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쿠쿠전자의 잇따른 전기밥솥 화재로 인해 보험금을 지급했던 롯데손해보험이 쿠쿠전자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던 A씨는 2020년 8월 전기밥솥 취사를 마치고 보온으로 전환되는 것을 확인한 후 외출한 사이 화재(제1화재)가 발생해 주방 벽면과 천장 일부 그리고 전기밥솥 등 가재도구 일부가 소실되거나 화염에 그을리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 전기밥솥은 2015년 11월 쿠쿠전자가 생산한 것이다.

이 화재에 출동한 소방서가 작성한 화재현장 조사서에 따르면 전기밥솥에서 최초 발화돼 수납공간이 연소되면서 벽면과 천장으로 연소가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에 이 아파트와 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롯데손해보험사는 화재로 인한 보험금 3296만원을 지급했다.

또한 2021년 3월에는 다른 아파트에 거주하는 B씨가 주방 싱크대에 있는 전기밥솥에서 불꽃이 발생하는 것을 목격하고 즉시 집안에 있던 분말 소화기를 전기밥솥에 뿌려 화재를 진화하고, 소방서에 사후 화재조사를 요청했다. 이 전기밥솥은 쿠쿠전자가 2010년 7월 제조한 것이다.

제2화재 현장을 조사한 소방서는 “전기밥솥 내부 부품에서 전기적 요인(발열, 발화 추정)에 의해 최초 발화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아파트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롯데손해보험은 2021년 4월 보험금 325만원을 지급했다.

이에 롯데손해보험은 “각 화재는 쿠쿠전자가 제조한 전기밥솥 내부에서 착화 발화돼 발생했는바, 제조일로부터 10년이 도과하지 않은 전기밥솥으로 인한 제1화재는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제조일로부터 10년이 도과한 전기밥솥으로 제2화재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에 따라 피보험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쿠쿠전자를 상대로 구상금 소송을 냈다.

반면 쿠쿠전자는 “각 화재가 전기밥솥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던 상태에서 발생했다는 입증이 부족해 전기밥솥에 결함이 존재한다고 추정할 수 없다”며 “설사 피고에게 일부 책임이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제조물의 결함이 직접적으로 입증된 것이 아니므로 책임이 제한되어야 한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중앙지법)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중앙지법)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72단독 김연수 판사는 지난 10월 6일 롯데손해보험이 쿠쿠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525만원을 지급하라”며 롯데손보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김연수 판사는 “A씨가 전기밥솥을 정상적인 용법에 따라 사용했음에도 쿠쿠전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전기밥솥 내부에서 제1화재가 발화된 것으로 보이고, 위와 같은 발화는 제조업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으므로, 쿠쿠전자는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제1화재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연수 판사는 “제1화재의 전기밥솥이 일반적인 사용환경이나 사용방법에서 벗어나 사용되고 있었다고 볼 수 없고, 고의적인 화재 발생 요인도 없다”며 특히 화재원인을 조사한 소방서에서 최초 발화지점을 전기밥솥 내부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밝힌 점에 주목했다.

김연수 판사는 “구체적으로 전기밥솥 내부의 어떤 하자 내지 결함에 의해 화재가 발생한 것인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제조업자인 쿠쿠전자가 제1화재가 전기밥솥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해당 전기밥솥에는 사회통념상 당연히 구비하리라고 기대되는 합리적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쿠쿠전자의 책임 제한 주장에 대해 김연수 판사는 “제1화재는 해당 전기밥솥이 제조돼 출고된 지 5년이 되기 전에 발생했고, 가정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인 전기밥솥의 경우 사용자가 위 기간에 전기적인 문제의 발생을 예상해 안전점검을 해 볼 것으로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우며, 달리 형평상 피고의 책임을 제한할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2화재에 대해 김연수 판사는 “B씨의 전기밥솥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전기밥솥 내부 PCB 기판 부품에서 발화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발화는 제조상의 과실이 없으면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쿠쿠전자는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제2화재에 대한 쿠쿠전자의 책임제한 주장은 일부 받아들였다.

김연수 판사는 “제2화재의 원인이 된 전기밥솥은 제조된 날로부터 10년 이상 경과한 것이었던 점, 사용자가 제조일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전기밥솥에 대한 점검이나 청소 등의 관리를 어떻게 해왔는지 알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부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근거해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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