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코로나 감염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국가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보건당국의 조치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구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2020년 2~7월 대구와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창궐할 때 가족을 잃은 유족 19명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유족들은 “국가는 헌법에 따라 국민의 생명ㆍ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에 필요한 적절하고 효율적인 입법ㆍ행정상의 조치를 취해 침해를 방지하고, 감염병예방법 등에 따라 감염병에 대한 구체적인 예방계획 내지 감염병 위기관리대책을 마련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유족들은 “국가는 감염병예방관리기본계획 등에 따라 대기 병상을 추가적으로 확보하고, 수요 증가를 대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특히 대구ㆍ경북 지역의 코로나 감염자의 확산 추이를 고려해 각 환자의 전국적인 음압병동 분산 내지 병실 및 수용센터의 추가적인 확보 등 적절한 대비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충분한 대기 병상을 추가적으로 확보하지 않았고, 감염병 위기관리대책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았으며, 질병관리본부의 콜센터 등을 부실하게 운영했고, 대구ㆍ경북 지역의 코로나 확진자의 추이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등 코로나의 대규모 확산을 막기 위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망인들은 공무원들의 과실로 인해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피고는 망인들을 상속한 원고들에게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입은 적극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대구지방법원(대구지법)
대구지방법원(대구지법)

대구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채성호 부장판사)는 지난 8월 10일 코로나 감염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무원들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거나, 공무원들의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가 현저하게 불합리했다거나 경험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보건복지부는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견되자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 단계로 상향했고, 1월 27일 네번째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자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로 격상하고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했으며, 2020년 1월 30일 코로나19 대책 종합 점검회의를 실시해 코로나의 국내 유입과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검역 인력을 확충하고 보건소 기능을 감염병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해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는 2020년 2월 23일 대구ㆍ경북 지역의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대구와 경북 청도지역을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대구의료원, 대구동산병원의 병상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대구의료원을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하는 등 병상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실시했다”고 짚었다.

또 “공공병원, 군, 공보의 등 공공의료인력 162명을 지원하고, 중증 환자 치료를 위한 음압 병상을 확보하기 위해 이동형 음압기를 활용하거나, 전국 의료기관, 보건소에서 미사용 중인 음압기를 활용하는 등 각종 조치를 취했다”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국가는 코로나의 발원지인 중국으로부터 외국인 등 입국을 전면적으로 금지해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국가는 중국으로부터 입국하는 외국인들로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했다”고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대한의사협회 등 전문가들이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경고했음에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국가가 코로나를 막기 위해 여러 조치를 이행한 점, 감염병에 관한 방역 등에 관한 행정권한의 행사는 국가의 재량에 속하는 점, 코로나19의 전염성 및 세계 각국의 대응 과정 등에 비추어 보면, 국가가 취한 조치가 현저히 불합리하다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피고 소속 공무원들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망인들이 사망했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며 패소 판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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