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보험계약자가 질병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면 손해보험사들은 해당 질병 진단이 맞는지 검증한다며 타 병원 의사의 자문의견서를 내놓으며 보험금을 적게 주려고 분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법원은 “타 병원 자문의견서는 애당초 환자의 상태를 직접 경험해서 가장 정확히 알 수밖에 없는 주치의 의견보다 우선할 수 없다”며 자문의견서 보다 주치의 진단을 중시하는 판결을 내놓고 있다.

엠지(MG)손해보험사의 사건은 이렇다. A씨는 2016년 MG손해보험사와 암 진단비 2000만원, 질병 수술비 회당 30만원, 질병 입원비 일당 2만원을 보장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A씨는 병원에서 방광 악성 신생물(C코드)로 진단받아 2020년 5월과 6월에 두 차례에 걸쳐 방광 종양 절제술을 받았다. 수술 전후로 총 9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에 A씨는 암 진단(2000만원), 수술비(60만원), 입원비(18만원) 등 보험금 2078만원을 청구했다.

그런데, MG손해보험은 A씨의 질병을 소액암인 경계성종양(D코드)으로 봐 보험금을 지급하려 했다. 보통 소액암(방광암)은 일반암 진단금의 몇 %를 지급한다.

이에 A씨는 보험전문 한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앤율)를 선임해 사건을 의뢰하며 소송을 냈다.

A씨는 주치의가 C코드(암)를 부여했으니 일반암 진단금을 달라고 주장한 것이고, 반면 MG손해보험은 조직검사 결과상 경계성종양 D코드를 받았으니 소액암 보험금만 줄 수 있다고 맞선 사건이다.

한 손해사정인은 “방광암 보험금 사건은 손해보험사와 분쟁이 가장 큰 사건”이라고 말했다.

법원
법원

1심인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민사21단독 백광균 판사는 지난 2월 A씨가 MG손해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MG보험사는 A씨에게 2078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립암센터 비뇨의학과에서는 A씨에 대한 조직검사 결과 등 진료기록을 기초로 주치의가 내린 방광의 악성 신생물 진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타 보험사도 주치의 진단을 기초로 A씨에게 암 진단비 1000만원 등 보험금을 지급했다.

백광균 판사는 “원고는 수술을 두 차례 집도한 주치의로부터 방광의 악성 신생물(C코드)로 진단받았고, 이것은 국립암센터에 대한 감정촉탁 및 사실조회 결과에서도 타당하다고 검증됐다”며 “피고가 제출한 모 대학 임상병리학과 자문의견서는 애당초 환자의 상태를 직접 경험해서 가장 정확히 알 수밖에 없는 주치의 의견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짚었다.

백광균 판사는 “또한 임상병리학자가 조직검사 결과만 토대로 삼은 것이어서 임상의가 진료기록까지 포괄해서 진단ㆍ검증한 결과보다 부정확할 수밖에 없으며, 임상병리학자는 주치의가 내린 방광의 악성 신생물 진단이 적절한지에 대한 판단 자체도 유보했다”고 지적했다.

백광균 판사는 “그렇다면 원고는 보험계약에서 정한 암으로 진단받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MG손해보험)는 원고에게 보험금 2078만원(암 진단비 2000만원 + 질병 수술비 60만원 * 징병 입원비 18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 항소심도 “MG손해보험은 보험금 2078만원 지급하라”

그러자 MG손해보험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은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다.

항소심도 타 병원 의사의 자문의견서 보다 환자를 직접 진찰한 주치의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산지방법원 제3-3민사부(재판장 이재희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A씨가 MG손해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078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1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먼저 “원고는 2차례의 방광 종양 절제술을 직접 집도한 주치의로부터 ‘방광의 악성 신생물(C코드)’을 진단받았고, 이 진단은 국립암센터에 대한 감정촉탁 및 사실조회 결과에 의해서도 타당하다고 검증됐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한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암의 진단 확정은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 전문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에 의해 내려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가 입원한 병원의 병리전문의사는 원고에 대한 병리검사결과서를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임상의사인 원고 주치의가 진단을 내린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이는 보험계약의 약관에서 정한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 전문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에 의해 진단이 내려진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가 제출한 대학병원 임상병리학과의 자문의견서는 애당초 환자의 상태를 직접 경험해서 가장 정확히 알 수밖에 없는 주치의 의견보다 우선할 수 없을뿐더러, 임상병리학자가 조직검사 결과만을 토대로 삼은 것이어서 임상의가 진료기록까지 포괄해서 진단 검증한 결과보다 부정확할 수밖에 없으며, 주치의가 내린 ‘방광의 악성 신생물(C코드)’ 진단이 적절한지에 대한 판단 자체도 유보하고 있다”며 “위 자문의견서만으로 주치의 진단이 잘못됐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보험금 합계 2078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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