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한의사도 의료기기인 ‘뇌파계’를 사용해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13년 3월 소송이 제기된 지 무려 10년 만에 나온 최종 결론이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다가 현재는 강남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 A씨는 2010년 9월부터 3개월 동안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뇌파계를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사용했다.

그런데 경제신문이 2010년 11월 ‘파킨스병 환자는 뇌파검사로 진단하고 한약으로 치료’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그 기사에는 A씨가 환자에게 뇌파계를 사용해 파킨슨병 여부를 확인하는 사진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12년 4월 A 한의사에 대해 ‘면허된 것 외의 의료행위를 하고 의료광고 심의 없이 기사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3개월의 한의사면허 자격정지 및 경고처분을 했다.

A씨는 한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에 대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했는데, 위원회는 2013년 3월 한의사 자격정지처분을 1개월 15일로 기간을 단축했고, 경고처분은 기각했다.

이에 A씨는 2013년 3월 “한의사 면허 자격정지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쟁점은 한의사가 파킨슨병 및 치매 진단에 뇌파계를 사용한 행위가 ‘한의사로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서울행정법원
서울행정법원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2013년 10월 “A한의사에 대한 자격정지처분과 경고처분은 적법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자신의 한의원에서 뇌파계를 파킨슨병, 치매 진단에 사용한 것은 한방의료행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한의사인 원고가 뇌파계를 진단에 사용한 것은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기사의 전체적인 취지는 한의사인 원고의 진료방법, 진료효과 등을 광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위 기사는 의료광고에 해당하고, 의료인이 심의를 받지 않은 의료광고를 했을 경우 의료인에 대해 경고처분을 할 수 있으므로, 원고가 의료광고에 해당하는 기사에 대해 심의를 받지 않고 경제신문에 게재하도록 한 이상 원고에 대해 경고처분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 
서울고등법원 

이에 A씨가 항소했고, 서울고등법원은 2016년 8월 “보건복지부의 한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자신의 한의원에서 파킨슨병, 치매 진단에 뇌파계를 사용한 행위는 한의사로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관련 법령은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어떠한 규정도 두지 않고, 뇌파계 사용에 특별한 임상경력이 요구되지 않고 위해도도 높지 않으며, 그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이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점에 비추어 보면, 한의사가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복진 또는 맥진이라는 전통적인 한의학적 진찰법을 통해 파킨슨병 등을 진단함에 있어서 뇌파계를 병행 또는 보조적으로 사용한 것은 절진의 현대화된 방법 또는 기기를 이용한 망진(望診)이나 문진(聞診)의 일종으로 볼 수 있”고 설명했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상고했고, 사건을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대법원 청사
대법원 청사

대법원 제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9일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한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복지부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의료법의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국민건강보험법령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이 사건은 원심의 판단이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시한 판단기준에 따른 정당한 결론이라고 판단함으로써, 뇌파계를 파킨슨병, 치매 진단에 사용한 행위가 한의사로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첫 사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20022년 12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에 관한 판결을 내놓았다.

당시 대법원은 “한의사가 의료공학 및 그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ㆍ제작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해당 진단용 의료기기의 특성과 그 사용에 필요한 기본적ㆍ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비추어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ㆍ목적ㆍ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그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해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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