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피의자 측에게 압수수색 정보를 사전에 누설한 경찰관에게 법원이 공무상비밀누설죄를 유죄로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경찰관의 공정한 법 집행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범죄로서 피고인의 죄책이 무겁다고 판단해서다.

대구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경찰청은 2022년 12월 7일 ‘건설현장 갈취ㆍ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특별단속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대구경찰청은 12월 15일 특별단속 계획을 수립해 하달했다.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범죄수사계는 단속계획 및 범죄첩보에 따라 건설현장 불법행위 사건 수사를 진행했다. 2023년 3월 13일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건설노조) 대구경북본부 간부들에 대한 공동공갈 등 사건과 관련해 조합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대구지방검찰청에 신청했다.

그런데 대구경찰청 건설현장 불법행위 종합대응팀 소속이던 A경위는 이날 수사대상인 노조 간부에게 전화해 압수수색 계획, 수사 대상자, 피의자 수 등의 정보를 알려줬다.

이에 검찰은 “A경위가 경찰공무원으로서 직무상 비밀인 수사 관련 정보를 누설했다”며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A씨는 “압수수색영장을 보거나 내용을 들은 바 없고, 당시 다른 지역에서 영장신청이 되고 있어 대구 지역도 차례가 되었다고 생각해 이를 말했을 뿐 직무상 비밀을 취득해 누설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인이 직무상 비밀을 지득해 이를 누설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대구지방법원(대구지법)
대구지방법원(대구지법)

대구지방법원 제5형사단독 정진우 부장판사는 최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경위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정진우 부장판사는 “수사 대상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다는 내용, 수사대상 범죄 행위, 피해자의 숫자 등의 구체적인 수사계획은 객관적ㆍ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 건설노조와 관련해 다른 지역에서 노조들에 대한 압수수색, 구속영장 등의 청구가 있었고, 대구지역 경우에도 수사에 착수해 진행하고 있었던 상황이였던 것은 사실이나, 압수수색의 실시 계획, 구체적인 일시, 피해업체, 수사대상자 등에 관하여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정진우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노조 간부에게 전화해 40대 정도의 업체에 압수수색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하는 등 통화시기 및 내용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 주장과 같이 통화한 내용 전체를 피고인이 추측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일부 피고인 추측이 포함된 경우라고 해도 건설현장 불법행위 사건의 첩보, 수사진행 등의 과정에서 피고인이 직무상 지득한 비밀의 내용을 근거로 일부 판단을 포함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양형과 관련해 정진우 부장판사는 “이 범행은 피고인이 수사의 목적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를 누설한 것에 해당해 경찰 직무의 공정성을 해하고, 경찰관의 공정한 법 집행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범죄로서 피고인의 죄책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정진우 부장판사는 “다만, 당시 다른 지역에서 건설노조 간부 등에 대한 수사, 압수수색, 구속영장 등의 언론보도가 있었던 상황이고,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범죄수사에 실질적인 지장이 발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점, 피고인이 20년 넘게 경찰공무원으로 비교적 성실하게 복무한 것으로 보이는 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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