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대법원, ‘일본 약탈’ 부석사 불상(금동관음보살좌상), 부석사에 소유권 없다(대법원 2023년 10월 26일 선고 2023다215590 판결)

​사례)

대한민국 국적 절도범들이 2012년 10월 6일경 일본국 대마도(對馬島) 소재 관음사(觀音寺)에서 금동관음보살좌상(이하, ‘이 사건 불상’이라 함)을 절취하여 국내에 밀반입하다 검거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후 위 불상은 몰수되었다(현재 피고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보관 중임).

이후 원고(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가 위 불상의 소유자였던 고려시대 서주 부석사의 후신으로서 현재 소유자라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피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그 인도를 청구하였다. 한편 원심에서 일본의 종교법인 관음사(觀音寺)가 피고에 대해 보조참가를 하였고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는 시효취득 주장 등을 하였다.

1심(대전지방법원)은, 이 사건 불상은 서기 677년 창건된 후 조선 초기 중건한 사찰인 원고의 소유로 추정할 수 있고, 과거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도난이나 약탈 등의 방법으로 일본 대마도 소재 관음사로 운반되어 봉안되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해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피고가 항소한 원심(대전고등법원)은, 이 사건 불상은 그 제작과 함께 그 소유권이 서주 부석사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되었으나, 원고가 서주 부석사와 동일한 권리주체라고 보기 어렵고, 설령 원고가 서주 부석사와 동일한 권리주체라고 보더라도, ➀피고보조참가인이 이 사건 불상을 적법하게 양수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였다는 증명은 부족하나, ➁시효취득의 준거법이 되는 일본국 민법에 따를 때 피고보조참가인이 이 사건 불상을 시효취득 하였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피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에 원고가 대법원에 상고한 사건이다.

​해설)

피고 측은 원고 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와 이 사건 불상의 약탈장소였던 서주부석사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고, 일본 관음사가 이 사건 불상을 취득할 상시로부터 취득시효 기간이 만료해 시효로 취득하였다는 취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취득시효에 관하여 적용되는 준거법인 일본국 민법에 따를 때 취득시효가 완성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위 사례에 대하여 대법원은 이 사건 불상이 제작ㆍ봉안된 고려시대 사찰 ‘서주(瑞州) 부석사’와 원고는 동일한 권리주체로 볼 수 있지만, 구 섭외사법 제12조에 따라 피고보조참가인의 취득시효의 완성 여부를 판단하는 준거법인 일본국 민법에 의하면, 피고보조참가인이 이 사건 불상을 시효취득 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이로써 원고는 이 사건 불상의 소유권을 상실하였다고 판단하고, 이와 달리 ‘서주 부석사와 원고를 동일한 권리주체로 볼 수 없다’고 본 원심판결에 사찰의 실체와 동일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지만,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 결론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23. 10. 26. 선고 2023다215590 판결).

먼저, 원고와 서주 부석사의 동일성에 대하여, 원고와 서주 부석사는 동일하다면서 서주 부석사가 독립한 사찰로서의 실체를 유지한 채 존속하여 원고에 이르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1330년경 독립한 사찰로서 실체를 가지고 있던 서주 부석사가 중창, 중수 등으로 사찰재산 등이 일부 변경된 사정만이 인정될 뿐 도중에 사찰의 인적요소인 승려 등의 계속성을 완전히 상실하거나 물적 요소인 종교시설 등이 완전히 소실된 것으로 볼 만한 자료는 없고, 또한 원고가 서주 부석사와 같은 지역에서 독립한 권리주체성을 가진 전통사찰로서 오랫동안 존재해 왔고 같은 지역에 ‘부석사’라는 명칭을 가진 다른 사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취득시효의 완성 여부에 관하여 적용되는 준거법에 관하여, 준거법은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적용되는 법을 말하는데 국제사법 부칙 제3조 등에 따라 구 섭외사법(2001. 4. 7. 법률 제6465호 국제사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의 시행 당시에 생긴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에 적용될 준거법은 구 섭외사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데 구 섭외사법 제12조에 따라 동산의 점유자가 점유취득시효의 완성에 따라 그 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였는지를 판단하는 준거법은 그 취득시효기간이 만료하는 시점에 목적물인 동산이 소재한 곳의 법이 되어야 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목적물이 역사적ㆍ예술적ㆍ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므로 시효기간 만료 시점에 이 사건 불상이 소재하던 일본국에서 시행되던 민법이 피고보조참가인의 취득시효의 완성 여부를 판단하는 준거법이 되며, 한편,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되어야 할 준거법인 외국법의 적용을 쉽사리 배제하는 것은 섭외사법이나 국제사법과 등 규범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구 섭외사법 제5조 등에 따라 외국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데에는 신중하여야 하므로 동산의 취득시효에 관한 일본국 민법의 내용이 우리나라 민법의 관련 규정과 거의 동일하여 어느 국가의 법을 적용하는지에 따라 취득시효의 완성 여부에 관한 판단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어서 일본국 민법을 적용한 결과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일본국 민법을 준거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취득시효 완성과 관련하여, 소유의 의사로 하는 점유를 자주점유라 하는데 목적물을 소유자인 것처럼 지배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하는 점유를 의미하고, 법률상 그러한 지배를 할 수 있는 권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거나 가지고 있다고 믿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대법원 1993. 9. 14. 선고 93다24889 판결 등),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인가는 우선적으로 권원의 성질을 기준으로 하여 결정하고, 권원의 성질에 의하여 자주점유의 여부를 가릴 수 없는 경우에는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점유가 타주점유라는 사실은 타주점유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해야 한다.

피고보조참가인이 법인격을 취득한 1953년 1월 26일부터 2012년 10월 6일경 절도범에 의해 이 사건 불상을 절취당하기 전까지 계속하여 이 사건 불상을 점유하였고, 이 사건 불상이 고려 시대에 왜구에 의하여 약탈되어 일본으로 불법 반출되었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피고보조참가인의 이 사건 불상에 관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불상이 문화재에 해당하더라도 점유취득시효 규정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피고보조참가인이 이 사건 불상에 관한 취득시효가 완성된 1973년 1월 26일 당시의 일본국 민법에 따라 이 사건 불상의 소유권을 취득하였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불상의 원시취득자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이 사건 불상의 소유권을 상실하였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감정으로 볼 때 우리나라 사찰에서 침탈당한 문화재를 다시 반환해야 한다는 국민정서를 중요시해야 하지만 일반적인 국제규범을 무시할 수도 없다. 우리 법률에서도 자신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탈당했다 하더라도 물리력을 행사해 원상을 회복할 수는 없고, 원칙적으로 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원상회복을 해야 한다. 문화재의 반환도 그러한 국제규범의 범위 안에서 해결돼야 한다. 우선 일본국 관음사가 주장하고 있는 취득시효 완성으로 인한 소유권 취득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준거법이 문제되지만, 일본 민법과 우리 민법이 취득시효에 대하여 사실상 동일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결국은 섭외사법의 논리와 취득시효의 법리에 비춰볼 때 대법원 판결은 부득이한 것이다. 국민감정을 내세워 별다른 근거도 없이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거나 피고의 주장을 배척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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