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가 있는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있는 대법원

[로리더]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 변호사 모임’(새변)은 18일 “헌법 제109조가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판결문 공개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음에도, 현재 법원이 하급심(1ㆍ2심) 판결문을 제한적으로 공개하고 있어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고, 헌법을 거스르고 있다”고 사법부를 비판했다.

새변은 이날 “국민의 알권리 위해 미확정 판결문(1ㆍ2심) 공개해야”라는 입장을 내고 “누구보다 법치주의 원리원칙을 지켜야 하는 사법부가 헌법을 거스르면서까지 하급심 판결서 공개에 소극적인 것은 의무 해태”라며 하급심 판례가 공개되어야 하는 이유 6가지를 제시했다.

◆ IT 사회에 찾아보기 힘든 제한적 열람 제도

새변은 “현재 하급심 판례를 검색하는 첫 번째 방법은 일산 마두역 인근에 위치한 법원도서관까지 찾아가는 것”이라며 “법원도서관 판결정보특별열람실 이용을 위해서는 미리 법원 사이트에서 방문열람신청을 해 세션당 6명까지만 허용되는 예약을 마치고 제한된 시간에 직접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와 리걸 테크가 발전하는 현대 사회에 찾아보기 드문 정보 제한의 현장”이라고 꼬집었다.

일산 사법연수원 내에 있는 법원도서관
일산 사법연수원 내에 있는 법원도서관

새변은 “일산에서 운 좋게 찾는 판결을 찾았다면 사건번호를 메모해서 판결문 사본 신청을 해야 한다”며 “이렇게 절차가 번잡하다 보니, 대부분의 경우에는 문제가 된 판결문들을 ‘확정이 된 후에야’ 알게 된다”고 지적했다.

새변은 “물론 민사소송법이 개정돼 2023년 1월 1일 ‘이후’ 선고되는 민사ㆍ행정ㆍ특허사건 판결서의 경우 ‘판결서 인터넷 열람 제도’를 통해 법원 사이트 대국민서비스 페이지에서 인터넷 열람을 할 수 있지만, 인터넷 열람은 제한적인 임의어 검색을 통해 하급심 판결문을 검색해야 하고, 대부분 텍스트 검색이 불가능한 이미지 형태의 PDF파일로 제공돼 접근성과 편리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밝혔다.

새변은 “또한 판결서 건별로 1000원을 결제해야 하는데, 신속하고 정확한 검색도 어려워 늘 불필요한 비용이 든다”며 “이 방법들은 너무도 제한적이어서 사실상 판결문 공개의 원칙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새로운 수법의 형사사건의 처벌 결과 알기 위해 최대 5년 이상 소요

새변은 “형사사건은 미확정된 1심과 2심 판결서 정보를 얻기 여전히 힘들다”며 “현재 2013년 1월 1일 이후 확정된 형사사건의 판결서만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새변은 “한 사건이 상고심까지 가는 경우 확정되기까지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기에, 새로운 수법의 형사범죄의 처벌 경과는 3~5년이 지난 이후에나 알 수 있게 된다”고 짚었다.

대법원 청사
대법원 청사

◆ 사법 신뢰 저하

새변은 “법규범은 수범자가 그 법규범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적용 상황에 대해 예측할 수 있어야 실질적으로 효력을 발할 수 있다”며 “국민이 적시에 그리고 쉽고 편리한 방식으로 판결문에 접근할 수 있어야 원칙적으로 법치주의가 가능하다”고 봤다.

새변은 “지난 3월 우리나라의 사법신뢰지수가 167개국 중 155위를 기록했다(영국 레가툼 연구소 발표, 레가툼 번영지수)”며 “국민들이 판결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면, 법원을 믿고 이해하는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법 신뢰 지수의 회복을 위해서도 판결문 공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소액사건 미공개, 비밀 보호로 인한 판결 공개 원칙 잠탈

새변은 “나아가 소액사건 판결이나 변론 공개를 금지한 사건, 영업 비밀 보호를 위한 열람 제한 결정이 있는 사건에 대한 판결 등은 검색ㆍ열람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새변은 “소액사건 비율이 민사 1심 사건의 70%를 넘는 현실을 고려하면, 소액사건 판결의 미공개는 판결 공개 원칙을 잠탈하는 수준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새변은 “기업 총수의 비위행위 등에 관해 영업비밀을 이유로 공개를 제한하는 것도 국민의 알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경우가 되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 미국, 중국은 하급심 판결문 공개해

새변은 “무엇보다 우리 법원의 판결문 공개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라며 “미국은 판결문뿐만 아니라 법원에 제출되고 현출되는 법정기록을 전부 공개하고 있으며, 정보공개에 소극적일 것으로 생각되는 중국 또한 판결문을 전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고 비교했다.

법원
법원

◆ 판결문은 실시간으로 사회적 비평에 놓여야

새변은 “판결문은 실시간으로 사회적 비평에 놓여야 한다”며 “법률전문가들과 사회지식인들이 하급심 판결문을 비평하며 다양한 법률적 쟁점과 사회적 쟁점을 논의되어야 같은 종류의 사안에 대한 법원 간의 다른 판단 기준도 신속히 적절한 방식으로 조정될 것이고, 상급심에서 더욱 성숙한 법리가 도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우 변호사(법무법인 법승)는 “민주공화국을 지탱하는 3개의 핵심 가치는 공개, 공시, 교육”이라며 “판결문의 전면적 공개는 곧 민주적 사법의 역량을 높이는 일”이라며 판결문 공개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또한 안성훈 변호사(법무법인 법승)는 “개인정보 비식별화의 기술적인 문제가 난관이라면, 적어도 변호사에게는 법원에서 사용하는 판결문 검색 시스템을 그대로 공개하고, 다만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면 충분하다”는 의견을 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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