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등 인권사회단체들이 21일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반대하며, 형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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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노동자후원회, 공익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다산인권센터,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와 소수자인권위원회, 생명안전 시민넷, 인권운동사랑방, 천주교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이날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권사회단체들은 “최근 정부(제안자 한동훈 법무부장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며 “우리 단체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헌법상 인간의 존엄의 가치를 침해하고 형사정책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형벌제도라는 점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반대하며, 입법예고를 즉시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8월 14일 석방 없는 종신형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 내용은 형법상 무기형을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으로 구분하고, 법원이 무기형을 선고하는 경우 가석방이 허용되는지 여부를 함께 선고하도록 한다는 것이다(형법 개정안 제42조 제2항 및 제72조).

정부는 제안 이유로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흉악범죄자에 대한 형집행의 공백이 발생하고 무기형을 선고받은 중대범죄자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될 수 있어 이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었다(제안 이유).

이에 대해 인권사회단체들은 “엄벌주의 형벌정책을 추진하고 사형을 대체하겠다는 것”이라고 봤다.

단체들은 “그러나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헌법에 반하고, 형사정책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형벌제도”라며 “우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인간의 존엄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수형자는 평생 사회로부터 격리된 채로 구금된다”며 “따라서 신체의 자유를 다시 향유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당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제도”라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독일에서는 이미 오래전인 1978년 연방헌법재판소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며 “다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기회조차 법률에 규정되지 않는다면 이는 헌법상 기본권에 대한 본질적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체들은 “유럽인권재판소 또한 2013년 어떠한 감형 가능성도 없는 종신형은 유럽인권협약을 위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이처럼 여러 국가의 법원과 국제 인권재판소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문제가 지적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도입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사회단체들은 “둘째,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형사정책적으로도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을 정도로 중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재범률이 높거나, 가석방 없는 종신형과 같은 중한 형벌제도가 범죄를 억제한다는 뚜렷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관련된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단체들은 “종신형을 선고받을 정도의 중대범죄를 저지른 후 출소한 수형자의 재범률보다 경한 범죄를 저지른 수형자의 재범률이 오히려 더 높다”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중범죄를 예방한다는 명확한 근거도 없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엄벌을 부과하더라도 중범죄가 감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여러 통계 등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이처럼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근거조차 확실치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사회단체들은 “이에 더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범죄자에게 더 이상 교화를 통한 사회 복귀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형벌의 재사회화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수단”이라며 “또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결과적으로 교정시설의 운영비용을 증가시키고 과밀화를 야기한다. 즉,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순기능은 불명확한데 비해 역기능은 매우 명확하다”고 밝혔다.

인권사회단체들은 “사형제도가 폐지된다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우리 형법상 가장 중한 형벌이 된다”며 “따라서 도입 논의는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정부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에 대해 얼마나 깊은 숙고가 있었는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새로운 형벌제도를 신설하지 않으면서도 가석방 절차와 기준을 보완하거나 현행 유기 및 무기형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너무나도 가볍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라는 형벌제도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그리고 그 목적은 사형제의 대체보다는 이른바 ‘불특정 대상 범죄’의 증가로 인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하는데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엄벌주의적이고 대중영합적인 처벌 중심의 법정책이 ‘불특정 대상 범죄’를 해결하지 못함은 명약관화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우리 단체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형법개정안 입법예고를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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