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림프절 전이암이 갑상선암에서 전이된 것이라면 보험사는 림프절 전이암에 관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특히 보험사가 원발부위 기준 분류규정이 있다면 명시적으로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갑상선암에서 림프절 전이암으로 진단받는 경우 갑상선암 보험금만 지급한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보험사가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봐서다.

서울고등법원, 서울회생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서울회생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12월 KDB생명보험과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A씨는 2021년 2월 대형병원에서 주진단명 감상선암 진단과 부진단명 ‘림프절 전이암’ 진단을 받고, 갑상선 절제술 및 림프절 절제술을 받았다.

이후 A씨는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KDB생명보험은 갑상선암에 관한 보험금만 지급하고, 림프절 전이암에 대해서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A씨는 림프절 전이암에 관해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며 소송을 냈다. KDB생명보험은 “림프절 전이암은 갑상선암과 구분되는 별도의 암이 아니다”고 맞섰다.

이 사건 보험약관에는 “‘갑상선암 또는 림프절의 이차성 및 상세불명의 악성신생물(암)에 해당하는 질병 중 갑상선을 일차부위로 하는 질병’은 ‘중대한 암’에 관한 보장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제외규정)이 있다.

1심 서울중앙지법은 “A씨 림프절 전이암은 갑상선암이 전이된 것으로 보이고, 림프절 전이암은 보험약관 중 원발부위 기준 분류규정에 따라 갑상선암으로 분류돼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원고는 갑상선암 보험금에 추가해 림프절 전이암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A씨가 항소했다. 소송대리인 보험전문 한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앤율)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원발부위(처음 암이 발생한 부위) 규정 등을 명시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부분을 문제 제기했다.

A씨는 “갑상선암 및 림프절 전이암으로 진단받았는데, 림프절 전이암은 보험계약에서 정한 중대한 암 또는 일반암에 해당하므로, 보험사는 갑상선암 보험금 외에 중대한 암 또는 일반암을 기준으로 한 보험금을 추가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특히 “제외규정 및 원발부위 기준 분류규정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의무를 면하게 하는 내용이므로, 보험사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각 규정들을 명시ㆍ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보험사는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KDB생명보험은 “제외규정 및 원발부위 기준 분류규정은 암의 종류를 구별하는 기준에 불과하므로, 보험사는 보험계약 체결시 원고에게 명시ㆍ설명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KDB생명보험은 또 “설명의무를 모두 이행해 림프절 전이암에 관해 추가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 항소심, 1심 판단 뒤집고 보험금 지급하라 판결

하지만 항소심이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마성영 부장판사)는 지난 8월 25일 A씨가 KDB생명모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던 1심을 뒤집고 “피고는 원고에게 보험금 1026만원을 지급하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 제외규정 및 원발부위 기준 분류규정은 모두 보험사의 명시ㆍ설명의무 대상이 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제외규정은 클리닉보험금 지급사유인 중대한 암의 종류에서 갑상선암으로부터 전이된 림프절암을 제외함으로써 피고의 지급의무를 면제해주는 내용이고, 보험금액이 8000만원에 이르는 점까지 보태어 보면, 제외규정은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며 “이 제외규정을 단순히 암의 분류기준에 관한 확인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KDB생명보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제외규정은 모든 전이암을 중대한 암에서 제외하는 것이 아니라, 림프절 전이암 중 갑상선암을 일차부위로 하는 암만을 중대한 암에서 제외했다”며 “보험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은 구체적인 명시ㆍ설명 없이 이런 내용들을 알기 쉽지 않다”고 봤다.

실제로 종래 갑상선에서 다른 부위로 전이된 암의 일반암 해당 여부에 관해 보험계약자와 보험회사 사이의 잦은 분쟁이 있었다. 금융감독원도 이를 고려해 2011년 4월부터 전이된 암의 원발부위를 알 수 있는 경우에 한해 원발부위에 따라 보험금을 결정하는 것으로 보험약관을 개선한다고 발표했다.

재판부는 “이처럼 전이암 분류 방법에 관해 종래 혼선이 컸으므로 보험계약자가 이를 알지 못한 채 보험계약을 체결해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피고로서는 원발부위 기준 분류규정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일반인들의 기준에서 원발부위 기준 분류규정의 내용이 별도의 설명이 없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라거나, 단순히 의학적 판단 기준을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 할 수 없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감상선암에서 다른 부위로 전이된 암이 일반암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현재까지 보험계약자와 보험회사 사이에 잦은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 사건 원발부위 기준 분류규정은 내용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용어 등을 포함하고 있어, 보험전문가가 아닌 보험계약자들이 구체적인 명시ㆍ설명을 듣지 않고 그 내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보험계약에서 정한 갑상선암 보험금은 일반암 보험금의 20%에 불과한 점에 비춰, 원발부위 기준 분류규정 내용은 보험계약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할 뿐만 아니라, 원고가 위 분류규정 내용을 숙지하고 있었다면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 KDB생명보험이 명시ㆍ설명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

재판부는 KDB생명보험사가 보험계약 체결 당시 A씨에게 제외규정을 명시ㆍ설명했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발부위 기준 분류규정에 관한 명시ㆍ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사건 보험모집인은 보험계약 체결 당시 A씨에게 갑상선암에서 전이된 림프절암으로 진단받는 경우 갑상선암 보험금만 지급한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보험사는 A씨에게 약관에서 정한 암진단특약 보험금, 특정질병수술특약 보험금, 특정질병입원특약 보험금, 방사선/약물치료 보험금 합계 1026만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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