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속옷 차림의 일반인 여성 바디프로필 사진을 무단으로 유출해 헬스장 블로그에 게시토록 한 사진작가에게 법원이 피해 여성의 정신적 고통을 위자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대구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4월 헬스트레이너인 C씨로부터 바디프로필 사진작가 B씨를 소개받았다. B씨는 A씨와 바디프로필 사진을 촬영하고 보정 후 제공하는 내용의 바디프로필 촬영계약을 하고 계약금을 입금했다.

사진작가 B씨는 2020년 7월 대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A씨의 바디프로필 사진을 촬영하고, 카카오톡 메시지로 촬영한 바디프로필 사진 전체를 전송하며 보정할 사진 8장을 고르고 잔금을 입금해 달라고 했다.

B씨는 두 차례 잔금 입금을 요청했으나, A씨가 답변하지 않고 잔금도 입금하지 않아 헬스트레이너 C씨에게 사유를 물었는데, A씨가 바디프로필의 컨셉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 계약을 해지할 의사가 있음을 알게 됐다.

B씨는 다음날 A씨에게 ‘트레이너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 보정과 잔금 처리는 보류하겠다’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고, A씨는 답을 하지 않았다.

B씨는 촬영한 바디프로필 사진 중 브래지어, 팬티 차림의 사진 2장을 보정해 A씨와 C씨에게 카톡 메시지로 “일단 제가 2장 해봤습니다”라고 전송했다.

A씨는 2020년 7월 B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어젯밤까지 결정을 못해 말씀을 못 드렸다, 트레이너로부터 말을 들어서 기분 나쁘셨을 것 같다, 사진은 제가 원하던 컨셉과 맞지 않아서 보정본은 안 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대해 B씨는 ‘그럼 촬영한 사진은 폐기하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헬스트레이너 C씨는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사업장 홍보 블로그에 이 촬영물을 게시했다. A씨는 블로그 게시물을 발견하고 C씨에게 사진을 얻게 된 경위를 물어 B씨가 제공한 것임을 알게 됐다.

A씨는 촬영물이 C씨에게 제공되고, 블로그에 게시한 일련의 과정에서 입은 정신적 고통을 치료하기 위해 진료와 상담 등을 받았다.

A씨는 B씨를 검찰에 형사 고소했고, 검찰은 B씨가 촬영물을 C씨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로 전송하는 방법으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을 의사에 반해 반포했다는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A씨는 B씨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대구지방법원(대구지법)
대구지방법원(대구지법)

대구지방법원 제3-3민사부(재판장 손윤경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사진작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B씨는 A씨에게 2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타인의 노출된 신체를 전문으로 촬영하는 바디프로필 사진작가는 사진의 내용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고 사진이 타인에게 제공ㆍ반포되는 경우 다른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촬영 사진을 관리하는데 있어서 엄격한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피고가 원고의 동의나 허락 없이 촬영물을 C에게 제공한 행위는 바디프로필 사진작가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촬영물에서 원고는 속옷 차림이고 포즈 등으로 봐 전문 모델이 아닌 일반인인 원고로서는 촬영물을 타인이 보는 경우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며 “또한 바디프로필 사진을 촬영한다고 하여 촬영물을 공개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원고는 성취감을 느끼고 스스로 운동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촬영한 것이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촬영한 것이 아니라고 진술한다”면서 “설령 촬영물을 공개하려는 의사로 촬영했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통제 밖에 있는 타인에 의해 제공 및 반포되는 것까지 예정한 것이라 할 수 없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가 연락이 잘 되지 않는데다가 원고의 계약 해지 의사를 전해 들었으므로 원고의 마음을 돌려보고자 C가 원고를 설득해 주기를 바라면서 C에게 촬영물을 전송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바디프로필 사진작가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거나 피고가 원고의 동의나 허락 없이 촬영물을 C에게 제공한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손해배상책임 범위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의 불법행위로 원고가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금전으로나마 원고가 입은 정신적인 고통을 위자할 의무가 있다”며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위자료의 액수는 불법행위의 경위, 촬영물에 원고의 신체가 노출된 정도, 사진의 개수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200만원으로 정한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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