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의 판례 해설]

무기계약직 국도관리원에게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각종 수당(정근수당, 성과상여금, 가족수당, 직급보조비, 출장여비) 등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차별적 처우’ 아니다(대법원 2023년 9월 21일 선고 2016다255941 전원합의체 판결)

​사례)

‘국도관리원’으로 불리는 원고들은 피고(대한민국) 산하 국토교통부 소속 각 지방국토관리청장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도로의 유지ㆍ보수 업무 또는 과적차량을 단속하는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들이다. 국도관리원은 공무원이 아니고, 국가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무기계약직 근로자임.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무기계약직 근로자를 공무직 근로자라고도 한다.

피고는 정근수당, 성과상여금, 가족수당, 직급보조비, 출장여비 등을 지급하는 국토교통부 소속 운전직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들과 달리, 원고들에게는 위 네 가지의 수당과 출장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원고들은 운전직 및 과적단속 공무원들과 같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위 공무원들에게 지급되는 위 각 수당 등을 지급받지 못한 것이 헌법상 평등원칙 및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위 각 수당 상당액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원고들의 무기계약직 근로자로서의 지위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만, 원고들과 운전직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들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지 않고 위 공무원들과 원고들을 달리 처우한 데에는 합리적 이유도 있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원심(서울고등법원)도 1심 이유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들이 상고한 사건이다.

​해설)

동일한 노동을 제공한 경우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은 노동법이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Equal pay for equal work )은 성별, 정규직, 파트타임, 파견 사원 등의 고용 형태, 인종, 종교, 국적 등에 관계없이 동일한 직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에 대하여 동일한 임금 수준을 적용하고 노동의 양에 따라 임금을 지급한다는 임금 정책의 기본원칙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이 원칙을 국제노동기구 헌장에 싣고 있으며, 기본적 인권의 하나로 보고 있다. 국제 인권법에서도 ‘경제적 및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협약’ 제7조와 ‘사람과 인민의 권리에 관한 아프리카 헌장’ 제15조에서 근로권에 대해 이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직종에 따라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공공기관 중에서 우체국, 우편집중국, 국제우편물류센터, 우체국 시설관리단 같이 우정사업본부에 소속된 사업장에서는 호봉제가 적용되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같은 일을 하는데도, 임금은 50%이거나(무기계약 비정규직 집배원인 상시계약집배원의 사례), 33%(우정실무원 즉 우체국, 우편집중국, 우체국 물류지원단 부평물류센터 등에서 내근하는 무기계약직이나 기간제인 비정규직), 우체국 물류지원단 무기계약 비정규직 운전노동자, 임기제 공무원 곧 비정규직 공무원, 우정실무원들은 통상임금인 상여금과 정기급식, 교통비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특히 우정실무원들은 일용직이기 때문에 근로소득도 불안정하다. 민간기업에서는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의 37%에 불과하다고 한다(위키백과 참조).

우리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는 균등한 처우를 하도록 되어 있다.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는 규정이다. 여기서 원고들에게 같거나 비슷한 일을 하는 공무원들과 달리 정근수당, 성과상여금, 가족수당, 직급보조비, 출장여비 등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는 것인지 문제가 된다.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①차별의 사유가 되는 원고들의 지위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여야 하고, ②원고들이 지목하는 비교대상자가 원고들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여야 하며, ③차별이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이 아니거나 동일한 비교집단이 아닌 경우,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신분’이란 사람이 사회생활에서 장기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지위를 말하는데 후천적 신분설과 선천적 신분설의 대립이 있다. 다수설과 판례의 입장인 전자는 생래적인 선천적 신분만이 아니고 후천적으로 취득한 신분(예를들면 공무원 , 교원, 파산자, 전과자, 생산직과 사무직, 극빈자, 고아, 두 회사의 합병 에서 어느 한 회사의 종업원 등의 지위 등)도 포함된다고 본다. 소수설인 전자는 사회적 신분을 가문 출생지 등과 같이 출생에 의해 고정된 생래적 신분만을 가리킨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한다.

​위 사례에 대하여 대법원 다수의견은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는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정한 차별적 처우 사유인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공무원은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워 비교대상 집단이 될 수도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6다255941 전원합의체 판결).

