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법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써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게 의원직 상실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8일 법무법인 변호사로 활동하던 2017년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의원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강욱 국회의원
최강욱 국회의원

대법원 보도자료 등에 따르면 2017년 10월 법무법인 대표인 최강욱 변호사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의 부탁을 받고 인턴활동을 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 정 교수에게 전달했다.

정경심 교수의 아들은 고려대학교와 연세대 대학원 입시에 인턴확인서를 첨부서류로 제출함으로써, 최 의원은 공모해 위계로써 고려대와 연세대 대학원 입학담당자들의 입학사정 업무를 방해했다는 업무방해 혐의를 받았다.

정경심 교수는 입시비리 관련 혐의 등 자신과 가족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자, 주거지에서 사용하던 하드디스크를 PB 김OO씨에게 주면서 은닉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 하드디스크에는 정경심 교수 등의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가 저장돼 있었다.

김씨는 이 하드디스크를 은닉했는데, 이후 증거은닉범행 피의자로 입건된 후 은닉사실을 밝히면서 하드디스크를 검찰에 임의제출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2020년 1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의원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사와 최강욱 의원이 항소했으나, 항소심의 판단도 같았다.

최강욱 의원은 “PB 김OO씨가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하는 과정에서 김씨에게만 참여의 기회가 주어지고, 하드디스크 소유자인 정경심 등에게는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은 위법이 있다”면서 “위 전자정보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항소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형사부(최병률 원정숙 정덕수 부장판사)는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최강욱 의원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사건은 최강욱 의원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이 사건의 쟁점은 증거은닉범행의 피의자인 김OO씨가 이 사건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하는 경우 증거은닉범행의 피의자이자 임의제출자인 김씨 외에 본범이자 하드디스크의 소유자인 정경심 교수 등에게 참여권을 보장해야 하는지 여부다.

대법원 청사
대법원 청사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최강욱 의원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관 9명은 상고기각 의견을 냈다. 반면 민유숙ㆍ이흥구ㆍ오경미 대법관은 파기환송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관 다수의견은 “이 사건 하드디스크의 임의제출 과정에서 정경심 등에게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며 “같은 취지에서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수의견은 “김OO씨는 임의제출의 원인된 범죄혐의사실인 증거은닉범행의 피의자로서 이 사건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했다”며 “하드디스크 및 그에 저장된 전자정보는 본범인 정경심 등의 혐의에 관한 증거이면서 동시에 은닉행위의 직접적 목적물에 해당하므로 김씨의 증거은닉 혐의사실에 관한 증거이기도 하므로 김씨에게 참여의 이익이 있다”고 봤다.

대수의견은 “정경심은 김씨에게 은닉을 지시하면서 하드디스크를 전달했는데, 하드디스크의 은닉과 임의제출 경위, 그 과정에 정경심 등과 김씨가 개입한 정도 등에 비추어 임의제출 무렵 하드디스크를 현실적으로 점유한 사람은 김씨이고, 그러한 현실적 점유에 의해 저장된 전자정보의 관리처분권을 사실상 보유ㆍ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도 김씨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수의견은 “정경심은 하드디스크의 존재 자체를 은폐할 목적으로 김씨에게 교부했고, 이는 자신과 하드디스크 및 저장 전자정보 사이의 외형적 연관성을 은폐ㆍ단절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는바, 이는 하드디스크 및 전자정보에 관한 지배 및 관리처분권을 포기하거나 김씨에게 양도한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로써 결과적으로 김씨는 하드디스크에 대한 현실적 지배와 전자정보에 관한 전속적 관리처분권을 사실상 보유ㆍ행사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고 판단했다.

◆ 반대의견(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오경미) 파기환송

3명의 대법관은 “증거은닉범이 본범으로부터 증거은닉을 교사받아 소지ㆍ보관하고 있던 본범 소유ㆍ관리의 정보저장매체를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하는 경우, 본범이 그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탐색ㆍ복제ㆍ출력 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받지 않을 실질적인 이익을 갖는다고 평가되는 경우 본범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선례의 전자정보 압수ㆍ수색에서 참여권 법리는 국가의 강제처분의 직접 대상이 된 피압수자를 중심으로 하여 강제처분으로 기본권 등의 침해를 실제로 받는 사람, 즉 압수ㆍ수색 처분의 실질적 당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전자정보 압수ㆍ수색에서 참여권의 귀속 주체가 되는 실질적 피압수자는 압수ㆍ수색 당시까지 해당 정보저장매체를 지배ㆍ관리하면서 정보저장매체 내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보유ㆍ행사하는 사람으로서, 정보저장매체에 적법한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와 함께 혼재돼 있는 무관정보에 대한 수사기관의 탐색, 출력 등을 배제할 사생활의 비밀 기타 인격적 법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3명의 대법관은 “압수ㆍ수색의 대상물인 정보저장매체의 현실적 소지ㆍ보관자 외에 소유ㆍ관리자가 별도로 존재하고, 압수ㆍ수색으로 인하여 그 소유ㆍ관리자가 전자정보에 대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재산권 등을 침해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 그 소유ㆍ관리자를 실질적 피압수자로 봐 그에게도 참여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이때 실질적 피압수자는 압수ㆍ수색의 원인이 된 범죄혐의사실의 피의자일 것까지 요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들 대법관은 “본범이 증거은닉범에게 증거은닉을 교사하면서 정보저장매체를 교부한 경우 그 전자정보에 관한 관리처분권을 확정적으로 완전히 포기했다고 인정할 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교부사실만으로 본범이 전자정보에 관한 관리처분권을 양도ㆍ포기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유숙, 이흥구, 오경미 대법관은 그러면서 “위와 같은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임의제출 당시나 이와 근접한 시기까지 정경미 등은 하드디스크를 현실적으로 또는 김씨를 매개로 지배ㆍ관리하면서 그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관한 법익 귀속 주체로서 전속적 관리처분권을 여전히 보유ㆍ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봐야 한다”며 “따라서 정경심 등은 그 전자정보에 관한 실질적 피압수자에 해당하므로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으나 소수의견이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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