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삼성화재노동조합이 회사(삼성화재해상보험)를 상대로 ‘통상임금’을 다시 산정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3년을 심리한 법원은 삼성화재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에서 ‘고정시간외수당’과 ‘교통비’는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은 ▲식대보조비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손해사정사 실무수당 ▲설ㆍ추석 귀성여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그동안 삼성SDI, 삼성중공업 등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이 있었는데, 특히 개인연금 회사지원금과 손해사정사 실무수당, 설ㆍ추석 귀성여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것은 삼성화재노동조합이 유일하다.

삼성화재 홈페이지
삼성화재 홈페이지

◆ 서울중앙지방법원, 3년 만에 판결하며 삼성화재노조 손 들어줘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삼성화재해상보험은 직원들에게 ▲기본급 ▲고정시간외수당 ▲자격수당 ▲식대보조비 ▲성과급 ▲개인연금회사지원 ▲교통비 ▲교통보조비 등의 항목으로 매월 임금을 지급했다.

2019년 11월 삼성화재노동조합 조합원들(179명)은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통상임금을 다시 산정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화재노조 조합원들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지급한 고정시간외수당, 식대보조비, 교통비, 개인연금회사지원금, 손해사정사 실무수당, 설ㆍ추석 귀성여비는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에 해당함에도, 회사는 이를 제외한 채 통상임금을 산정한 후 이를 기초로 연장ㆍ야간ㆍ휴일 근로수당(법정수당)을 산정해 지급했다”고 밝혔다.

조합원들은 “따라서 회사는 2017년 11월부터 시간외근로(연장, 야간, 휴일근로) 시간이 있는 기간까지 고정시간외수당, 식대보조비, 개인연금회사지원금, 교통비, 손해사정사 실무수당, 설ㆍ추석 귀성여비를 포함해 산정한 법정수당과 기지급금의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중앙지법)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중앙지법)

이 사건은 2019년 11월 9일 소송을 낸 지 3년 만인 2023년 11월 9일 1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재판장 김도균 부장판사)는 이날 삼성화재노동조합 조합원 179명이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근로기준법은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정기적ㆍ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도급금액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 여부는,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ㆍ일률적ㆍ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인지를 기준으로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해야 하고, 임금의 명칭이나 지급 주기의 장단 등 형식적 기준에 의해 정할 것은 아니다”고 짚었다.

◆ ‘고정시간외수당’ 통상임금 부정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에게 지급한 ‘고정시간외수당’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보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고정시간외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회재는 매월 근로자에게 연장근로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고정시간외수당’을 지급하고, 2019년 7월까지는 평일 연장근로시 근로자들이 입력한 연장근로시간에 따라 1일 2시간 이상이면 1만 8000원, 4시간 이상이면 3만원, 6시간 이상이면 4만 5000원을 ‘교통보조비’로 지급한 점 등”을 짚으며, “삼성화재 사업장 밖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은 삼성화재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 특성을 더해 보면, 회사는 평일 연장ㆍ야간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고정시간외수당 및 교통보조비를 지급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 ‘교통비’ 통상임금 부정

재판부는 “삼성화재는 근로자들이 업무 특성상 사업장 외에서 근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교통비를 지급했는데, 출장거리, 거래처 수, 외근율 등을 고려해 출장지별로 교통비 지급기준 금액을 달리 정한 점, 관리자(부서장, 센터장 등)는 지급금액을 달리 정할 수 있었던 점, 회사는 ‘영업활동을 수행하지 못하는 기간이 월 근무일의 3분의 2를 초과하는 경우 해당월의 교통비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이러한 교통비는 일률적으로 지급된 것이 아니라, 그로자들의 실제 업무 내용을 고려해 다르게 산정돼 지급되고 있는바, 비록 그것이 실제 비용의 지출 여부를 묻지 않고 계속적ㆍ정기적으로 지급된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개별 근로자의 특수한 근무조건으로 인해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을 변상하기 위해 지급되는 실비변상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그러나 식대보조비,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손해사정사 실무수당, 설ㆍ추석(명절) 귀성여비는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 식대보조비,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손해사정사 실무수당은 통상임금 인정

재판부는 “회사는 전 직원에게 식대보조비 명목으로 12만원을, 전 임직원에게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명목으로 ‘개인별 기준연봉 × 3~5%’, 손해사정자 자격증을 취득한 직원 중에는 손해사정 실무 및 유관 직무를 수행하는 직원에게 5만원을 지급해 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를 종합하면 식대보조비,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손해사정사 실무수당은 소정근로의 대가로 일률적ㆍ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으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삼성화재는 “식대보조비,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손해사정사 실무수당은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되는 임금이므로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식대보조비,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손해사정사 실무수당의 지급실태에 비춰 보면, 이를 단순히 복리후생적ㆍ은혜적 또는 사기진작을 위한 금원이라거나, 특정 시점의 재직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금원으로 볼 수 없고, 오히려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기본급과 마찬가지로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그에 대한 기본적이고 확정적인 대가로서 당연히 수령을 기대하는 임금 즉 근로의 대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 ‘설ㆍ추석 귀성여비’ 통상임금 인정

재판부는 “삼성화재 급여지침에는 설ㆍ추석 귀성여비로 매년 설과 추석에 미리 정해 놓은 지급시기와 지급비율을 적용해 정기적ㆍ일률적으로 일정액이 지급돼 왔으며, 임금의 근로 제공일에 지급여부와 지급액 등 청구권의 발생 여부가 이미 확정돼 있으므로 고정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설ㆍ추석 귀성여비의 지급근거 및 금액, 지급방법, 지급실태 및 전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춰 볼 때, 귀성여비 명칭이나 지급일이 명절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이를 명절이라는 특정 시점에 발생하는 생활 수요 충족의 용도를 위해 지급되는 것이라거나 근로제공과는 무관하게 근로자의 생활이나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은혜적 급부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한 확정적인 대가로서 기본급에 준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 미지급 임금 청구

재판부는 “삼성화재는 식대보조비,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손해사정사 실무수당, 설ㆍ추석 귀성여비가 ‘통상임금’에 해당함에도 원고들에게 법정수당을 지급함에 있어 이를 포함하지 않았으므로, 회사는 원고들에게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있는 기본급, 전환급, 손해사정사 수당에 식대보조비,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손해사정사 실무수당, 설ㆍ추석 귀성여비를 포함해 재산정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재산정한 법정수당액에서 기지급금을 공제한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오상훈 삼성화재노조 위원장
오상훈 삼성화재노조 위원장

◆ 삼성화재노조 오상훈 위원장 “일부승소 다소 아쉽지만 의미 있는 판결로 중요한 성과”

이번 소송에서 삼성화재는 연장ㆍ야간근로시간을 관리하지 않고, 근로자의 신청에 따라 교통보조비를 지급했을 뿐, 교통보조비 신청시간을 연장근로시간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삼성화재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교통보조비 신청시간을 연장ㆍ야간근로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삼성화재노동조합 오상훈 위원장은 “이 판결에서 의미가 큰 부분은 이미 지급한 고정시간외수당과 교통보조비를 합한 금액과 실제 근무한(교통보조비 신청시간) 시간의 차이를 지급하라고 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삼성화재노조 오상훈 위원장은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조합원들이 믿고 따라와 줘 감사하다”며 “이번 판결에서 일부승소가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의미 있는 판결로 노동조합의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오상훈 위원장은 “통상임금 분쟁을 신속하게 매듭짓기 위해, 소송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총력투쟁을 통해 통상임금 소송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