그 이유로, ①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헌법이 정한 직업공무원제도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공법상 신분관계를 형성하고, 청렴의무, 종교중립의 의무 등 여러 법률상 의무를 부담하며, 정치운동이나 집단행위도 금지되는 등 일반 근로자보다 무거운 책임과 윤리성을 요구받는 공무원 지위의 특수성이 있고, ②공무원의 보수 등 근무조건은 ‘근무조건 법정주의’에 따라 예산을 고려하여 법령으로 정해지고 공무원의 노동3권 행사 역시 법률로 제한되므로, 공무원은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조건의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여지가 적은 반면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들은 노동3권의 행사에 특별한 법적 제한을 받지 않으므로 근무조건의 결정방식이 다르며, ③공무원에게 지급되는 보수는 근로의 대가라는 성격 외에도 안정적인 직업공무원제도의 유지를 위한 정책적 목적을 가지고, 공무원 조직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어 공무원 보수의 성격이 다르고, ④ 공무원에 대한 전보인사는 관련 법령의 제한 내에서 인사권자에게 상당한 재량이 부여되어 있고, 공무원이 담당하는 업무는 변경될 가능성이 열려 있고, 공무원의 봉급은 기본적으로 공무원의 종류, 계급, 직급, 호봉 등에 따라 결정되고, 담당 업무를 기초로 설정되어 있지 않아 공무원과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의 업무 내용에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하여 같은 처우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업무의 변경 가능성과 보수체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다수의견에 대하여 원고들의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지위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고, 원고들과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을 비교대상으로 삼아 차별적 처우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나 피고가 원고들에게 각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으므로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별개의견과 ②비교대상 근로자는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공무원을 비교대상 근로자로 삼을 수 있고, 원고들의 무기계약직 근로자라는 고용상 지위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가족수당과 성과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는 합리적 이유가 없으므로 피고는 위 각 수당에 상당하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반대의견이 있다.

​‘사회적 신분’이란 사회에서 장기간 갖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으로서(헌법재판소 1995. 2. 23. 선고 93헌바43 결정 ) 사업장 내에서 근로자 자신의 의사나 능력발휘에 의해서 회피할 수 없는 사회적 분류를 가리킨다( 대전고등법원 2015. 11. 26. 선고 2014나11589 판결 ). 사회적 신분을 후천적으로 취득한 신분까지 포함해서 보는 경우에 국도관리원으로 근무하는 원고들의 지위는 사회적 신분으로 봐야 한다. 개인이 선택한 직업도 사회적 신분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다수의견이 원고들의 국도관리원 지위가 사회적 신분이 아니라고 내세우는 공무원 지위의 특수성, 근무조건의 결정방식, 공무원 보수의 성격, 업무의 변경가능성과 보수체계가 다라다는 점은 동일한 비교집단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나, 차별이 합리적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뿐 위와 같은 특성의 차이로 인해서 곧바로 사회적 신분이 아니다는 평가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또한 법률의 헌법상 평등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비교대상자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있는지를 살펴볼 때에 그 비교집단 자체의 내재적 특성이나 직무의 특수성 등 물리적인 성격이나 현실적인 측면만을 고려해서는 안 되고, 비교대상과 관련된 헌법 규정 및 당해 법률 규정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규범적인 해석도 함께 고려하여야 하는 것(헌법재판소 2010. 3. 25. 선고 2009헌마538 결정 참조)과 마찬가지로, 그 비교집단 근로자의 고용형태와 업무의 내용 및 범위ㆍ권한ㆍ책임뿐 아니라 해당 처우의 내용과 차별적 처우의 사유로 삼은 사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위 사례의 경우 원고들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노동을 제공하는 것이어서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

차별 여부와 관련해서는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차별적 처우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을 말하며, 본질적으로 같지 않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경우에는 차별 자체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전제로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그가 비교대상자로 지목하는 사람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 있어야 한다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다1051 판결).

위 사례의 경우 원고들이 수행하는 국도관리원의 업무내용과 비교대상 공무원들이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를 비교하고, 비교대상 공무원과 원고들이 받는 급여 등을 실질적으로 비교한 다음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는지, 그 차이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의 여부를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해당하는지는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등에 명시된 업무 내용이 아니라 근로자가 실제 수행하여 온 업무를 기준으로 판단하되, 이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서로 완전히 일치하지 않고 업무의 범위 또는 책임과 권한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된 업무의 내용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들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1두7045 판결).

결국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 무기계약직과 같은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함으로써, 근로기준법 제6조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하였다는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비교대상성을 판단하거나 합리적 차별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회마저 박탈한 것이어서 동의하기 어렵다.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