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시민사회환자단체들은 12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으로 잘못 이름 붙여진 보험업법 개정안이 내일(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라며 “이 법은 민간 보험회사의 환자 정보 약탈법이자, 의료 민영화법으로 처리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심각한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처리한 정무위원회 의원들은 국민들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해도 모자란다”며 “만약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이 여기에 마침표를 찍는다면, 그 역사적 과오는 두고두고 남을 것이며,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위원장 백혜련)는 지난 6월 15일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 등이 실손의료보험금의 청구를 위해 요양기관에 요청하는 경우, 요양기관이 보험금 청구와 관련된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무위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불편하고 번거로운 실손의료보험금의 청구 절차를 해소하고 구민의 편익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나, 시민사회단체들은 “민간보험사 환자 정보 약탈법”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 보험업법 개정안 9월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심사를 할 예정이다.

이에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무상의료본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 루게릭 연맹회, 한국폐섬유화 환우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등 노동ㆍ시민사회ㆍ환체단체들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앞에서 ‘개인 의료정보 전자전송법 국회 법사위 처리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여기 모인 노동단체, 시민단체, 환자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이 법을 10여 년 전부터 반대해 왔다”며 “사회 구성원 대다수에 해당하는 노동자, 시민, 환자들이 이렇게 반대하는 법을 여기까지 끌고 온 국회는 누굴 위해 존재하나”라고 따졌다.

단체들은 “이 법은 오직 민간보험사들의, 민간보험사에 의한, 민간보험사를 위한 법일 뿐”이라며 “그들이 연간 수천억이라는 낙전수익을 스스로 포기하고 환자를 위해 이 법을 바란다고? 이 법은 환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보험사를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미 여러 차례 보험사들의 거짓을 드러낸 바가 있지만, 오늘 다시금 입장을 밝힌다”며 “국회는 보험업법 논의를 중단하고 법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단체들은 반대 이유를 조목조목 밝혔다.

첫째, 이 법은 보험사들이 환자 개인정보를 수집·축적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며, 환자에게는 불이익만 돌아온다.

단체들은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환자의 정보가 데이터베이스화 가능한 전자 형태로 더 손쉽게 보험사로 넘어간다”며 “보험사들은 이 정보를 활용해 질병 위험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들의 새로운 보험 가입을 거절하거나, 부담보 설정을 하거나,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보험금 지급 거절 등을 할 것”이라고 봤다.

단체들은 “보험업계들 자신이 청구자료를 활용해 지급심사와 새로운 상품개발 등에 활용하겠다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며 “보험사가 가장 바라는 것이 바로 진료정보를 최대한 수집해 환자를 선별하고, 고액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환자들 입장에선 단기적으로는 소액청구가 쉬워 약간의 이득을 볼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정보를 축적한 보험사들의 갑질에 더욱 시달릴 것”이라며 “손해율이 높다는 눈가림으로 보험료를 쉽게 올리고, 고액 보험금 지급은 거절하면서 이미 천문학적 수익을 거두는 보험사들은 아픈 환자들의 절박한 처지를 이용해 더 쉽게 돈벌이를 할 것이고, 환자들은 더욱 피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둘째, 이 법은 미국처럼 건강보험을 민영화하기 위한 보험사-의료기관 직계약과 관련 있다.

단체들은 “이 법이 통과돼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청구자료를 직접 보내게 되면, 보험사가 의료기관에 보험금을 직불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보험사들은 본다”며 “민간보험사가 의료기관과 직접 계약을 맺는 것은 미국식 민영화”라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일찍이 ‘삼성생명’은 사보험이 공보험을 대체하기 위해 직불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한 바가 있다”며 “이렇게 되면 미국처럼 환자들은 보험사가 계약한 병원에서 보험사가 허용한 치료만 받을 수 있어, 돈을 주는 보험사가 갑, 병원이 을이기 때문에 병원은 보험사가 미리 허용하지 않은 진료는 하지도 못한다”고 내다봤다.

단체들은 “의료기관과 계약한 민간보험이 결국 공보험을 대체해 미국은 모두 알다시피 전 국민 건강보험이 없는 나라가 됐다”며 “보험사들이 이번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하는 근본적 목적이 여기에 있다”고 짚었다.

이들은 “환자에게 연간 2000억 실손보험금을 되돌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료법 규제를 허물어 의료기관 환자 정보를 직접 가져가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매우 심각한 의료 민영화”라고 우려했다.

노동시민환체단체들은 그러면서 “이토록 심각한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상임위에서 처리한 정무위원회 의원들은 국민들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해도 모자란다”며 “만약 법사위원회 의원들이 여기에 마침표를 찍는다면, 그 역사적 과오는 두고두고 남을 것이며,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단체들은 “사기업의 영리행위를 위해 환자 정보를 넘기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의료법과 약사법과 정면 충돌한다는 점도 법사위 의원들은 분명히 봐야 한다”며 “의료법(제21조2항)과 약사법(30조3항)은 의료기관과 의료인, 약사가 환자가 아닌 사람에게 환자에 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내주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예외는 오직 국민건강보험 업무를 위해 건보공단과 심평원 등에 자료를 보내는 등 대개 공공적ㆍ공익적 목적뿐이다. 사기업의 영리행위를 위해 이를 허용하는 것은 의료법, 약사법에 위배된다”며 “법사위는 내용에서 심각할 뿐 아니라 이처럼 기존 법체계와 충돌을 일으키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선 안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편 이 자리에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박민숙 부위원장, 참여연대 김은정 협동사무처장,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강성권 부위원장,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서영 기획국장, 의료연대본부 변성민 조직국장 등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사회를 맡은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의 선창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민간보험사 환자정보 약탈법, 보험업법 개정안 폐기하라!”
“가입 거절, 지급 거절, 보험료 인상 초래할 보험사 정보 약탈법 폐기하라!”
“실손보험 규제 완화하지 말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라!”
“미국식 민영화로 나아가는 보험업법 개정안 폐기하라!”

<다음은 이번 기자회견문에 동참한 단체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 루게릭 연맹회, 한국폐섬유화 환우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건강권확보를위한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대전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공공운수노조의료연대본부,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행동하는의사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동조합연맹, 건강정책참여연구소, 민중과 함께하는 한의계 진료모임 길벗, 전국보건교사노동조합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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