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세계적인 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 올레드 공정 그룹장으로 근무하다 중국 회사로 전직한 직원에게 2년간 전직금지 약정은 유효하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A씨는 2008년 9월 삼성디스플레이에 입사한 후 올레드(OLED, 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을 위한 공정개발 업무의 그룹장(PL)으로 근무하다가 2022년 1월 15일 퇴사했다.

A씨는 퇴사 나흘 전 삼성디스플레이에 ‘영업비밀 등의 보호서약서’를 작성해 제출했는데, 그 중에는 ‘전직금지약정’도 있었다.

서약서에는 “본인은 퇴직일로부터 2년 간, 재직기간 중 지득한 영업비밀 등의 누설되거나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창업하거나, 국내외 경쟁업체에 전직하지 않도록 하겠다”, “본인은 국내외 경쟁업체에서 진행하는 회의에 참석하거나 컨설팅 내지 노무 등을 제공하거나 기타 협력하는 방법으로 영업비밀 등을 활용한 연구, 개발 업무에 종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 1월 29일 퇴사하는 A씨에게 전직금지약정금 명목으로 세금을 공제한 8797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당시 A씨의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만약 경업금지 약정을 위반할 경우 위약벌로서 2배를 회사에 지급하기로 했다.

그런네 A씨는 2022년 4월 중국의 한 회사에 근무하는 내용의 외국인취업허가를 받았고, 8월부터는 중국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를 문제 삼으며 A씨의 전직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서울중앙지법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재판장 박범석 수석부장판사)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A씨를 상대로 낸 전직금지가처분 사건에서 “전직금지약정이 민법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고 볼 수 없다”며 삼성디스플레이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채권자인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 2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OLED 패널 분야에서 7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재판부는 “채권자가 보유하고 있는 모바일향 OLED 방식 디스플레이 제작기술은 채권자가 상당 기간 노력을 들여 개발한 것들로서 외부에서 취득하기 어려운 정보인 반면, 이러한 정보가 경쟁업체에 유출되었을 경우 경쟁업체는 채권자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생략하고 기술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이익을 얻게 돼 채권자에게 상당한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레이저를 사용한 ELA 공정은 전체 OLED 공정 비용에서 16%를 차지할 정도로 모바일향 OLED 방식 디스플레이의 제작 및 양산과 관련된 핵심 기술 내지 정보”라며 “ELA 공정, 불량 개선 정보 및 공정 셋업 정보는 ‘AMOLED 패널 공정 기술’에 속하는 것으로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보호되는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ELA 공정 등을 포함한 채권자의 모바일향 OLED 방식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 내지 정보는 채권자의 보호가치 있는 이익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2009년부터 제조센터에서 ELA 공정을 담당했고, 2012년부터는 ELA 공정그룹의 그룹장으로서 종사한 채무자(A)는 ELA 공정의 핵심적인 정보를 취급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나아가 ELA 공정의 성격과 특성에 비추어 채무자가 경험으로 축적한 노하우를 경쟁업체가 취득하게 될 경우 경쟁업체는 기술 격차를 좁히는데 상당한 시간을 절약하게 되는 등 부당한 이익을 취득할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은 전직금지의 대상이 되는 경쟁업체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면서 전직금지 기간을 2년으로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OLED 등 디스플레이 관련 분야는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진입장벽이 높아 경쟁업체의 범위가 어느 정도 한정되는 점, 채권자와 경쟁업체 사이에는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에 있어 상당한 격차가 있는데 그러한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 뿐만 아니라 기술의 유출 방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점, 디스플레이 기술의 개발 속도가 비교적 빠른 편이기는 하나 채무자가 지득한 채권자의 기술과 정보들은 새로운 기술의 개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용한 정보로서 활용가치가 있고, 그러한 기술이나 정보가 유출될 경우 채권자의 유무형적 손실과 그로 인해 경쟁업체들이 얻는 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서약서에서 정한 전직금지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거나 전직금지기간이 과도하게 장기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디스플레이 분야의 국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비록 전직금지약정이 채무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일정 부분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유효하다고 볼 만한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채무자가 지득한 정보가 유출될 경우 그에 대한 원상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경쟁업체는 동종 경쟁분야에서 채권자와 동등한 사업능력을 갖추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상당 기간 단축할 수 있는 반면, 채권자는 그에 관한 경쟁력을 상당 부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채권자가 본안소송을 제기할 경우 판결 확정 전에 전직금지약정의 전직금지기간이 도과될 개연성이 높은 사정을 고려하면 채무자의 전직금지의무 위반으로 인해 채권자가 입는 손해는 손해배상이나 위반 결과의 제거 등 사후적인 구제수단만으로는 충분히 전보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전직금지가처분의 보전의 필요성을 판단함에 있어 반드시 채무자가 전직이 금지되는 경쟁업체에 취업한 사실이 명확하게 소명된 경우에만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채무자가 경쟁업체로 취업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사정이 있거나 경쟁업체로의 전직을 계획하거나 의도하고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전직금지가처분의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가처분 명령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간접강제를 명할 필요성이 있다”며 “간접강제 금액은 채무자의 의무위반 행위로 인해 채권자가 입게 될 손해의 정도나 채무자가 전직으로 얻을 가능성이 있는 이익의 정도 등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고려해 위반 일수 1일당 500만 원으로 정한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