주는 그 소속 육아기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한 배려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며, 이때 사업주가 부담하는 배려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근로자가 처한 환경, 사업장의 규모 및 인력 운영의 여건, 사업 운영상의 필요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면서, 원고가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참가인에 대하여 고용승계에 따른 시용기간 동안 일ㆍ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고, 그 결과 참가인이 초번 근무와 공휴일 근무를 하지 못하고 근태 항목에서 상당한 감점을 당하여 본 채용 거부통보를 받기에 이르렀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보아, 본채용 거부 통보의 합리적 이유(사회통념상 상당성)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19두59349 판결).

​대법원은 거부통보의 합리적 이유(사회통념상 상당성) 존부에 대하여 상세히 설시하고 있다. 부모의 자녀 양육권은 헌법 제36조 제1항, 제10조, 제37조 제1항에서 나오는 중요한 기본권으로서(헌법재판소 2000. 4. 27. 선고 98헌가16 등 결정 참조), ‘남녀고용평등법’은 양육권의 사회권적 기본권으로서의 측면을 법률로써 구체화하여 근로자의 양육을 배려하기 위한 국가와 사업주의 일ㆍ가정 양립 지원의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특히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의5는 사업주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근로자(‘육아기 근로자’)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하여 업무를 시작하고 마치는 시간 조정, 연장근로의 제한, 근로시간의 단축, 탄력적 운영 등 근로시간 조정을 비롯하여 그 밖에 소속 근로자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 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따라서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으로 발생하는 근무상 어려움을 육아기 근로자 개인이 전적으로 감당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고, 사업주는 그 소속 육아기 근로자의 일ㆍ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한 배려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때 사업주가 부담하는 배려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근로자가 처한 환경, 사업장의 규모 및 인력 운영의 여건, 사업 운영상의 필요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육아기 근로자에 대한 일ㆍ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본채용을 거부하였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므로, 본채용 거부통보의 합리적 이유,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볼 여지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결국 대법원은, 위와 같은 점을 지적하면서 원심이 다소 엄격한 기준에 따라 원고가 시용기간 및 평가 과정에서 육아기 근로자인 참가인에 대하여 일ㆍ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를 다하였는지를 심리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는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한 것이다.

대법원은 위 판결이 ‘사업주에게 소속 근로자에 대한 일ㆍ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배려 의무가 인정된다는 것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사업주가 부담하는 배려 의무의 구체적 내용(정도)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하였고, 기업이 육아기 근로자 자녀의 양육을 지원할 책무를 부담한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하고 그 판단기준을 마련함으로써 향후 육아기 근로자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고 일ㆍ가정 양립이라는 가치가 존중되는 방향으로 근로조건 및 노사관계가 형성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판결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부모의 자녀 양육권은 헌법상의 권리인 동시에 의무다. 가정 내에서의 의무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 의무사항이기도 하다. 또한 시용계약에 의한 근로자도 다른 근로자와 같이 헌법상 동일하게 보호받는다. 시용기간 종료 후 본계약 체결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당연히 부당노동행위로 사용자가 근로기준법 위반이 되는 것이다. 더욱이 남녀고용평등법은 우리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평등이념에 따라 고용에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하고 모성 보호와 여성 고용을 촉진하여 남녀고용평등을 실현함과 아울러 근로자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함으로써 모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다. 당연히 강행법규다.

따라서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나 근로기간 중 남녀공용평등법의 기본적 취지는 그대로 지켜져야 한다.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여성근로자의 경우 새벽근무나 공휴일 근무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그러한 경우 양육을 이유로 사용자가 요구하는 근로조건을 지키지 못하였더라도 해당 여성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남여고용평등법의 기본적인 취지다. 따라서 사용자는 해당 근로자가 단순히 자녀의 양육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새벽근무나 공휴일 근무를 거부한 것으로 주장하고 입증하지 못하는 한 이 사건과 같이 일정 근로조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음을 이율 본계약을 체결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부당노동행위가 된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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