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천장 누수 작업을 위해 안전모도 없이 사다리에 올라 작업하다가 추락한 사망 사건에서 법원은 아파트 관리 업체 대표와 관리소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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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공동주택 관리업을 영위하는 법인 K회사는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한 아파트와 관리에 관한 위탁계약을 체결해 왔다. A씨는 K회사에 소속된 위 아파트 관리소장으로서 해당 사업장 내에서 근로자의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한다.

그런데 관리소장 A씨는 2022년 4월 14일 오전 11시경 아파트 1층 현관 앞 천장에서 누수가 있음을 확인하고, K회사 소속 G(60대)씨에게 해당 천장을 확인해 보도록 했다.

당시 누수가 확인되는 천장은 높이가 3.2m 상당이어서, 사다리를 타고 1.5m 높이에 올라서서 확인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사다리에서 바닥으로 추락할 위험이 있는 상황이었다.

관리소장의 지시에 따라 G씨가 1.5m 높이의 사다리 위에 올라가 천장을 확인하고 내려오던 중 떨어져 결국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50명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K회사는 상시근로자가 660명을 넘는 업체다.

검찰은 관리소장(A씨)에 대해 “G씨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사다리에 올라가는 것을 보았음에도 안전모를 착용하도록 지시하지 않은 업무상의 과실이 있다”며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또 K회사 대표이사(B씨)에 대해 “관리소장(A)이 G씨에게 안전모를 착용할 것을 지시하지 않은 채 사다리 작업을 하게 함으로써 추락에 의한 중대재해의 발생 위험을 제거하지 않았다”며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5단독 이석재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12일 아파트 관리소장 A씨와 대표이사 B씨에 대해 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한 K법인에 대해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이석재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의 의무 위반으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사업장 종사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반복되는 중대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피고인들에게 결과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석재 부장판사는 “피고인(A)은 해당 아파트 안전보건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으로 비교적 낮은 높이에서 작업한다는 안일한 생각에 사고 당시 피해자 옆에 있으면서도 피해자의 안전모 미착용을 방치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석재 부장판사는 다만 “피해자의 좋지 못한 건강상태도 중한 결과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들은 피해자 사망 직후 유족과 원만히 합의해 유족들이 피고인들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피고인들은 잘못을 모두 인정하면서, 사고 발생 후 사다리를 알루미늄 접이식 비계로 교체하고,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정비해 주기적으로 관리 점검하는 등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한 점 등 양형조건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검찰이 공동주택(아파트) 관리 업체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첫 사례다.

피고인들에게 징역 1년, 업체에는 벌금 1억 5000만원을 구형했던 검찰은 이번 판결에 대해 “형량이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단해 항소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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