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병원 앞에서 시비하던 중 지나가던 행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대방에게 “야, 개XX야”라고 큰소리로 욕설한 것은 모욕죄에 해당할까. 1심 재판부는 모욕죄가 안 된다고 봤는데, 2심(항소심) 재판부는 모욕죄로 판단했다.

춘천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모 병원 관계자이고, B씨는 2021년 5월부터 이 병원이 소방 관련 법령을 위반했다는 등의 문구를 게시하면서 1인 시위를 해와 두 사람은 좋은 않은 관계가 지속됐다.

그런데 2022년 10월 A씨는 병원에 출근하기 위해 정문 출입문을 열려는 순간 B씨가 다가가 A씨에게 “야야야”라고 반말로 불렀다. A씨는 뒤를 돌아보고 “야, 이 개XX야”라고 욕설했다.

그러자 B씨는 “당신 욕했어, 이리와 이 쓰레기, 저런 XX하고, 상대하지 않어, 이 자식이 이리와 임마” 등의 발언을 했다. 이는 1인 시위에 착용하던 B씨의 바디캠에 녹음돼 있는 내용이다.

검찰은 A씨를 “공연히 피해자(B)를 모욕했다”며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중앙지법)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중앙지법)

 

1심인 춘천지법 형사3단독 이은상 판사는 지난 7월 13일 A씨의 모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은상 판사는 “피고인의 발언 동기 및 경위, 발언 전후의 정황, 피고인과 피해자 관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발언은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과장되고 무례한 저속적인 표현 내지 피고인 자신의 불만이나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 사용된 일시적인 분노의 표시에 해당할 수는 있으나, 객관적으로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사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한 발언은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모욕적 언사이므로 모욕죄가 충분히 성립함에도 원심은 일시적 분노의 표현 정도에 불과하다고 봐 무죄라고 판단한 원심 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인 춘천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이영진 부장판사)는 최근 A씨의 모욕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행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피해자에게 큰 소리로 욕설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사람에 대해 ‘개XX’라고 말하는 경우 그 단어의 통상적 의미는 ‘어떤 사람을 좋지 않게 여겨 인격을 무시하거나 모욕한다’는 것으로서, 대한민국에서 쓰이는 대표적인 욕설 중 하나이고, 주로 그 대상은 남자”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개XX’라 표현한 것은 단순히 무례하고 저속한 언행 정도가 아니라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추상적 판단 또는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서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에 충분히 해당함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B씨가 먼저 반말하며 시비를 걸었고, 이에 단발성으로 분노의 감정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먼저 ‘야야야’ 등으로 반말을 했더라도, 피고인의 발언은 피해자에게 반말하지 말라는 취지라기보다는 피해자가 반말한 것에 화가 나서 피해자의 인격을 무시하는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개새끼’라는 욕설로 대응한 것으로써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고 경멸적 감정을 드러내려는 의도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피해자가 먼저 반말을 했더라도 피고인의 욕설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경멸적 감정의 표현에 해당함이 분명한 이상 모욕죄는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근무하는 병원 앞에서 피해자가 1인 시위를 하는 과정 등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와 갈등관계를 겪어온 것으로 보이나, 이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욕설할 당시 현장에서 욕설을 들은 불특정 일반 공중의 행인들로서는 알기 힘든 사정”이라며 “그곳을 우연히 지나가던 행인들이 피해자에게 한 욕설을 접했을 때, 행인들은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이라고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벌금 50만원 양형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며 “다만, 피고인은 평소 좋지 않던 관계에 있던 피해자가 먼저 반말해 자극하자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바,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어느 정도 참작할만한 사정이 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