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골프경기 중에 플레이어가 친 타구가 앞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일행 한 명의 얼굴에 맞아 캐디(경기보조원)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에서 1심과 항소심(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골프장 
골프장 

판결문에 따르면 골프장에서 캐디로 근무하는 A씨(40대 여성)는 2021년 8월 B씨 등 4명이 진행하는 골프경기의 캐디로 배정됐다. 그런데 B씨의 일행인 C씨가 11번 홀에서 골프채로 친 공이 빗맞아 오른쪽 전방 25~40m 떨어진 곳에 서 있던 B씨의 얼굴을 타격하게 됐다. 골프공에 맞은 B씨는 전치 3주의 치료가 필요한 골절상 등을 입었다.

검찰은 “당시는 비가 내려 골프채에 공이 빗맞는 경우가 많이 발생할 것이 예상되므로, 캐디 업무 종사자는 경기자가 공을 치는 경우 다른 경기자가 전방이나 좌우로 나오지 못하게 하고 뒤로 물러나게 해야 하며, 다른 경기자가 전방이나 좌우로 나와 있는 경우 공을 치는 것을 제지하는 등 사고를 미리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는데 이를 게을리 한 업무상 과실로 골절상을 입게 했다”며 A씨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인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주은영 부장판사는 2022년 7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골프장 캐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주은영 판사는 “C씨가 공을 치기 전 피고인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 칩니다. 공 보십시오’라는 말을 하면서 주의를 줬고, 이에 따라 피해자가 공을 주시하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주은영 판사는 “피해자는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일행들 모두 상당한 실력 수준의 골퍼인 점, 피고인과 C씨의 진술에 의하면 11번홀 전에 피해자 등이 종종 앞으로 나갔고 피고인이 ‘앞으로 나가지 말라’는 주의를 줬음에도 이를 듣지 않았다는 것이며, 피해자가 당시 공을 주시하고 있다가 공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피했으나 미처 다 피하지 못하고 광대뼈 부분에 맞게 된 점을 종합하면, 사건 직전 피고인이 피해자 등에게 ‘플레이어의 볼에 주의하라’는 주의를 주는 것을 넘어 더 뒤쪽으로 물러나 있으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거나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검사는 “캐디 업무지침 등에 의하면, 플레이어가 공을 칠 때 다른 경기 참가자들이 플레이어 전방에 있을 경우, 캐디로서는 다른 경기 참가자들로 하여금 플레이어 뒤로 물러나게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며 항소했다.

법원
법원

하지만 대구지방법원 제3-1형사부(재판장 김경훈 부장판사)는 최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골프장 캐디 A씨(여)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 무죄 판결을 유지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이 사고에 관해 피고인에게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티샷과 달리 세컨샷 등 티샷 이후의 플레이의 경우, 우리나라 대부분 골프장의 티오프 시간 간격 등 운영 형태 및 경기 참가자들에 대한 캐디의 사실상 종속적인 지위 등을 고려할 때, 캐디로 하여금 모든 샷에 있어서 다른 경기 참가자들에게 플레이어 뒤로 물러나게 요구하기를 기대하거나 그러한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해당 샷의 난이도, 플레이어를 비롯한 경기 참가자들의 골프 실력, 골프 코스의 지형적 상황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다른 경기 참가자들로 하여금 플레이어 뒤로 물러나게 요구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지 여부를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 사고와 관련해 재판부는 “피해자가 있던 위치는 C씨가 친 공이 날아오리라 예상하기 매우 어려웠던 곳으로 보이는 점, 당시 C씨는 페어웨이에 공을 드롭하고 길이가 짧은 채(피칭웨지)로 샷을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샷의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플레이어를 비롯한 경기 참가자들은 모두 싱글 수준의 상당한 골프 실력을 갖추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사고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를 비롯한 다른 경기 참가자들에게 플레이어(C) 뒤로 무조건 물러나게 요구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특히 C씨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샷을 하기 전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비롯한 다른 경기 참가자들에게 ‘공 칩니다. 공 보십시오’라고 외쳐 주의를 준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비록 피해자는 피고인의 외침을 듣지 못했다고 진술하고, D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으나, C씨가 피고인에게 유리하고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허위의 진술을 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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